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 스펙트럼
신시아 오직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읽는 것만으로도 인물이 겪은 추위와 고통이 느껴진다. 이 짧은 소설은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어떠한 폭력과 핍박을 겪고있음을 드러낸다. “스텔라는 추웠다. 뼛속까지 추웠다. 지옥인가 싶은 추위였다.” 소설의 첫 문장은 역설적이게도 짧은 소설을 길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아이를 안고 끝이 보이지 않는 거리를, 매서운 추위 속을 걷는 소녀를 눈앞에 그려지게 한다. 이어지는 섬세한 묘사는 처절한 감정마저 느끼게 만든다.

나치의 압박을 직접 겪지도 않고 밀접한 관련도 없지만, 이러한 참혹함을 아름다우리만치 섬세하게 그려낸 신시아 오직의 표현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비슷한 역사가 존재하는 나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먼 나라의 비극마저 다시금 떠올려보게 했으니 말이다. 우리에겐 내것이 아닌 참혹한 현실도 나의 일처럼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책은 그것을 가능케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