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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는 핑크
스콧 스튜어트 지음, 노지양 옮김 / 다산어린이 / 2021년 4월
평점 :
십 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오래도록 뿌리내린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 법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성역할 고정관념이다. 남자에게는 '남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세 번 운다'라는 식으로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을 강조해왔고, 여자에게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라는 식으로 자기 의견을 내지 못하고 수동적인 모습이 바른 모습이라 여겨왔다.
물론 지금은 과거보단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져 변화가 느껴지곤 있지만 아직도 미미한 수준이라 생각된다. 일상생활 곳곳에 성역할 고정관념이 아직도 자리하고 있다.
'내 그림자는 핑크'는 이러한 사회를 향해 말한다.
남자 여자, 이분법적인 사고가 아닌 다양성을 인정해 주자고.

아기의 탄생을 앞두고 부모들은 아기의 물건을 사는 재미에 흠뻑 빠지게 된다. 아기의 성별을 알고 나서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아들은 파란 계열의 물품을 딸은 분홍 계열의 물품을 구비해 놓는다. 쉽게 고칠 수 없는 오래된 습관처럼.
'내 그림자는 핑크'는 그런 오래된 습관에 의문을 제기한다.
남자도 핑크를 좋아할 수 있다고 말이다.
어른들은 다양성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타인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좋아하지 혼자 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 그림자는 핑크'에 등장하는 남자아이의 아빠도 아들의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는다.
분홍 그림자를 지닌 아이.
로봇보다는 인형을, 축구보다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의 그림자는 핑크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곧 파란색으로 변할 거야. 다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야."
아이는 자신을 드러낼 수 없어 자꾸만 의기소침해진다.
내 그림자도 다른 사람들처럼 파란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그림자도 아빠나 형들처럼 파란색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기다움, 나다움을 때때로 놓아버리고 싶은 아이의 마음.
학교에서 원하는 옷을 입고 등교하기로 한 날, 아이는 치마를 입고 학교에 간다.
모두 파란색의 그림자를 지닌 친구들 앞에서 '안녕'이라는 인사도 쉽지 않다.
속상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공간에서 눈물을 흘리는 아이.
'내 그림자는 핑크'를 그리고 쓴 스콧 스튜어트는 겨울 왕국 속 엘사를 좋아하고 인형을 좋아하는 아들을 둔 아빠이다. 어느 날 아들이 엘사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갔다가 슬퍼하는 아들을 보고 이 그림책을 썼다고 한다. 아들을 위해 학교에 엘사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간 스콧 스튜어트.
아이의 성격이 기질적으로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일 수 있듯, 좋아하는 것 또한 다를 수 있다. 기존 잣대를 거둬들이고 아이가 가지고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함께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어쩌면 어른들의 몫일 것이다.
아이는 존재만으로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니까.
*이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