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자연스럽게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 좋아서 찍는 내 사진의 즐거움과 불안, 욕망
황의진 지음 / 반비 / 2024년 4월

사진첩에는 8만 장 이상의 사진이 쌓여있고 그걸로 모자라 비디오와 카메라를 활용해 일상을 기록한다. 순간을 습관처럼 기록하면서 사진을 왜 찍는지, 나아가 내 얼굴이 담긴 사진을 왜 남기는지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한다.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서’라는 보편적이고도 평범한 대답은 저자의 파헤침 앞에 속수무책이다. 기존의 우리 또래 여성들과 다르게 사진을 잘 찍지 않으며 오히려 싫어하는 축에 속하는 저자는 왜 또래 여성들이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고 SNS에 전시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바탕으로 여성의 삶과 그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시선을 거시적으로 바라보며 탐구한다. 이야기는 지금 현세대 뿐만 아니라 100년 전의 배경부터 다루며 피사체였던 여성이 사진의 주체가 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하지만 여성들이 카메라를 쥐는 주체가 되어 셔터를 누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고 해서 진정한 주체가 되었을까. 잘나온 사진과 못나온 사진을 구분하고, 사진을 보정하고, 자연스럽게 나온 사진을 좋아하고, 업로드할 사진을 검열하는 우리는 과연 ‘나’를 위해 사진을 남기는 게 맞을까? 나보다는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사진마저 검열하는 것이 아닐까. 여성들이 사진을 남기는 이유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행위 자체가 여성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책을 끝까지 읽으니 행위의 주체로서 내 행동에 이유를 찾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복잡한 마음 없이 주체적으로, 안전하게 ‘나’를 드러내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날이 얼른 다가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