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눈뜰 때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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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호랑이가 눈뜰 때를 읽는 동안에는 한국에 관심이 있는 외국 독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소재와 소품, 공간과 대사 중간중간에 담긴 요소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외국뿐 아니라 국내 독자들에게도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들어서 잊고 있던 다양한 전래 동화, 용도는 모르던 소품까지. 너무 익숙해서 흘려들었던 한국적인 요소들을 재미있게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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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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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의 내용 중 학교에서 시를 쓰는 장면이 있습니다. 시의 주제는 ‘평화’. 시작하는 문장과 끝나는 문장이 정해져 있고, 글씨의 기울기와 사용할 수 있는 종이의 개수, 글 쓰는 자세까지 모든 게 정해져 있으며.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는 체벌이 따라오기 때문에 아이들은 섣불리 글을 적지 못합니다. 하지만 어밀리아와 아이들이 글짓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평화를 반대한다거나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아무 할 말이 없었을 뿐.
평화에 대해 아는 게 뭐지?
누구한테 물어볼 수 있지?
물어볼 사람이 없었다.
어밀리아가 아는 사람 누구도
평화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노 본스 51쪽



보호받아야 마땅한 아이들조차 학교에선 선생님의 체벌을 피하고자, 집에선 밤마다 찾아오는 외부인에게 숨기 위해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70년대 벨파스트. 이 시기를 살아가는 모든 이가 평화를 알지 못합니다.



1953년 휴전 협정으로 한국과 북한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입니다. 꽤 오래전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모두가 긴장 상태에 들어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뉴스에도 밥을 먹고, 회사에 가고, 약속을 잡으며 일상을 이어 나가지요.



얼마 전, 한 커뮤니티에서 차라리 북한과의 전쟁을 바란다는 글이 올라온 적이 있습니다. 분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이젠 완전히 ‘남’으로 느껴지고, 우리나라가 인구에 비해 땅도 좁다며 정당화하기도 하고.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는 이유를 논리적인 척 번호까지 달며 나열하는 댓글에는 ‘당연히’ 우리가 이길 거라는 예언까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지 않은 전쟁보다 이기는 전쟁이 더 좋은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인생을 게임처럼 리셋할 수 없듯. 전쟁 역시 우리가 이기면 끝나는 별거 아닌 일이 아닙니다. 무너진 자연과 건물, 전기와 물을 복구하는 것부터. 목숨을 잃은 생명을 수습하고, 살아남았지만 모든 걸 목격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 설령 이긴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그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동기 없는 범죄 가운데
또 하나가 일어났을 뿐.
노 본스 41쪽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 더 이상 아무 일도 아니게 되고. 그것을 방관하거나 못 본 채 척 지나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 어떤 것이 평범한 일상인지 알지 못하는 삶. [노 본스]를 읽다 보면 한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전쟁의 반대는 평화가 아니라 일상이다.” 만약 전쟁에 대해 가벼운 마음을 안고 있는 분이 있다면 무너진 삶이 일상이 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길.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쟁’은 장난으로도 사용할 수 없는 단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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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브 (반양장)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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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에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로봇이 사람을 도와서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며, 하늘까지 발달한 대중교통으로 교통 체증이 없고. 원하는 상품이나 음식을 손만 뻗으면 구매할 수 있는 미래. 꿈꾸는 모습이라 그런지 긍정적인 면만 가득합니다.

이제는 현실을 볼 때입니다.
매일 찍어내는 만큼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더 이상 처리할 방법이 없어 수출하고, 기상청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바뀌는 기후. 이런 오늘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서울은 어떤 모습입니까?

2057년 서울.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고, 종로구, 관악구와 같은 행정 구역명 대신 북악산, 남산 같은 높은 곳의 지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이 차지 않은 꼭대기에서는 감자를 키우고,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리고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은 겨우 구한 공기탱크를 등에 멘 채 물에 잠긴 깊은 도시를 헤엄치며 물건을 구하는 물꾼이 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물꾼 선율. 매번 시비가 붙던 우찬과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를 하게 되는데요.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깊은 곳에 있는 건물에 들어간 선율은 그곳에서 사람을 똑 닮은 기계 인간을 발견합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물속에 방치된 기계 인간. 선율은 진작 고장이 났을 거라는 실망과 충전을 하면 전원을 켤 수도 있다는 기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요. 얼마 남지 않은 공기에 고민을 멈춘 선율은 친구 지오와 함께 기계 인간을 물에서 꺼내 오두막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그제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계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라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이지요. 이야기는 선율이 기계 인간의 전원을 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법한 ‘물에 잠긴 도시’라는 디스토피아적 소재는 어쩐지 뻔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한 번은 좌절하지만, 결국엔 이겨내는 과정. 어떤 상황에 놓일지,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예상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다이브는 ‘물에 잠긴 서울’이라는 판타지적인 배경보다는 그 속에서 15년째 살아가는 인물에게 집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소설의 경우. 보통 주인공과 주인공의 상대, 조력자처럼 선택된 몇 명에게만 서사를 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다이브는 선율, 기계 인간, 지오, 우찬, 삼촌, 지아, 유안. 모든 인물에게 핀 조명을 하나하나 맞춰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 없이 모두에게 마음이 쓰입니다.

다이브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부분에 있습니다. 작가가 이야기 속 인물들을 얜 원래 이렇다며 ‘설정’한 후 위험한 상황에 던지는 ‘캐릭터’가 아니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변했고, 변하는 ‘한 사람’으로 보여준다는 것. 예측을 할 수 없는 한 사람이라서 따라오는 흥미로움이 독자를 마지막 장까지 이끌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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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베어
해나 골드 지음, 레비 핀폴드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교육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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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좋은 이별, 장애물을 이기는 법까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들을 흥미진진한 모험에 녹여낸 책입니다. 재미있는 소재 덕분에 길이가 긴 문장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들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고.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던 아이들에게는 독서와 완독의 즐거움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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