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을유사상고전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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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 /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많은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지만 서점에 갔을 때 단연 눈에 띄면서도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전집은 을유문화사의 을유세계문학전집이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시리즈를 다 갖고 싶게 만드는 을유사상고전 중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을 좋은 기회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664쪽이라는 압도적인 페이지수에 책을 펼치기 전 살짝 겁이 났지만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인 쇼펜하우어의 말을 664쪽이나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행간과 자간도 비교적 좁아 지식이 꽉 차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양장이 아니라 오히려 보다 가볍게 다가갈 수 있었다.

10년 만에 나온 개정 증보판인만큼 기존의 책에서 대체적으로 일반 독자가 관심을 가지고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이 담긴 장을 중심으로 보충했다고 하는데, 과연 본래로서도 흥미로운 쇼펜하우어의 철학이 더욱 돋보이는 보충 작업이었다.

제1부 행복론, 제2부 인생론, 마지막 참고 자료 색채론까지.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였는데 그 중 나의 관심사인 행복론이 가장 인상 깊었다. 우리는 약한 본성을 타고났기 때문에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존재를 지나치게 의식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이 우리의 행복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그의 이론이 평소 나의 생각과 일치했다. 쇼펜하우어의 생각이 담긴 글을 읽을 때면 이 사람은 인간을 싫어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았다. 이 664쪽의 두꺼운 책을 읽고 든 나의 결론은, 쇼펜하우어는 인간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인간을 혐오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단 거다.

📎 따라서 자신의 내부에 비치는 것의 가치를 단순히 타인의 눈에 비치는 것과 비교해서 올바르게 평가하면 행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전자에 속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생존 기간에 포함되는 모든 내용, 우리 존재의 내적인 내용, 즉 ‘인간을 이루는 것’과 ‘인간이 지닌 것’이라는 항목으로 앞서 고찰한 모든 자산이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장소는 바로 자신의 의식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타인에게 비치는 장소는 자신이 아닌 타인의 의식이다. 즉 그것은 우리가 타인의 눈에 비치는 표상이며, 그와 아울러 그런 표상이 불러일으키는 개념이다. 그런데 이런 것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다시 말해 우리에 대한 타인의 태도가 그러한 표상에 의해 규정되는 한, 존재하는 것에 불과하다.

📎 청년기에는 자주 인간 세계에서 버림받은 느낌을 받는 반면, 노년기에는 인간 세계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는다. 전자의 불쾌한 느낌은 인간 세계를 잘 모르는 데 기인하고, 후자의 유쾌한 느낌은 인간 세계를 잘 아는 데 기인한다.

📎 현재는 객관적 현재와 주관적 현재라는 두 개의 절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객관적 현재만이 시간이라는 직관을 형식으로 지니고 있으므로, 끊임없이 굴러간다. 주관적 현재는 확고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언제나 동일하다. 우리가 진작 지나간 과거를 생생히 기억하는 것, 그리고 존재의 덧없음을 인식하면서도 우리의 불멸을 의식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 우리가 관계 맺으며 행하는 모든 일에서 우리는 다소간 끝이 다가오기를 바라고, 조급하게 끝내려고 하며, 끝이 나며 기뻐한다. 다만 전반적 끝, 모든 끝의 끝만큼은 대체로 되도록 멀리 있기를 바란다.

📎 인간 혐오자인 뮈송이 혼자서 웃고 있다가 혼자 있으면서 도대체 왜 웃고 있냐는 뜻밖의 질문을 받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바로 그 때문에 웃고 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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