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이브 (반양장) ㅣ 창비청소년문학 111
단요 지음 / 창비 / 2022년 5월
평점 :
여러분이 상상하는 미래에 서울은 어떤 모습인가요?
로봇이 사람을 도와서 위험한 일을 대신해주며, 하늘까지 발달한 대중교통으로 교통 체증이 없고. 원하는 상품이나 음식을 손만 뻗으면 구매할 수 있는 미래. 꿈꾸는 모습이라 그런지 긍정적인 면만 가득합니다.
이제는 현실을 볼 때입니다.
매일 찍어내는 만큼 버려지는 플라스틱은 더 이상 처리할 방법이 없어 수출하고, 기상청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바뀌는 기후. 이런 오늘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서울은 어떤 모습입니까?
2057년 서울. 세상의 얼음이 모두 녹아서 바다가 건물을 뒤덮었고, 종로구, 관악구와 같은 행정 구역명 대신 북악산, 남산 같은 높은 곳의 지명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이 차지 않은 꼭대기에서는 감자를 키우고,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리고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들은 겨우 구한 공기탱크를 등에 멘 채 물에 잠긴 깊은 도시를 헤엄치며 물건을 구하는 물꾼이 됩니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주인공은 물꾼 선율. 매번 시비가 붙던 우찬과 ‘누가 더 멋진 걸 찾아오는지’ 내기를 하게 되는데요.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깊은 곳에 있는 건물에 들어간 선율은 그곳에서 사람을 똑 닮은 기계 인간을 발견합니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물속에 방치된 기계 인간. 선율은 진작 고장이 났을 거라는 실망과 충전을 하면 전원을 켤 수도 있다는 기대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요. 얼마 남지 않은 공기에 고민을 멈춘 선율은 친구 지오와 함께 기계 인간을 물에서 꺼내 오두막으로 가져옵니다. 그리고 그제야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계 인간이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기계’가 아니라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인간’이라는 것이지요. 이야기는 선율이 기계 인간의 전원을 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법한 ‘물에 잠긴 도시’라는 디스토피아적 소재는 어쩐지 뻔하게 느껴집니다. 특별하지 않은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고, 한 번은 좌절하지만, 결국엔 이겨내는 과정. 어떤 상황에 놓일지, 어떤 선택을 할지 쉽게 예상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다이브는 ‘물에 잠긴 서울’이라는 판타지적인 배경보다는 그 속에서 15년째 살아가는 인물에게 집중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인물이 나오는 소설의 경우. 보통 주인공과 주인공의 상대, 조력자처럼 선택된 몇 명에게만 서사를 주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요. 다이브는 선율, 기계 인간, 지오, 우찬, 삼촌, 지아, 유안. 모든 인물에게 핀 조명을 하나하나 맞춰서 스쳐 지나가는 인물 없이 모두에게 마음이 쓰입니다.
다이브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 부분에 있습니다. 작가가 이야기 속 인물들을 얜 원래 이렇다며 ‘설정’한 후 위험한 상황에 던지는 ‘캐릭터’가 아니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변했고, 변하는 ‘한 사람’으로 보여준다는 것. 예측을 할 수 없는 한 사람이라서 따라오는 흥미로움이 독자를 마지막 장까지 이끌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