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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의 도시 ㅣ 황금펜 클럽 Goldpen Club Novel
신규호 지음 / 청어람 / 2011년 11월
평점 :
외로움, 그리고 적막의 도시
외로움 최근 들어서 많이 느끼는 감정이다. 혼자 있으면 마음이 텅 빈 것 같고 무기력해지는 느낌이다. 이번에 읽은 책이 외로움에 관한 책이라서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었다.
프로포즈를 하려던 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적막의 도시. 도시는 남아있되 아무도 없다는 설정은 익숙하면서 독특한 설정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아무도 없는 도시라던가 나 혼자 남아있는 세계를 상상해 본적이 있었다. 작가가 나타낸 세계도 내가 상상한 세계와 비슷해서 새삼 놀랐다. 하지만 작가가 표현해 낸 세계는 소설의 소재로 사용하기에는 충분히 매력이 있었다.
이야기 전개는 혼자 남은 도시의 외로움과 쓸쓸함, 그리고 두려움으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이 결혼하려 했던 ‘사라’를 찾으려 애쓰고, 사라진 사람들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모두 사라져버린 도시는 사람은커녕 동물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계속되는 아무도 없는 설정과 과거 회상이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등장인물들이 상황을 더욱 긴박하게 했으며 읽고 소설의 내용을 소화하는데 쉬운 요소로 작용하였다. 계속된 혼자인 상황을 설명하면서 두려움의 감정을 계속 드러내고 또한 어떻게 해나가야 되는지에 대한 불안감도 나타난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한껏 불안해 지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는 「로빈슨 크루소」라는 책이 하나의 소재로 사용되었다. 아마도 혼자 고립된 상황을 표현해 내려고 한 것 같다. 공통점이라고 하면 외부와의 단절, 혼자 있다는 것이다. 다른점이라고 하면 책의 주인공은 자급자족을 할 만큼의 위기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과 섬이 아닌 도시라는 점. 그리고 로빈슨 크루소는 개와 앵무새를 키웠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사람은 물론 어느 생명체도 발견하지 못했던 점을 들 수 있다.
주인공을 도와주는 어떤 한 남자의 등장으로 책은 분위기가 반전된다. 모든 것이 허구이고 주인공이 해결책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본인이 깨야한다고 설명했을 때 ‘역시 꿈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적막의 도시에 온 것은 꿈, 즉 잠을 자고 나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이 상황이 모두 주인공이 만들어 낸 허구이지 않을까 라는 전재로 책을 읽어 나갔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 세상에 남겨지다와 2부 거짓과 함께로 말이다. 사실 1부가 끝나갈 때 내용도 마무리 짓는 느낌이 강했다. 물론 수수께끼나 해답은 하나도 풀리지 않은 채 말이다. 하지만 끝나는 느낌이라서 혹시 이 책은 단편소설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2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이 아닐까하고 말이다. 하지만 1부 끝에는 충격적인 반전을 주고 2부로 시작되었다. 물론 이어진 내용으로 말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고 다시금 전개해 나가는 스토리의 핵심인물은 역시 초반에 나왔던 ‘그 남자’와 그의 연인이었던 ‘사라’였다. 특히 마지막 핵심의 키를 가지고 있던 것은 ‘사라’였다. 사실 나는 주인공과 ‘사라’가 남매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둘은 모두 시설 출신인데다가 왠지 모르는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뻔한 출생의 비밀의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의 직감은 멋지게도 빗나갔지만 마지막 결말은 그리 충격적이지는 않다. 뭔가 있을법한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법한 결말로 나갔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 결국은 외로움의 적막의 도시를 나가서도 외로움을 계속 느끼는 것과 다시 적막의 도시를 선택하는 것. 물론 ‘사라’의 영향이 가장 컸지만 삭막한 우리 사회의 외로움과도 전혀 무관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가면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 감정과 의지가 없는 사람들. 현재 살고 있는 시대의 정 없는 우리의 사회의 느낌을 반영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단지 사랑이야기로만 풀어내지 않았을 작가의 생각이 느껴졌다.
작가는 친근감이 드는 요소를 넣는 것도 현실적이다. 미니홈피를 통하여 주인공과 ‘사라’를 느끼게 했다 던가 편의점의 1+1행사 물품을 가져갔다는 것 등. 비현실적인 세상에 현실적인 요소나 물품 등을 배치함으로써 더욱 책에 몰입할 수 있게 된 느낌이었다.
책은 굉장히 흥미롭다.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설정과 그 꿈을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의 과정. 적은 등장인물의 사용임에도 다양한 감정과 느낌을 표현해내려고 했다. 내가 만약에 이 상황에 처하면 어떨까 하는 감정이입적인 요소도 충분히 담겨있다. 다만 몇 가지 소재들 (홈페이지의 대화, 로빈슨 크루소 등의 책들)이 사용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하게 활용이 되지 못한 점은 상당히 아쉽다. 그리고 중요한 등장인물로 생각했던 ‘그’의 비중이 나중에는 적어졌던 점과 계속 해결사로 느껴졌지만 마지막에 특별한 설명이나 해답을 전해지지 않은점은 안타깝다.
작가의 생각과 느낌이 신선했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재미있게 꾸며져 있다. 이 책은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첫 작품이니만큼 신선하고 거침없다. 앞으로의 소설들을 기대해 볼만한 재미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