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원, 은, 원
한차현.김철웅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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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원은원
저자 #한차현 #김철웅
출판사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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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음

다수의 소설을 쓴 소설가와 충무로 촬영팀이자 시나리오 작업을 했던 이의 합작품이라 그런지 책을 펼친 순간, 그냥 단숨에 읽게 되는 영화같은 소설이다.
sf라고는 하지만 전문적인 배경지식이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 쉽게 읽히면서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나의 예상을 빗나가기 일쑤였다.

소설은 차연이 600일 기념으로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며 공항에서 헤어지고 난 후 흔적조차 없이 사라진 은원을 찾아나서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눈 가는 곳마다 일상의 흔적들이 가득할수록, 손 가는 구석마다 은원의 냄새가 친숙할수록, 오히려 , 알 수 없이 불편하고 불길한 예감이 더욱 거세게 차연을 등 떠밀고 있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제 어떤 가능성을 사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만 같다.
은원이 사라졌다. 은원이 사라졌다. p.17

함께 자주 만났던 은원의 지인을 찾아가지만 그곳에는 차연이 알던 이가 없다. 같은 장소, 같은 이름이지만 다른 이가 있는 황당한 상황이다. 실종 신고를 했지만 대한민국은 실종 공화국이라며 매일 미성년자 71명과 성인 127명의 실종 신고가 발생되고 그들 중 95%가 일주일 안에 돌아온다며 무심하게 말하는 경찰과 그 경찰의 질문에 대답할 것들이 별로 없다는 점을 깨닫고 우울해지는 차연. 600일. 횟수로 3년. 은원을 아는 그 누구보다 은원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사소한 모든 것조차 기억하는 차연은 은연을 생각하며 하나씩 되짚어본다.

잡스러운 것들에 유난히 집착하는 편이거든요. 머릿속에 서랍장이 많이 있어서 그런 것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두는 게 취미죠. 변태처럼. p.128

은원이를 사랑한다면, 차연 씨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면, 세상에 단 한 사람으로 족하지 않겠습니까. p.181

단 한두 장면 만에 모든 것이 삽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이들은 누구인가.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부터가 거짓인가. 끝까지 살아남는 일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p.250

소설은 현재와 차연과 은연의 만남부터 끌림,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거를 오가며 빠르게 전개된다. 마치 추리소설처럼 전개되다가 sf적 요소가 나온다. 연인의 사랑을 비롯해 주변의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의 다정함들을 이야기 하면서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들을 끌어온다. 비판적인 시선을 강요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옮겨두고 독자의 시선으로 해석할 수 있게 만든다. 읽기엔 가볍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충격적인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는 결국엔 극복할 수 있음을. 그 희망을 보여주는 소설이라 좋았다.

불멸의 욕구가 계속 거세진다면, 미래에 충분이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소름돋는다. "철학한다는 것은 죽음을 아는 것이다."라고 어느 철학자가 말했듯 사랑하는 이의 생이 끝나는 것을 염려하고 슬퍼하기보다 잘 보내주는 것을, 죽음 전에 어떤 추억을 만들고 쌓아갈지, 죽은 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를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다른 세상을 생각한다. 다른 우주를 생각한다. 사과 한 알이 바위보다 무거운 우주. 시간이 거꾸로 흐르고 꽃이 시들어 씨앗으로 자라나는 우주,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에 의해 현재의 운명이 정해지는 우주. 잠시만 머물다 돌아와도 지구의 수천 년이 흘러가는 우주. 그러나 영영 닿을 수 없는 우주.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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