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의 옛 물건 - 북경 고궁박물원에서 가려 뽑은 옛 물건 18
주용 지음, 신정현 옮김 / 나무발전소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솥발처럼 정립한 삼국, 우왕의 사당에서 솥을 번쩍 든 항우, 옛 왕조의 청동 솥을 들고 대만으로 간 장제스, 중국사에서 솥이 가지는 영향력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하지만 박물관에서는 이러한 무겁고 칙칙해보이는 청동 솥을 취옥백채나 감람주 등 화려하고 기교를 부린 예술품들과 동급으로 놓는 것에 대해 조금 의문을 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용은 명쾌하고 유려하게 이 솥이 사용되었던 순간들을 묘사한다. 9개의 솥이 황동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모습과 그것을 얻기 위해 다투는 춘추전국시대의 제후들, 이 9개의 솥이 역사의 씨앗이라는 지극히 문학적인 비유를 다시 듣고나니 박물관에서 이 솥들을 왜 더 자세히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책의 서술들은 다 마음에 들었지만 특히 요나라의 관음보살 상에 얽힌 이야기는 하이즈의 시와 얽혀들어 요나라의 눈덮인 평원에 야율덕광, 관음보살상과 함께 갔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에서 주용은 서문에서는 겸손하게 자신의 물거품처럼 사라질 것이라 평하지만 유려한 문체와 그것이 풀어내는 역사적 장면들은 주광첸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쑨지의 중국 물질 문화사에 견줄 만 하다.

서태후, 자금성에 대한 주용의 글들도 빨리 번역되어서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가 해소되어 다시 북경 고궁박물원을 들릴 수 있는 날, 이 책과 함께 다녀오고 싶다.

이 서평은 부흥 서평이벤트에 응하여 작성하였습니다.(https://cafe.naver.com/booheong/2011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