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미우라 시온의 『먹의 흔들림』은 손글씨가 사라진 시대에 '필경사'라는 직업을 통해 소통의 본질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도쿄의 미카즈키 호텔에서 일하는 호텔리어 쓰즈키와 붓글씨로 편지를 대필하는 서예가 도다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호텔 고객의 의뢰로 도다를 찾아가면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단순한 업무적 관계에서 점차 서로를 이해하는 우정으로 발전한다.
쓰즈키는 친절하고 성실한 호텔리어로,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이 습관이 된 사람이다. 반면 도다는 자유로운 성격의 서예가로서, 감정 표현이 서툴지만 붓을 잡을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중하다. 처음엔 어색하고 거리감이 있던 두 사람은 함께 편지 대필을 하면서 점차 서로를 인정하고 이해하게 된다. 도다의 붓글씨는 단순한 글씨를 넘어 의뢰인의 감정을 대변하는 매개체이며, 쓰즈키는 그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점점 도다의 세계에 끌려들어간다.
소설은 큰 사건이나 반전없이 그 속에서 잔잔한 감동을 준다. 편지를 통해 전해지는 진심,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다름을 인정하고 배워가는 과정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특히 도다가 붓을 놀리는 장면은 마치 독자가 서예를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또한, 손글씨가 주는 따뜻함과 서예라는 전통 예술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작품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필’이라는 행위가 단순히 글씨를 대신 써주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 진심을 전달하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도다는 의뢰인의 감정을 붓글씨에 담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며, 쓰즈키는 그런 도다를 보며 점점 더 그 세계를 이해하게 된다. 한 아이가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를 대필하는 과정에서, 쓰즈키는 단순한 문구 이상의 의미를 고민하며 도다의 일에 점점 공감하게 된다.
또한, 도다는 단순히 붓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있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쓰즈키는 도다의 필경사 등록 취소 청을요 받고 의아해하며 직접 찾아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도다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된다. 겉으로는 유쾌하고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사실 그는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며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소설은 두 인물이 서로를 알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먹의 흔들림』은 빠른 디지털 시대 속에서 잊혀가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되새기게 하는 작품이다. 우리가 소통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정말 진심을 전하는 것이었는지 되돌아보게 하며, 말보다 글이 더 깊이 있는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편지를 주고받으며 감정을 담아내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편, 현재 우리가 나누는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