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
박세진 지음 / 마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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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패션의 변화와 결합의 흐름을 다룬다. 패션계의 큰 파장을 불러왔던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디렉팅을 시작으로 발렌시아가, 버질 아블로 등 큼지막한 유행, 그리고 패션과 사회, 패션산업으로 이어져 패션의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다양성의 범위는 더욱 넓어졌다. 타인과 다름을 표방하는 것 자체가 메이저가 되어버린 시대다. 변화는 혼자 하지 않는다.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큰 목소리는 고정적 성관념에 대한 반대, 인종주의 반대, 비만혐오 반대 등 다른 목소리로 이어졌고 이 목소리는 다양한 디자인, 치수, 성별의 구분 없는 옷을 만드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패스트 패션을 문제 삼는 환경 문제의 대두는 친환경 소재로 옷을 제작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시대에 패션은 겉모습 뿐만 아니라 가치관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다양함이 다양해져서, 그 다양함이 범주화되고 곧잘 조롱 받는 세상이다. 무시 받아야 할 패션이란 게 따로 존재할까? 저자의 말처럼 ’다양함에 대한 두려움을 치우‘며 넓은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더욱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이 책을 일독해야 한다. 분명 패션을 바라보는 시야가 더욱 넓어질 것이다.

📎 고급 패션 브랜드들은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재미있다고 여기며 인종적 편견과 농담, 남녀 성역할에 대한 편견, 다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을 패션과 광고를 통해 드러냈다. 이제는 이런 사고를 치면 전 세계적인 반발과 함께 불매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산업은 거의 다 비슷한 상황인데 케이팝의 경우에도 인종적, 성차별 이슈가 종종 도마에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통제할 방법은 없겠지만 그 생각이 머리 바깥으로 나오고, 그게 제품화되어 ー 혼자 운영하는 양장점도 아닌 ー 회사 바깥으로 나오는 동안 아무도 통제하지 않았다는 건 조직 구조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 모호함이 가득하지만 사람들은 패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옷뿐만 아니라 손에 닿는 모든 것에 취향을 반영하는 일상은 세련된 현대인의 지표가 되었다. 언뜻 개인의 취향 자체가 이미 타인 의존적인 속성을 가지기에 SNS 같은 거대한 창 속에서 ‘개인의 취향 존중’은 외려 서로 같아지는 길로 가는 듯 보이기도 한다. ’나는 남들과 달라‘하는 이들끼리 서로 비슷해지는 거다.

📎 서로 다른 각자의 삶의 방식을 존중하고 남한테 전혀 상관하지 않는 태도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목표는 아니다. 낯선 모습을 보면 일단 적대감을 표출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흔하다. 2018년에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눈이 나쁘면 당연히 안경을 쓴다. 그럼에도 뉴스 진행자처럼 권위가 필요한 자리에서 여성은 대개 안경을 쓰지 않았다. 여전히 구시대적 비판과 반감이 존재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개개인의 도전과 시도가 나아가기 어려운 한 칸을 내딛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있다.

📎 패션의 매력과 즐거움 모두를 관통하는 건 다양함에 대한 두려움을 치우는 거다. 어차피 옷은 옷이다. 아무리 이상한 걸 입어도 웃기는 정도에 그친다.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지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다양하게 보고 입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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