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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러브레터라고 하면 활자마다 보낸 이의 마음이 전해져 따스하고 순진무구한 느낌이 가득하다. 색으로 치자면 하늘색이라 표현하고 싶다. 그렇지만 '기묘한 러브레터'는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제목이 주는 '기묘하다'라는 어감이 주는 느낌이라고만 하기엔 어딘가 석연치 않다. 색으로 치자면 검붉은 색이라고 해야 할까?
여하튼 이런 러브레터라면, 극구 사양할 것이다. 혼자 늙어죽고말지_

독특한 형식의 소설책이다. 인터넷상에서 주고받는 편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은 미즈타니와 미호코 두 사람이다.
결혼식 이틀 전을 마지막으로 볼 수 없던 신부 미호코.
'결혼식까지 못 기다리겠어요. 오늘 밤에 식을 올리고 싶어요'라며 기쁜 듯이 말하던 신부가 사라졌다. 그리고 30년의 세월이 흘러 인터넷이라는 매개체로 연락이 닿았다. 한때 결혼까지 약속했던 두 사람인지라 함께 공유했던 기억들이 많다.
처음에는 뭐지? 싶다가 중반부에 접어들면 어랏?하게 되는 스토리라인. 마지막에는 뭐야? 하며 버럭 화를 내며 놀라게 되는 예측 불가능한 소설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처음에는 단조로운 편지일 따름이었다가 마지막에는 왜 이 책 '기묘한 러브레터'가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에까지 올라올 수밖에 없었는지 인기를 가늠할 수 있게 된다. 조금 더 과장을 덧붙여 마지막 한 페이지를 위해 열심히 남의 러브레터를 읽었던 것인가 싶다.
대학교 연극부원 활동으로 알게 된 미즈타니와 미호코. 대본을 쓰고 연출할 정도로 연극에 조예가 깊던 미즈타니였기에 결말을 알고 나서 다시금 보게 된 그의 행적이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그가 보낸 이 모든 편지가 그가 연출하고 대본을 쓴 한 사람 미호코만을 위한 연극이었던 것이다.
인간이란 누구나, 여차한 순간에는 배우도 아닌데 훌륭한 연기를 할 수 있는 법이에요. (P. 87)
당신을 그리워해서 쉰이 넘은 지금도 저는 혼자에요, 암이 재발해서 저는 마음도 몸도 엉망인 세상 불쌍한 남자예요,라는 것은 미호코 그녀의 동정심을 조금이나마 얻기 위한 그의 계획의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 결혼식 당일 신부가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신랑 미즈타니에게 있었다. 결혼식 전날 밀린 업무로 귀가가 늦어지고 있는 미즈타니 집에서 그녀의 눈에 들어온 머리핀이 그녀에게는 복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집이 파산한 후 형편이 어려운 미호코의 어머니가 집에서 머리핀을 만드는 부업을 해서 유난히 머리핀에 눈이 가던 그 시절의 미호코.
그 머리핀은 파출소 실종아동의 머리에 꽂힌 것과 똑같은 것이었다. 아이의 엄마가 손수 만든 것이라 이 세상 유일무이한 것.
그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 것이다. 남자 하나 잘못 만나서 골로 가기 전에 진즉에 현명한 판단을 한 미호코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미즈타니가 중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나서 맡아주겠단 친척이 하나 없었을 때, 그에게 손을 내밀어 준 분은 고모와 이혼하고 재혼해 다른 가정을 꾸린 채 살고 있는 고모부였다. 고모부는 그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분명 그는 자신과 세 살 차이나는 유코와 대등한 사랑을 받고 자랐다. 고모부는 그에게 대학 진학 후 학비며 생활비 기숙사비 등을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 더불어 그는 미즈타니를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철부지 딸의 응석도 받아줄 만큼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고모부와 유코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열어서는 안되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그는 고모부의 옷장 깊숙한 곳에서 금고 상자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나체의 유코.
그때부터였을까? 그가 다른 사람을 해하는 것을 통해서 만족을 느끼는 삶을 살아왔던 것은?
밝은 유년기를 가지지 못한 그, 그렇다고 그가 저지른 모든 만행이 용서받을 수는 없을 것이다.
'기묘한 러브레터'를 손에 쥔 이상 결말이 궁금해 계속 읽어갈 수밖에 없다. 단 한 권의 책으로 많은 독자를 사라잡은 복면 작가 '야도노 카호루'에게 당신도 이끌려 들어가 보길_
요즘은 사랑이 아닌 사랑을 사랑이라 여기며, 사랑을 갈구하는 자들이 넘쳐난다. 데이트 폭력의 그늘 안에 자유롭지 못한 청춘들. 차라리 사랑하지 말 것을. 차라리 혼자일 것을.
하지만, 그 누가 가는 발끝마다 지뢰밭인 줄, 점점 구렁텅이로만 빠지는 늪일 줄 알았을까 싶기도 하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