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차 - 중국차가 처음인 당신에게,
조은아 지음 / 솜씨컴퍼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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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순간부터 차를 하루에 한 잔씩 꼭 마신다. 예전에는 물도 잘 마시지 않는 생활 습관도 그렇고, 귀찮음이 앞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으나 오히려 최근에 왜 그런 습관이 들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차를 마시게 된 후로는 독서할 때도 아침에는 따뜻한 물, 낮에는 커피, 밤에는 차를 옆에 둔 채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이전에는 별관심 없었던 차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돋았다. 차를 떠올릴 때면 대만에서의 추억이 동반되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굉장한 중국 차 마니아이다. 시작에 앞서 차와 관련된 개념들을 짚어 주고 넘어가는데, 티백을 담가 마시는 단순한 차가 아니라 심도 깊고 전문적인 정통 다례를 이야기한다. 가령 녹차와 홍차가 이름이 아니라 발효도에 따른 분류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차에 얽힌 설화나 이름의 유래 설명도 곁들여져 있어 한층 풍미가 더해졌고, 첨부된 사진에서도 작가의 애정이 담뿍 느껴졌다. 부록에는 라테, 밀크티, 라씨 등 차를 활용해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음료의 레시피가 담겨 있다. 단아한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 따라 해 보고 싶은 마음이 물감처럼 퍼져나갔다.

  내가 차를 마신 뒤 내릴 수 있는 평가는 우롱차는 조금 쓰지만 특유의 향이 있다거나, 국화차는 부담 없이 무난하게 마실 수 있다거나, 히비스커스는 식초처럼 톡 쏘고 시다는 식의 단편적인 감상뿐이기에 미묘하게 달라지는 끝맛과 속맛을 잡아내는 작가가 조금 부러웠다. 또한 그녀가 소개하는 차는 전통적인 것이 대부분이라 흥미로웠다. 홍루몽에 등장했다는 육안과편에도, 작은 알 모양으로 뭉쳐 뜨거운 물 위에 얹으면 꽃이 피는 듯하다는 공예차에도, 이름부터 예쁜 백호은침과 월광백에도 관심이 생겨 독서 노트에 열심히 적어 두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정통 다례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티백으로 차를 우리는 과정은 따로 설명할 필요 없이 쉽기는 하지만, 차에 관한 애정이 아주 크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간단한 티백을 이용할 것이기에 그런 보통 사람들에게는 활용도가 높지 않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티백을 주로 이용하기에 “그렇구나....” 하는 단순한 감상만 남고 공감이나 도전 의식은 솟지 않았다. 하지만 얕은 지식을 쌓거나 마음을 덥히는 데에는 의심할 여지 없이 적합한 책이다. 백팔십 페이지 정도를 읽고도 아직 정통 차는 나에게 어렵다. 그래도 어느새 찻잎이 마음에 날아와 앉았는지, 책장을 덮을 무렵에는 문득 먼 훗날 언젠가 소중한 사람에게 차를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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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오묘한 심리학 -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김소희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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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는 욕이 참 많다. 다양성보다도 대부분의 욕설이 알고 보면 성적인 용어이거나, 상대의 어머니를 비하하는 참 치사한 방식이라는 사실은 더 기함할 만하다. “게임을 하다 보면 상대가 어머니 안부를 묻는다”, “게임하다가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식의 우스갯소리가 웃지 못할 현실이라는 것은 나 역시 게임 유저로서 익히 알고 있다. 어떤 욕이든 다 참아도 부모님 욕만은 참지 못하는 나는 나를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런 이야기가 오갈 때면 부글부글 마음이 끓곤 한다. 자기도 엄마 덕분에 세상에 나와서 게임을 할 수 있는 건데, 배은망덕하기 짝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미성년자도 교육이 필요하지만 성인이라면 더 한심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이미 ‘젊은 꼰대’일지 몰라도 어머니의 무게를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은 존중하고 싶지 않다.

  『엄마의 오묘한 심리학』은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진솔한 경험을 기반으로 자주 충돌하는 마음을 담았다. 아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끌어안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 모두 희생해야 하나 싶지만 나 자신도 가꾸고 싶다는 욕구. 대표적으로 그런 마음들이 상충한다. 처음 책을 펴 보고 시처럼 구성되어 있어 당황한 기분도 잠시, 그녀의 이야기에 곧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사회 생활과 관련된 일화에서는 여자로의 삶에 공감하고, 운전대만 잡으면 급한 성격이 나온다는 운전 습관 일화에서는 뜨끔하기도 했다. 육아에 힘쓰면서도 자기 자신을 놓지 않고 투자하거나 소비하는 김소희의 일상을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 <네 아이는 네 아이가 아니다>라는 드라마를 봤다. 아이를 바른 길로 이끌되 소유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 대만 드라마는 첫 화부터 아들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성에 차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마다 시간을 돌리는 리모콘으로 끝없이 아들의 선택을 되돌리고, 또 되돌린다. 훌륭하게 결말 지어질 리 없는 이 상황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결혼 생각은 없지만 나 자신의 삶에서 앞으로도 수없이 맺어질 사람들에게 어떤 태도로 다가가야 할지 다시 한 번 “안전거리”라는 생각의 끈을 팽팽히 쥘 수 있었다. 또한 엄마가 되며 포기하는 것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 어머니는 희생의 상징이 되고, 언제부터 엄마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으로 환언된 것일까? 모든 어머니들이 자신을 위해 얼마큼은 투자하고, 글이라는 꿈을 잊지 않기 위해 조금씩 써나가는 김소희처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보다 다양한 심리보다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두 가지에만 국한되어 있어 후반부에 와서는 동어 반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졌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지만, 나는 이런 엄마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엄마를 향한 애정은 굳센 뿌리를 내리고, 나는 더 좋은 딸이 되기 위한 ‘평생 챌린지’를 오늘도 계속해 나간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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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오페라
캐서린 M. 발렌티 지음, 이정아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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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주는 나에게 고요하고 정적인 이미지이다. 우주와 관련해서는 가장 마지막으로 본 <애드 아스트라>에서도 인간이 소음을 만들어내지 않는 한 너무 조용해서 변화하지 않는 듯 보이는 공간이었다. 그런 우주와 가장 상극일 것만 같은 디스코 볼이 단숨에 눈길을 사로잡았다.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제목은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을 통칭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우주와 음악의 조화를 꾀했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좋아하는 영화 <라라랜드>의 제작진이 영화화에 참여하기로 했다는 띠지의 문구도 빠질 수 없는 매력 포인트였다. 둘을 어떻게 접목시켰을지 기대되었다.

  영국 출신인 대니시 얄로는 한때의 글램록 스타이다. 데시벨 존스로도 더 잘 알려진 그는 미라 원더풀 스타, 오르트 세인트 울트라바이올렛과 함께 ‘앱솔루트 제로스’라는 록밴드를 결성해 활동했다. 미라가 로드킬을 피하려다가 차량 사고로 죽은 뒤 밴드는 잠정 해체의 길을 걷는다. 그러던 어느 날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한다. 외계인인 로드러너의 말에 따르면 은하에는 이미 다양한 종족과 연합이 있으며 인간 역시 지각력 있는 존재임을 입증해야 한다. 로드러너는 “당신들이 인간의 불유쾌한 부분의 합보다 크고” “부끄러운 인류 역사에서 뭐든 배웠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말살하지 않고 연합에 소속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외계인들이 추린 후보 중 유일하게 살아 있는 앱솔루트 제로스가 인류 대표로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에 참가하게 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주해야 한다”는 주제가 신선했다.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이 과거를 두고 투닥거리거다가 화합하는 모습을 상상하다 보면 마치 해외판 <슈가맨>을 보는 듯 향수가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소설은 은하에 입주해 있는 다양한 주민들을 두루 조명한다. 그동안 외계인은 <E.T>에서 시작해 <스타워즈> 시리즈, 그리고 최근에는 <발레리안: 천 개의 행성> 등의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렇기에 우주와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택한 이 소설에서는 어떤 종족을 창조해냈을지 주목하는 것도 간간했다.

   소설 속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데에는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이 깔려 있다. 은하계에서 인간은 무량억겁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겨우 ‘발견’되었으며, 그들이 이룬 업적은 지각력을 증명하는 대신 평가절하 당하고, “해로운 자아도취자 무리”로 인식된다. 하물며 오르트의 고양이 카포의 시선에서도 오르트와 데시벨의 언쟁은 “커다란 원숭이다운 문제로 커다란 원숭이식 법석”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 인간 중심적이었던 시각이 범우주적으로 넓어지며 직면하게 되는 초라한 실체는 열없고 계면쩍은 한편, 지구에 가장 늦게 등장한 존재로서의 자세를 다잡게 했다. 하지만 우주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장소만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되었을 뿐 약육강식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흠결 없을 줄 알았던 체계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은 오묘했다. 성질이 사나웠으나 일종의 교육 과정을 거쳐 순해진 종족 “에스카”의 일례는 지각력을 테스트한다는 핑계로 본성을 거세하고 억누르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게 했다. 우주 그랑프리 가요제의 꼴찌는 말살한다는 관습 역시 결국은 힘을 무기 삼아 위계서열을 단단히 다지는 것처럼 느껴져 섬뜩했다.

  탐사와 연구의 결과로 나 역시 우주에 인간 외의 다른 생물이 없다는 데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구석에는 어딘가 츄바카와 그루트 같은 미지의 생물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고 있다. 이제는 순수한 궁금증이나 의심보다 그렇기를 바라는 소망에 가깝지만. 『스페이스 오페라』는 책장이 빨리 넘어가는 소설은 아니다. 앱솔루트 제로스의 콘테스트 준비 근황과 우주에 거주하는 다수 주민 소개가 크로스오버된 탓인지, 책을 읽는 도중 길을 잃을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앱솔루트 제로스의 이야기에 적을 둔 채 새로운 종족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려 애썼다. 몰락한 가수가 극적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 되는 스토리는 얼토당토않은 클리셰처럼 느껴지면서도 훗날 넘어져도 다시 한 번 도전하라는 격려 같았다. 꺼두었다는 사실조차 한동안 잊고 살았던 ‘스페이스 오페라용 방’의 불을 밝히기에는 충분한 소설이었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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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 -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 25
오수민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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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철학적인 것들과 철학 그 자체를 좋아한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보다도 나 스스로 깊이 있는 생각에 푹 빠지고 끝없는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흥취를 좋아한다. 이번에는 철학이라는 분야와 더불어 ‘여성의 일상에 접목 가능하다’는 소개에서 읽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작부터 파스칼의 질문을 차용해 삶에 철학의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충동적인 선택은 훗날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할 뿐이라는 의견에 대한 공감, 순간의 위로가 아니라 원인을 잡아 준다는 작가의 호언장담에 매료되었다. 이 책에는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빈번히 직면할 법한 스물다섯 가지의 고민에 대한 답변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짧은 일화를 토핑 삼아 과하지 않을 정도의 철학을 딱 한 조각씩만 잘라 입에 넣어 준다. 바쁜 와중에 하는 ‘딴짓’이 실은 일의 능률을 높여 준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에우불리데스의 역설에 대한 부분은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자”와 “그래도 후일을 위해 아껴두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도 특히 눈여겨 보았다. “예술은 욕구 충족의 대상이 아니라 순수한 감상의 대상”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다루는 대목을 읽고는 누군가 왜 독서를 하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고, 실제로도 각별히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아가 리뷰 문화가 발달하며 영화의 경우에는 순수히 그 자체로 즐길 수 없게 된 나의 모습이 떠올라 우울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철학 책을 꾸준히 찾아 읽는 것치고 그 분야의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이미 아는 이야기를 할뿐더러,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같은 이유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생각보다 더 일상과 밀접해 있고 활용도가 높아 탄복했다. 다만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이라는 부제에 비해 관련 내용은 많지 않고, 설명되는 이론의 범주가 넓지 않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그리 어렵지 않게 다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함께 영영 인간의 영역일 줄만 알았던 창작조차 AI가 거뜬히 해내며 점차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각광받는 이과와 달리 ‘문송합니다’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몇 년 전보다 철학을 비롯한 문과는 지금 더 ‘전망이 없고, 돈이 안 되는 학문’으로 싸잡혀 인식된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자신을 잃는 줄도 모르고 가라앉기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바로 그 철학이 구명조끼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나라면 “철학을 동반자로 삼겠느냐, 아니면 그냥 살겠느냐”라는 질문에 언제든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더욱 확고해진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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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2 - 그래도 아는게 백배 낫다! 알아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2
마리옹 몽테뉴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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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이나 역사는 가능한 한 재미있게 배워야 한다. 전문적인 과목일수록 지루한 방식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금방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나도 지금까지 기억하는 과학 지식은 우리 집에 있던 [퀴즈! 과학 상식]이나 [Why?]에서 배운 게 대부분이다.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이미 과학 만화를 접할 기회가 없었기에, 성인이 된 나에게 이번 만화책은 어떤 과학 지식을 전해 줄지 기대되었다. 독서를 시작하기 전부터 나는 어린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앞선 소개로 유추할 수 있었겠지만, [알아 두면 피곤한 과학 지식 2]는 과학 만화책이다. 새로운 주제가 등장할 때마다 이야기 시작 전에 해당 질문을 내포한 사연을 편지 형태로 소개한다. 초장부터 “다스베이더의 성격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라는 주제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이후에도 “호빗처럼 투명 인간 되기”나 “영화 속 과학적 오류” 등 상식은 아니더라도 알아 두면 언젠가 어깨를 으쓱하기 좋은 이야기가 가득하다. 특히 고래가 인간을 삼키는 것이 가능한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대목에서는 피노키오를 떠올리며 열중하기도 했다. 나는 이번 책으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하게 되었으나 프랑스에서는 유명해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림의 크기가 크다 보니 한 페이지에 많은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이 책 한 권만으로 과학 공부를 하겠다는 목적이라면 달성하기 어렵다. 하지만 잊고 살았던 과학 지식을 향한 욕구를 환기하거나 연속된 독서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데에는 적합했다. 또한 콧수염 박사라는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친근히 다가갈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여성은 이런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그저 새로운 지식을 쌓게 될 기대심으로 충만해 책장을 넘기기에만 바빴던 그때의 나로 완벽히 돌아가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이 실려 있는 것은 사실이나 작가의 유머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단순히 유머 코드가 맞지 않는 수준이라면 좋았으련만, 스칼렛 요한슨이나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유명 여배우를 끌어다 쓴 사례가 적절치 못하게 느껴졌다. 특히 93쪽의 “화냥년”이라는 단어 사용에서는 눈을 의심했다. 그래도 어디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들을 모아 두었다는 강점을 가졌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작가가 성인지 감수성을 지닌다면 아이들에게도 소개할 수 있을 만한 흥미로운 과학 만화책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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