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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사 산책 1 - 20세기, 유럽을 걷다
헤이르트 마크 지음, 강주헌 옮김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1년 6월
평점 :
<유럽사산책>은 20세기의 유럽의 역사를 한 부분이 아닌 유럽 전체로 조망하고, 작가가 여행하면서 역사를 그림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책이다. 기존의 딱딱한 문어체 형식으로 된 역사책과 다른 세밀한 표현들이 눈에 띤다. ‘1년 내내 유럽 전역을 여행하면서, 나는 낡은 페인트를 벗겨내는 기분이었다.’라든지 ‘통계수치, 기도와 침묵으로 점철된 무심한 세월만이 오랫동안 흐르고 있다.’ 등 말이다. 또한 작가의 표현력과 여행기를 통한 역사 이야기는 교과서적이지 않고 스스로 의문을 갖는 새로운 역사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듯이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는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반성과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톱니바퀴처럼 돌아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이 비슷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유럽사산책> 중 두 역사적 사건이 눈에 띤다. 먼저 유럽의 균열의 시작을 보여주는 ‘드레퓌스 사건’이다. 책 내용 중 ‘드레퓌스를 두고 가족 간에 말다툼이 벌어진 후, 나무상자를 제작하던 피스톨이란 남자가 장모의 고발로 기소 당했다.’는 부분이 있다. 이는 드레퓌스 사건에 대한 이야기만으로도 친구, 가족과도 등을 질만큼 민감한 문제였음을 표현하고 있다. 지금 한 마을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제주의 강정 마을..지금도 끝나지 않은 갈등이 있는 곳. 물론 드레퓌스 사건과는 내용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 사건에 의해 사랑했던 사람들이 대립하는 모습만은 꼭 닮아 있지 않은가.
두 번째로, 안네 프랑크의 동상이 눈에 띤다. 안네 프랑크는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으로, 그녀의 일기는 아직도 유럽인들에게 읽히고 있다. 안네 프랑크의 동상을 보면 일본 대사관 앞의 위안부 동상이 떠오른다. 하지만 두 동상의 표정은 다르다. 처참하게 학살된 유대인에 대해서는 지금도 독일의 반성과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유린당했던 우리의 위안부 할머니들은 반성과 보상 없는 일본, 그 대사관 앞에서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세월을 보내고 계시기 때문이다. 동상을 안아주고 보듬어주는 건 유럽인과 우리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린 그 동상의 의미를 되새겨 너무나 다른 이 결과를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보통 역사서를 볼 때 사건, 사실만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이 <유럽사 산책>에서는 현재와 과거가 보인다. 여러분도 이 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모두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