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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투명 인간
권현 / e퍼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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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기쁨과 슬픔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6개의 단편 중에서 제일 재미있었던 것은 <낯선 밤>
꼬박 3대를 거슬러 올라간 죄와 벌의 이야기다.
나치부역자, 일본군의 만행 등등
인간이 저지르는 죄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독자로서 이런 이야기 장르를 혼자서 ‘죄와 벌 장르’라 부른다. ‘죄와 벌 장르문학’은 가해자보다 피해자, 살아남은 자의 기쁨과 슬픔에 대해 말한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행과 불행, 기쁨과 슬픔, 죄와 벌이 그리 공평하게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의 슬픔이겠지....
<낯선 밤>은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할머버지의 죄로 고통받는 것이 억울할 수 있지만 원래 ‘죄’라는 것은 세월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기보다 선명해지는 법이다. 처벌받지 못한 죄는 그 자손이 융성하면 융성할수록 죄의 열매 또한 번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늘 기억투쟁이다.
잊지만 않는다면 벌은 아무리 늦어도 도달하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잊지 않느냐다. <낯선 밤>의 기억하는 자는 오래도록 기다려 결국 효과적인 징벌의 세계에 도착했다. 도착 이후 번성한 3대의 가족이 어떤 선택을 할 지,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오래 남았다.
개도살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뜬장>, 범죄자를 뒤쫓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자의 <칼과 새>등도 재미있었는데, 이 또한 죄와 벌 장르문학이다.

이 책은 용인시에서 지원하는 독립출판물로 선정되어 묶여나온 소설집이라는데, 리뷰를 쓰기 위해 인터넷서점에 들어갔는데 아쉽게도 e북으로 밖에 없었다. 아쉽군...
작가님의 건필을 응원하며 이북을 구매했다


“저 할머니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는 것은 목구멍을 날카로운 칼로 쑤시는 고통이야. 그 고통을 나 스스로 피할 염치는 없지만, 누가 강제로라도 끝내주면 엎드려 절을 하고 싶어. 그러니 이제 당신이 그 칼로 나를 찔러줘. 부탁이야.”
-칼과 새 중에서-

할아버지가 그 오랜 세월 가족 한 명, 한 명과 빚어온 그 아름다운 시간들은 정녕 의미 없는 것이었는지. 아마 할아버지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할 것이다.
-낯선 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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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의 별
이시우 지음 / 황금가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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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소녀는 좋은 곳에 가지만
못된 소녀는 어디든 갈 수 있다.”
<무명의 별>을 읽고 나면 이제 17살이 된 두 여성에게 이런 응원을 해주고 싶어진다

기존의 무협소설의 설정인 기연과 무림공적, 원수를 뒤쫓는 복수극이 모두 나오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스스로를 이름이 없는 ‘무명’과 ‘무명성’으로 부르는 두 소녀들의 성장담이었다
특히 자신의 무공에 오만한 ‘산중노인’이라는 작자에 의해 길러진 ‘무명’은 이름과 가족, 교육의 기회를 모두 빼앗긴 가스라이팅 피해자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나 욕구보다 오로지 스승이자 부모인 ‘산중노인’의 지시만으로 살아간다
그런 무명이 자신의 머릿속에 가득찬 ‘산중노인’의 목소리를 거부하고 세상으로 뛰쳐나온다
두려움과 외로움을 가득 안고.
평범한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무림천재 ‘별’을 만나며 무명은 일상이라는 것, 그러니까 밥 먹고 쇼핑하고 친구와 같이 지내는 것을 경험하며 비로소 성장한다.
무명에게 필요한 것은 누구나 파괴할 수 있는 ‘힘’이 아니라 ’마음을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이었으므로.

소설의 화자는 권별이지만 나는 온통 무명에게 빠져 이야기를 읽었다
프랑켄슈타인처럼 길러졌지만 자신의 운명과 가스라이팅을 찢어발기고 우뚝 두 발로 선 사람, 무명

무명과 무명성의 성장모험담이 흥미진진했고 앞으로도 그들의 모험담이 더 궁금하다
이시우 작가님, 이야기 더 내놔요!

#무명의별#이시우작가#소녀는성장하며운명을찢어#자유로운소녀는어디든지가지#무협로맨스하이틴물#무협입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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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밖에 난 자들
성은영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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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할머니인 유정 씨는 '할머니'라는 호칭을 극도로 싫어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이 일찍 죽었다고 혼자 키운 딸에게 자신의 성을 물려줬다.' (14p)

 

'내가 그녀의 애간장을 녹이면서까지 굳이 간판을 바꿔달았던 건 누구의 며느리나 아내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였다.'(137p)

 

 책을 잡고 슬슬 읽으려다 어쩌다보니 꼼짝않고 다 읽었다.

 중간에 끊기엔 화자인 '귀랑'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를, 제대로 사과하기를 혹은 벌을 받기를 애타게 기다렸기 때문이다. '꼭지'의 말처럼 능력있는 '유정'의 손자인게 큰 벼슬인 귀랑은 건강한 남자들의 본능이니까라며 죄의식 따윈 느끼지 않고 여자들을 괴롭히는 악행을 하며 자라난 남성이다.

 네가 이뻐서 그러는거야.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거다라는 변명을 하면 그저 넘어갔기 때문에, 혹은 여자애가 겁도 없이 어울려 다녀서 남자애들이 충동적으로 실수를 한 거라고 말하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평범하고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뻔뻔함은 그다지 낯설지 않다.   

 남성에 의해 저질러지는 여성 폭력 사건에 달리는 많은 수의 댓글은 남성의 본능과 피해자의 행실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다. 귀랑은 끝의 끝까지 자신이 크게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알았어, 내가 잘못했어. 그래도 이건 아니지, 나 지금 무지 반성하고 있어."

  알았어, 잘못했으니까 이제 그만하고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말만큼 모욕적인 말도 없다.

 진짜 피해자의 아픔에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사이좋게 지내자라는 말은 나올 수 없다.  그런 말은 아무런 변화도 원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사회구조나 제도, 그 어떤 것의 변화도 전혀 담보하지 않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저 피해자에게 계속 조용히 아파하라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화자가 악행을 저지르는 귀랑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예전부터 남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귀랑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며 남의 말은 듣지 않는 사람이다, 아니 듣지 않아도 되니 그렇게 사는 것이겠지. 아마 조금이라도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면 자신이 빠진 상황을 더 빨리 눈치챌 수 있지 않았을까?

소설 중간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오로지 인터넷 카페의 글로만 존재했다 사라진다.

그리고 다시 소설의 마지막 화자는 역시 귀랑이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억울하고 다른 사람을 원망하기에 바쁘다.

 인생의 주인이 자기자신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유정'은 외모도 나이 든 모습도 상당히 아름답게 묘사된다. 그저 손자의 눈에는 곱상하고 날씬한 할머니지만 그녀는 자신을 억압하는 것과 언제나 싸웠고 누구의 아내, 어머니, 할머니가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 전투도 불사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유정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 머리속으로 윤여정 님이나 문숙 님 등 여러 배우들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글을 읽었다. 이런 매력적인 유정이 소설속에서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조금 아쉽다. 속편이라도 바랄만큼. 하얀 색 옷을 좋아하는 유정씨, 그래 아름답게 살려면 그냥 꼬처럼 웃기만 해서는 안된다. 열라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것이다.

 끝으로 출판사가 이런 소설을 내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할 것 같다. 다들 많은 격려와 지지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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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밖에 난 자들
성은영 지음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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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맛, 매력적인 인물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라는 소설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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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지켜주지 못한 아이들 - 조현병 환자의 아들들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수잔 L. 나티엘 지음, 이상훈 옮김 / 아마존의나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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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그냥 크리스토퍼가 아니라, 부모님께서 유명한 동화에서 이름을 따 크리스토퍼 로빈이라고 이름 지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항상 깊은 인상을 주었다. 어떤 아이에게도 그것은 무척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크리스토퍼 로빈은 모든 사람을 구해야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저자 수잔 L.라티엘은 심리치료사로서 30년 넘게 치료를 이어 오고 있다.

 저자의 어머니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고 오빠인 크리스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가 되었지만 끝내 자살한다. 정신의학에 대한 많은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어머니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못했고 자신도 구하지 못한 오빠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마지막 장이다.

 정신병을 앓는 부모 아래서 죄책감과 수치심, 두려움을 안고 자란 열 두명의 사람을 인터뷰한 내용의 이 책은 한 번에 내쳐 읽기는 쉽지 않았다. 작고 여린 아이들이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을 가지고 성장기를 거치는 이야기는 마음을 송곳처럼 찌른다. 한 명, 한 명의 인터뷰가 끝낼때마다 책장을 덮고 숨을 고르고 골랐다. 인터뷰 했던 사람들은 그들이 자랄때 있었으면 했던 책이 만들어지는 데 자신들이 기여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고 한다.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직 조현병 등의 정신질환은 절대 말해서는 안될, 눈에 띄어서는 안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처럼 말할 수 없고 그래서 쉽게 도움을 요청하기 도 힘든 질환때문에 받는 어린 아이들의 고통을 알게 되면 더 이상 모르는 척 하는 것은 끔찍한 악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해주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 그게 제 잘못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 남들과 다른 아버지나 어머니를 가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 있었다면,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자연재해처럼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가족의 문제로 고통받은 사람들이 한결같이 인터뷰어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자신에게 직접 일어나지 않는 고통도 나눌 수 있는 위대한 능력인 '공감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가 되면 손을 내밀기도 하고, 내민 그 손에 의지하기도 한다.

 부디 이 책이 많이 읽혀서 정신질환이 낙인이 아니라 더 않은 이해와 배려, 허용을 받길 바란다.

 특히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교사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한다.

 우리는 서로를 돕는 과정에서 나 자신도 돕게 된다.

 이 책이 많이 읽혀서 이 저자의 <광인의 딸:정신 질환을 가진 부모와 함께 자라고 늙어 가는것>도 꼭 출간되길 바란다. 출판사 아마존의 나비,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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