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단이라는 유행병-
과잉 진단은 국제 의학 콘퍼런스나, 다트머스대학 연구진들이 공저한 <<과잉진단>>같은 책에서 다루는 주제가 되었다. 오랫동안 표준 예방의료를 지지해 왔던 제인 브로디 같은 건강 칼럼니스트조차 정기 검진을 받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내과의이자 블로거인 존 맨드롤라는 직설적으로 조언한다.
환자도 의사도 질병을 발견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할 게 아니다. 그보다는 헬스 케어 시스템을 두려워해야 한다. 의료 과실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의료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나는 괜찮다’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 전제를 유지하는 방법은 계속해서 좋은 선택을 하는 것, 다시 말해 의사가 뭔가 문제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비용 대비 혜택에 대한 분석이 달라진다. 미국의 경우 65세가 되면 의료 서비스에 드는 비용이 좀 더 감당할 만한 수준으로 낮아진다. 노인 의료보험 제도인 메디케어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검진과 검사를 받으라는 권고는 계속되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 대열에 가세한다. 그러나 나의 경우에는 어떤 종류든 간에 의료 검사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예방검진으로 외과 수술, 방사능 치료, 생활방식 제한과 같은 고통스러운 치료나 희생이 필요한 질병을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어쩌면 이러한 조치들이 내 수명을 몇 년 더 늘려 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해서 연장된 삶은 그저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의 연속일 것이다. 현재 예방 의학은 대개 생명을 마치는 순간까지 계속 이어진다. 75세 노인이 유방 조영 검사를 받아야 하고, 이미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다른 질병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검사와 검진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이윤이다. 이는 미국에서 특히 심하다. 영리를 추구하는 민영 의료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나 병원, 제약 회사는 어떻게 해서 본래 건강한 환자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을까? 그들로 하여금 충분히 많은 검사와 검진을 받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틀림없이 무언가가 잘못되거나 최소한 추가 검진이 필요하게끔 만든다.
"영국 해안가에는 얼마나 많은 섬들이 있는가?" 정답은 물론 사용하는 지도의 해상도와 ‘섬’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있다. CT스캔같은 고해상도 기술로 인해 미세한 이상을 발견하는 것이 거의 필연적인 일이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훨씬 더 많은 검사, 처방, 그리고 병원 방문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검사를 권하는 의사가 검진 및 영상장비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있을 때 과잉 검사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p.28-29
<건강의 배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