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일본책 - 서울대 박훈 교수의 전환 시대의 일본론
박훈 지음 / 어크로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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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일본책 / 박훈

어떤 대상을 싫어하더라도 제대로 알고 욕하자는 신조를 가진 내게 이 책이 도착했을 때 처음 느낀 감정은 ‘반가움’이었다. 일본이라는 나라를 적대시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일본 문화를 누구보다 열심히 즐기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왔기에 반가움과 함께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이 반가움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찝찝함만이 남았다. 책의 흐름은 비슷한 듯 다른 한국과 일본을 비교 분석하며 두 나라를 칭찬하기도, 비판하기도 하다가 어떻게 일본을 다뤄야하는가에 도달한다.

필자는 ‘비판을 위한 비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만 하나의 사례를 두고도 일본에서는 장점을, 한국에서는 단점을 찾는 듯 보였다. ‘한국에 너그러워지자’는 마음은 아니지만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도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한국을 上から目線하는데 굳이 그들의 생각을 배려씩이나 해야하나 싶은 마음이 들어 껄끄러웠다.

이에의 자손들이 가문의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무조건 물려 받아야 하는 문화에 대해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으며 적성을 생각 않고 전통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온 나의 견해와 반하게 이를 한국이 배워야 한다는 색다른 견해를 제시한다. ‘게양’이 일본어라면 ‘국기’도 ‘민족’도 일본어라고 현대 한국어 형성의 역사를 잘 모르고 있다는 등 아래로 내려다보는 듯한 견해가 곳곳에 배어 있어 읽는 내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위험한 일본책>이라는 제목이 편집부에서 숙고한 제목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로 한국과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사뭇 다른 내용이라 아쉬웠다.

📎 그러나 지옥은 역시 겪지 않는 게 좋다. 또다시 지역 질서 재편의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지옥이 장구한 세월 동안 여러 번 되풀이되어온 걸 보면 역시 구조적인 원인이 있고, 운명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구조든 운명이든 이번만큼은 안 된다. 그러니 이번에는 민족의 이름을 앞세운 철부지들의 허세도, 젖내 나는 이상주의적 헛소리도 벌레 보듯 쫓아버려야 한다. 오로지 차가움과 노회함만이 지옥을 돌려세울 수 있다.

📎 국제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이 아닌 이상, 어떤 나라도 그에 주파수를 맞추지 않을 수 없다. 그건 섣불리 ‘민족자주’ 운운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어려운 길을 가지 않으면, 혹은 그 길을 찾아낼 능력을 기르지 않으면 민족자주는 공염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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