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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사라졌다
미야노 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한 번쯤 같은 하루가 계속 반복한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반복이 멈추지않고 끝없이 계속된다면?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특정 개인에게서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퍼져 간다면 어떨까?
《내일이 사라졌다》는 이러한 흥미로운 가정에서 출발하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딸을 잃은 어머니. 법으로는 처벌받지 않은 가해자를 직접 처단한 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 다시 복수를 결행하기 직전의 아침으로 돌아와 있다. 하지만 그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 끝없이 반복되는 ‘오늘’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루프물이 아니다. 하루가 반복될수록 ‘루퍼’가 증가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내일이 오지 않는 현실에 적응해 간다. 어떤 이는 무질서 속에서 폭력과 범죄를 저지르고, 또 어떤 이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한다. 격투기 선수는 계속해서 여러 기술들을 연마하고, 몇몇 여고생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아나선다. 아프리카의 한 소년은 변하지 않는 세계에서도 희망을 꿈꾸고,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여성은 매일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의미를 찾는다.
시간이 멈춘 사회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무엇일까? 법과 질서는 무의미해지고, 도덕적 기준이 사라지면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이 드러난다. 도둑질, 폭력, 강간, 살인이 난무하는 이 세계에서 어떤 이는 그 혼란을 기회로 삼고, 또 어떤 이는 무너져 가는 도덕성을 끝까지 붙잡으려 한다. 특히 루퍼들이 늘어나면서 경찰과 정부조차도 루프를 전제로 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인간의 타락만을 조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사람들, 변하지 않는 세상에서도 내일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가 있다. 격투기 선수는 하루하루 훈련을 거듭하며 강해지고, 소녀는 자신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누군가는 의료 기술을 연구하고, 누군가는 끝없는 무법천지 속에서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움직인다.
초반부의 충격적인 사건이 독자의 시선을 붙잡고, 중반 이후에는 각기 다른 인물들이 루프 속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이 펼쳐진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전개가 이어진다.
반복되는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그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살아가는 ‘내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루프물이라는 익숙한 설정을 신선하게 변주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더한 《내일이 사라졌다》는 단순한 SF 소설이 아니라, 우리 삶과 사회에 대한 색다른 시선을 제시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