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마모에 - 혼이여 타올라라!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처음 책을 받았을 때 두꺼운 분량에 사뭇 놀랐다. 걱정도 되었지만, 의외로 흡입력이 굉장한 책이다. 속으로 분개하면서 순식간에 넘어간다고 해야 할까?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도시코의 가족 간의 이기심에 놀라고 말았다. 도시코의 위주로 전개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나 역시 도시코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식들의 몰상식한 행동, 특히 아키유키의 이기적인 행동은 눈을 뜨고 보지 못할 정도로 추악했다. 법적으로는 도시코가 자신의 유산을 전액을 받을 수 없겠지만, 아키유키는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에 대한 걱정과 배려는 전혀 하지 않고 자신이 살 궁리만 하는 이기적인 인간상을 보여줬다. 미호는 어머니에 대한 배려는 가지고 있었으나, 오빠가 독차지 하는 것이 보기 싫어서라는 이기심은 역시 가지고 있었다. 가족 간에는 서로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을 것 같았는데 돈 하나로 자기 입장만 주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화가 났다.

 

 읽으면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이라고 하면 역시 도시코와 타카유키 부부간의 관계였다. 아직 나는 도시코 부부의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자식의 입장에서 밖에 바라 볼 수 없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타카유키가 이토에게 했던 말 중에 '아내는 가구다. 바꾸려고 해도 바꿀 수 없는' 이 부분 이었다. 불현듯 우리 부모님이 그러시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께서는 전업주부시고 아버지께서는 일을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도시코와 타카유키 부부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부모님간의 관계를 깊이 알 수 없는 나는 서로에 대해서 어떤 느낌을 갖고 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제는 사랑보다는 다른 무엇인가에 이끌려서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타카유키의 바람에 대해서 긍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타카유키의 행동은 우유부단했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극복하지 못하는 위기를 새로운 여자를 통해 이겨내려고 했던 모습은 굉장히 비겁해 보였고 당당하지 못한 일이라서 더욱 어이없었다.

당당하지 못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의 사랑을 주장한 이토에 대해서는 끝까지 이해할 수 없었고 동정에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도시코가 가지지 못했던 타카유키의 사랑을 독차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처지가 불행하다고 여기며 이기심을 가지고 있다. 그녀 역시 동정의 대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녀의 행동이 떳떳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정을 해줘야 할까? 어쩔수 없었던 것일까? 그녀는 그만한 각오 없이 타카유키와의 사랑을 한 것일까?

 

 도시코의 친구들은 책을 읽어가면서 현실적인 느낌을 더해줬다. 특히 서로 다른 성격들을 제시하면서. 에이코라는 친구는 실제로 존재할 것 같은 느낌이 강했다. 굉장히 자기주장이 강하며 어리광이 심하며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기도 하는.

도시코의 우유부단함이 점점 강인함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 끝까지 해결 되지 못하면 어쩌나 했던 유산문제와 이토의 문제를 결국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는 과정은 좋았다. 그녀의 굳건한 다짐과 변화는 아마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 넣어준 것 같았다.

 

 책 중간의 캡슐호텔에서 만났던 노다의 존재는 무엇이었을까? 새로운 사랑의 전개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지막의 노다의 편지도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 이었을까? 단순한 고통을 겪은 사람 으로써 도시코를 깨우치기 위해 등장한 것일까?

 

 그녀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을 보여줬던 다마모에. 지금까지 살아왔던 그녀의 인생은 의미있는 인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지금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고 하고 그 삶은 의미를 가질 수도 있고 의미를 갖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새로운 삶에 대한 시도는 굉장히 좋은 것 같다. 나도 내 인생을 새롭게 시작해야 할 시기인데 그녀의 새로운 모습에서 나도 역시 변해야 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마모에'는 지난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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