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 -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 25
오수민 지음 / 카시오페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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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철학적인 것들과 철학 그 자체를 좋아한다.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보다도 나 스스로 깊이 있는 생각에 푹 빠지고 끝없는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한 흥취를 좋아한다. 이번에는 철학이라는 분야와 더불어 ‘여성의 일상에 접목 가능하다’는 소개에서 읽어 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다.


  시작부터 파스칼의 질문을 차용해 삶에 철학의 자리를 마련해 줄 것을 제안한다. 무엇보다도 충동적인 선택은 훗날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할 뿐이라는 의견에 대한 공감, 순간의 위로가 아니라 원인을 잡아 준다는 작가의 호언장담에 매료되었다. 이 책에는 사람들이 살면서 가장 빈번히 직면할 법한 스물다섯 가지의 고민에 대한 답변이 담겨 있다. 작가는 자신의 짧은 일화를 토핑 삼아 과하지 않을 정도의 철학을 딱 한 조각씩만 잘라 입에 넣어 준다. 바쁜 와중에 하는 ‘딴짓’이 실은 일의 능률을 높여 준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에우불리데스의 역설에 대한 부분은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자”와 “그래도 후일을 위해 아껴두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나도 특히 눈여겨 보았다. “예술은 욕구 충족의 대상이 아니라 순수한 감상의 대상”이라는 쇼펜하우어의 이론을 다루는 대목을 읽고는 누군가 왜 독서를 하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히고, 실제로도 각별히 생각해 본 적 없었던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아가 리뷰 문화가 발달하며 영화의 경우에는 순수히 그 자체로 즐길 수 없게 된 나의 모습이 떠올라 우울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철학 책을 꾸준히 찾아 읽는 것치고 그 분야의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이 이미 아는 이야기를 할뿐더러,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사실은 같은 이유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할 때 읽는 철학책』에도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생각보다 더 일상과 밀접해 있고 활용도가 높아 탄복했다. 다만 “여성의 일상에서 바로 써먹는 철학의 기술”이라는 부제에 비해 관련 내용은 많지 않고, 설명되는 이론의 범주가 넓지 않다는 부분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을 그리 어렵지 않게 다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4차 산업혁명의 진행과 함께 영영 인간의 영역일 줄만 알았던 창작조차 AI가 거뜬히 해내며 점차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각광받는 이과와 달리 ‘문송합니다’라는 단어가 유행했던 몇 년 전보다 철학을 비롯한 문과는 지금 더 ‘전망이 없고, 돈이 안 되는 학문’으로 싸잡혀 인식된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자신을 잃는 줄도 모르고 가라앉기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바로 그 철학이 구명조끼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나라면 “철학을 동반자로 삼겠느냐, 아니면 그냥 살겠느냐”라는 질문에 언제든 주저 없이 전자를 택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더욱 확고해진 대답이다.



※ 본 게시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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