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언어가 될 때 채석장 그라운드 시리즈
이소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겐 조금 어려워 평소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문학과 지성사의 ‘채석장’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번에 나온 ‘채석장 그라운드’는 해외의 정치, 사회, 예술 에세이를 소개해온 ‘채석장’ 시리즈에 이어지는 것으로 국내 필자들의 에세이를 다양한 형식에 담아서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다양한 출판사의 자리 잡힌 시리즈를 좋아하는데, 이 ‘채석장 그라운드’도 좋아하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각 장의 중심 소재를 ‘X(곱하기)’로 연결하여 단순한 연결보다 각 주제가 교차되고 있음을 드러내며 이 주제들이 분리가 되어있는 게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규정 지으며 연결되는 개념임을 보여준다. 보편X특수, 지식X권력, 나X너, 계급X여성, 자본X시간, 생산X소비 총 6장으로 되어 있으며 이 목차를 통해 저자는 솔직한 자기 이야기를 전개한다.

평소 ‘나는’, ‘내가’와 같이 시작하는 글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정보성을 띠는 글을 읽을 땐 객관적이고 검증된 결과만을 보고 싶은데 자기 중심적인 말을 신뢰성을 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의도적으로 ‘나’를 드러낸다. 이 글은 인간 보편의 생각이 아니고, 진리도 아니며 그저 자신의 주장과 생각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판의 여지를 열어두기 위함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나’에 관한 이야기이기에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며 쓴 글이기에 읽고 받아들이기 편했다. 의도대로 쉽게 쓰인 이 글을 통해 지금과 다른 세상을 상상하며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함께할 누군가가 분명히 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 나는 어떤 누구라도 소외된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면, 그런 관점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면, 질문하기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디에 발 딛고 서 있는지, 내가 그로 인해 누군가의 고통에 무감한 것은 아닌지,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무엇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지,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합당한지, 우리가 어떤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지, 어떻게 제기하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해낼 수 있을지 치열하게 질문하고 치열하게 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내가 가졌던 이런 마음, 나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존재들을 간단히 지워버리고 싶은 이 마음을 우리는 ‘혐오’라 부른다.

📎 나는 우리가 지식을 생각할 때, 그 지식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러한 지식이 어떠한 존재들을 없는 존재로 가려내어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는지에 대해서 사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찰이란 어떤 것이 옳고 그르냐를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는 특정한 방식을 되돌아봄으로써, 내가 어떠한 맥락에서 권력자로서 지식과 영합하는지 사유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