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불광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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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이해-

이제 막 부모가 된 이들이라면 누구든 의미와 행복은 다르다는 점을 안다. 사실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에고의 행복과 삶의 의미를 맞바꾸고는 뒤도 안돌아보는 가장 전형적인 예이다. 내 경우, 젖을 먹일 수는 없으니, 기저귀를 가는 것이 신참 아빠로서의 일이었다. 처음 수년 간, 수천 장은 족히 되는 기저귀를 갈아왔고, 눈만 감으면 그때 그 액체와 고체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더불어 수면 시간은 반 이하로 줄었다. 순간순간 나의 존재는 여러 면에서 명백히 비참했다. 하지만 그때도, 지금도, 부모가 된다는 것을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생각이 없다. 오직 의미만이 이런 손해나는 거래를, 그것도 고마워하며 할 수 있다.
만약 그것이 당신 삶에서 충분히 의미 있다면, 당신은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

-이해-

해석적이해: 분리된 각각의 것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가 되는지 살피는 것

사람들은 어떤 것에 대해 생각함이 곧 이해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이해는 좌뇌의 일인 것 같다. 나는 이것을 "해석적 이해"라고 부른다.

간단한 기계식 시계를 보면, 몇 개의 톱니바퀴, 동력 전달 장치, 태엽장치 등이 있고 그것들이 합쳐 시계판 위의 시계바늘을 움직인다, 시계를 생전 처음 본 사람이 각 부품의 세부사항과 그것들이 합쳐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했다고 쳐보자. 그럼 시계를 조립할 수도, 분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계가 무엇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우주도 똑같다. -좁은 창문으로 보는 듯한 해석적 의식은 한 번에 하나씩만 이해하며, 전체를 묶는 접착제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깜깜하다. -은유- 은유가 어떤 것을 의미하려면, 선형적인 것에만 집중하면 보이지 않는 둘 사이의 연결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은유를 듣고 우리가 하는 일은 추상을 지각에 대응시키는 것이다.
은유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를 넘어서는 어떤 연결을 만들어낸다.
지각을 이해로 동일시함은 은유의 핵심이다. 우리는 뭔가 추상적인 개념을 우뇌의 지각적 경험에 연결시키고는, 좌뇌가 알아들을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우뇌가 은유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방대한 양의 연구결과가 있다. 우뇌에 손상을 입은 사람들은 시, 은유, 풍자 등을 문자 그대로만 받아들인다고 한다. 은유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는건 숨겨진 연결점을 놓친다는 뜻이다.
은유로, 뇌는 신경활동의 패턴과 진짜 세상 사이에 어떤 관계를 만들어낸다. 시에서도 은유는 심장 그 자체다. 에밀리 디킨슨의 말처럼, "희망은 날개 달린 것"이다.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면 희망이 없다. 하지만 우뇌가 그것을 색다른 방법으로 바라보고는 희망과 날개 사이에 어떤 관계를 찾아낸다. 어떤 의미로는 지각(perception) 그 자체가 시와 비슷하다. 그러니 우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식의 경험은 어쩌면 시를 쓰는 것과 같다.
불교를 비롯한 영적 전통에서 은유를 이토록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어쩌면 문지기 역할을 하는 해석적 마음을 돌아서 가기 위함이 아닌가 싶다. 겉으로 보면, 대부분의 은유는 단순하면서도 천진해 보인다. 이 점에서 좌뇌가 방어적이 될 필요가 없게 만든다. 이 틈을 타 우뇌가 활동을 하면, 경험은 이미 좌뇌가 어찌해 볼 수 없는 곳으로 넘어가 마음에 닿게 된다.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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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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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기반 의학이란 무엇인가-
증거기반 의학:환자에게 시행되는 것은 무엇이든 통계적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개념

‘그렇다면 지금까지 의학은 무엇에 근거해 왔는가? 경험? 습관? 직감? 아니면 전통적으로 의학은 ‘증거기반’이 아니라 ‘명성기반’인, 그러니까 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명성 및 제도적 위치에 기초한 것이었나?’
그간 몇몇 의료 전문가들이 내게 강요했던 검사의 대부분은 ‘증거기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유방 조영 검사를 예로 들어 보자. 수전 코멘 재단(1982년 설립된 미국 최대의 유방암 관련 비영리 단체)같은 유명 유방암 단체들이 끊임없이 주장해 온 일반적 통념에 따르면, 연례 유방 조영 검사를 통한 유방암 조기 발견이 발병 후 5년 생존율을 급격히 높여 준다. 하지만 대규모로 반복해서 이루어진 국제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기적 유방 조영 검사 덕분에 유방암 사망률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건강 검진을 통해 암을 발견한 여성이라면 그 덕분에 목숨을 구했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유방 조영 검사에서 발견된 작은 점은 본격적인 암으로 발전되지 않을 공산도 컸다. 검진에서 발견돼 의사들이 치료하고 있는 것은 종종 진행이 아주 느리거나 비활성 상태인 종양이었고, 어떤 것은 ‘유관상피내암’처럼 다른 부위로 전이되지 않는 비침윤성 질환이었다. (유관상피내암은 종양세포가 유관 내부에만 존재한 채 퍼지지 않는 것으로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치료율이 높다)암이 아니거나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을 지나치긴 하지만 권장할 만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수술이나 화학 요법, 방사선 치료는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또한 충격적이게도 유방 조직 검사는 그 자체로 암 발병의 위험 요인이며, 주변조직에 암세포의 ‘씨’를 뿌릴 수도 있다.
PSA 혈액 검사 및 직장 수지 검사(직장에 손가락을 넣어 전립선을 만져 보며 병소를 확인하는 검사)로 이뤄지는 전립선암 검진에도 비슷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 유방 조영 검사와 마찬가지로, 통계 조사 결과 1980년대 후반부터 시행되어 온 PSA 검사 덕분에 사망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과잉 진단 및 치료(요실금, 발기부전, 심혈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선 및 호르몬 치료)에 드는 비용은 매우 비싸다. 2011년 USPSTF는 남성들이 더 이상 PSA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권고했다. 이로부터 2년 후 미국비뇨기과협회는 마지못해 PSA검사 대상자를 55-69세 남성으로 제한했다. 대장 내시경의 경우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폴립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이 검사에 드는 비용은 무려 1만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훨씬 싸고 고통도 없는 비침습적 검사인 분변잠혈 검사(대장암 검진을 위해 실시하는 대변 속 잠재 혈액 검사)보다 더 정확한 것도 아니라고 밝혀졌다.
암 검진에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종양은 살아 있는 생물 같은 것이어서 조그맣다가도 크게 자랄 수 있고, 양성에서 언제든 악성으로 변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해 왔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크기 및 다른 부위로 전이된 증거 여부에 따라 0기에서 4기까지 종양의 ‘병기를 설정’하는 걸 중시한다. 그렇지만 크기는 위험도를 알려 주는 믿을 만한 지표가 아니다. 작은 종양이 매우 공격적일 수 있는 것처럼, 큰 종양의 진행이 무척 더딜 수도 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별다른 문제를 일으킬 것 같지 않은 종양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다. 최근의 한 조사에 따르면, 전립선암 관련 치료를 받는 66세 이상 남성 중 거의 절반은 실제로 그 암에 걸릴 때까지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반면 그들은 죽기 전까지 내내 치료의 역효과로 인해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 p.58-60

<건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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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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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단이라는 유행병-
과잉 진단은 국제 의학 콘퍼런스나, 다트머스대학 연구진들이 공저한 <<과잉진단>>같은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되었다. 오랫동안 표준 예방의료를 지지해 왔던 제인 브로디 같은 건강 칼럼니스트조차 정기 검진을 받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내과의이자 블로거인 존 맨드롤라는 직설적으로 조언한다.

환자도 의사도 질병을 발견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할 게 아니다. 그보다는 헬스 케어 시스템을 두려워해야 한다. 의료 과실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의료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나는 괜찮다’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 전제를 유지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좋은 선택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의사가 뭔가 문제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비용 대비 혜택에 대한 분석이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65세가 되면 의료 서비스에 드는 비용이 좀 더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낮아진다.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과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는 계속되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 대열에 가세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어떤 종류든 간에 의료 검사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예방검진으로 외과 수술, 방사능 치료, 생활방식 제한과 같은 고통스러운 치료나 희생이 필요한 질병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어쩌면 이러한 조치들이 내 수명을 몇 년 더 늘려 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연장된 삶은 그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현재 예방 의학은 대개 생명을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75세 노인이 유방 조영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미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다른 질병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검사와 검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이윤이다. 이는 미국에서 특히 심하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 의료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나 병원, 제약 회사는 어떻게 해서 본래 건강한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들로 하여금 충분히 많은 검사와 검진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틀림없이 무언가가 잘못되거나 최소한 추가 검진이 필요하게끔 만든다.


"영국 해안가에는 얼마나 많은 섬들이 있는가?" 정답은 물론 사용하는 지도의 해상도와 ‘섬’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 CT스캔같은 고해상도 기술로 인해 미세한 이상을 발견하는 것이 거의 필연적인 일이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훨씬 더 많은 검사, 처방, 그리고 병원 방문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검사를 권하는 의사가 검진 및 영상장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을 때 과잉 검사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p.28-29

<건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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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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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마음을 통제 할 수 있다는 환상-

몸, 좀 더 최신 용어로 말하자면 mindbody(심신)은 잘 돌아가는 기계가 아니어서 그것을 이루는 각 부분들은 전체의 유익을 위해 순순히 제 역할을 다하지 않는다. 심신은 아무리 좋게 말한다 해도 세포, 조직, 사고 패턴 같은 부분들로 구성된 ‘연명체’일 뿐이고, 게다가 이 구성원들은 전체에 해가 되든 말든 자기 일만 먼저 챙기려고 할 뿐이다. 결국, 암도 전체 유기체에 대한 세포의 반란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p.14

우리 몸속에 있는 많은 세포들은 생물학자들이 cellular decision-making(세포의 의사결정)이라고 부르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밝혀졌다. 어떤세포들은 중앙 당국의 지시가 없어도 마치 ‘자유 의지’를 지닌 것처럼 스스로 가야 할 방향과 다음에 해야 할 일을 ‘결정’할 수 있다. 앞으로 살펴보겠지만 비슷한 수준의 자유가 바이러스나 심지어 원자같이 흔히 무생물로 알려진 물질에서도 나타난다.
비활성이고, 수동적이며,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여기도록 배워 온 세포(예를 들면 개별 세포)도 실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며, 그것도 아주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가 알고 있는 자연계가 모두 ‘생명력’으로 약동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니다. p.15

<건강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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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배신 -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조영 옮김 / 부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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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영원한 비존재 상태의 일시적 중단일 뿐이며, 우리를 둘러싼 경이롭고 살아 있는 세상을 관찰하고 그것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짧은 기회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건강의 배신>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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