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나는 허리 굽히,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채 해결 안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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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마리 여치가 한꺼번에 우는 소리내 자전거 바퀴가 치르르치르르 도는 소리보랏빛 가을 찬바람이 정미소에 실려온 나라들처럼바퀴살 아래에서 자꾸만 빻아지는 소리처녀 엄마의 눈물만 받아먹고 살다가유모차에 실려 먼 나라로 입양 가는아가의 뺨보다 더 차가운 한 송이 구름이하늘에서 내려와 내 손등을 덮어주고 가네요그 작은 구름에게선 천 년 동안 아직도아가인 그 사람의 냄새가 나네요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구멍가게 노망든 할머니가 평상에 앉아그렇게 큰 사과를 숟가락으로 파내서잇몸으로 오물오물 잘도 잡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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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부스러기가 섞인 그 한 모금의 차가 입천장에 닿는 순간나는 나의 내면에서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소스라쳐 놀랐다. 어떤 감미로운 쾌감이 나를 사로잡았던것이다. 원인 불명의 고립된 쾌감이었다. 그 쾌감으로 인하여 나는 곧 인생의 부침(浮沈) 같은 것은 별것 아니고 갖가지 재난도무해한 것이며 그 덧없음은 착각일 뿐이라고 여기게 되었다. 마치 사랑의 힘이 작용하여 그렇게 하듯이 그 쾌감이 나를 어떤 귀중한 본질로 가득 채웠던 것이다. 아니 그 본질이 내 속에 있는것이 아니라 그 본질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더 이상 스스로가 보잘것없고 우연적인, 결국은 죽어 없어질 존재라고는 느끼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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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나도 저런 모습으로 내가 살던 시간 앞에 와서
꿈처럼 서성거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방 곳곳에 남아 있는 얼룩이
그를 어룽어 그리워하는 것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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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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