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는 손님 앞에 쭈그려앉았다. 세 사람이 있기에 화장실은 주았다. 카페를 리모델링할 때 신경을 가장 많이 쓴 데가 화장실이었다. 남녀 공용이지만 칸을 두 개로 구분하고 손 세정제, 종이 타월, 방향제, 면봉과 머리빗까지 비치했고 틈틈이 들어가 세면대의물기를 닦았다. 가능한 한 자신이 다른 카페에 갔을 때 사용하고싶을 만한 화장실처럼 만들려고. 문에 관해 생각한 적은 한 번도없었다. 누군가 문을 밀 때, 같은 순간 안에서 문을 당기는 사람이있어 다칠 위험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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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이 검은 개 이야기를 한 얼마 후 나는 다른 사람에게는 하지못한 이야기를 그애에게 했다. 책에 있는 가름끈, 그것이 나를 두•렵게 만든다고. 그러면서 나는 아마 피식 웃었을 것이다. 실은 진지한 소리로 되받았다. 이모가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가언제부터 그런 증상이 시작되었는지 정확하게 기억할 수 없다.
책을 펼치면 책 표지나 헤드밴드 색깔에 따라서 노란색 파란색 갈색 붉은색 검은색의 가름끈이 길게, 혹은 휘어진 채 책 사이에 끼워져 있는데 어느 때는 가느다란 실뱀처럼, 어느 때는 올가미, 어느 때는 밧줄 같아 보였고, 내가 이성적으로 호흡을 고르지 못할때는 그 가느다란 가름끈이 나에게 달려들어 목을 옥죌 것만 같았다. 전공서를 포함해 가진 책들의 모든 가름끈을 가위로 싹둑 잘랐고 새 책이 배송돼 와도 우선 가름끈부터 자르고 봤다. 그런데도 책을 펼칠 때마다 가름끈들은 어디선가 불쑥불쑥 예기치 않게나타나곤 했다. 이모, 가름끈이 없는 책들도 있잖아. 나는 고개를끄덕였다. 그렇긴 하지. 라고 헛되이 중얼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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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불을, 그뒤에는 집에 있는 다른 것들을 내다버렸다.
일기장들과 친구들의 절교 편지를, 아버지가 고모가 사는 캐나다로 떠나버렸을 때는 밥그릇을. 그와 헤어졌을 때는 사진들을, 쓰다만 글들을.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는 나 자신을 버리려 여기에온 적이 있었다. 복개되었으나 내 눈에는 여전히 더러운 물이 태평스럽게 넘치도록 흐르는 듯 보여, 나의 허물과 실패를 얼마든지버리고 묻어버릴 수 있는 출생의 장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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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낭비하는 방식에도 미학이 있다. 감각이 예리한 이들을 위한무력화 안내서가 있으니, 여기에는 온갖 형식의 명석함을 무력화하는처방전도 있다. 사회 관습에 대항하고, 본능의 충동에 맞서고, 감정의요구에 대적해 싸우는 전략은 보통 미학자들로서는 수행하기 어려운연구를 필요로 한다. 양심의 가책에 대한 면밀한 병인학病因學이 필요하고, 정상적인 것을 추종하는 성향에 대한 역설적인 진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삶의 개입에 대처하는 기민함을 키워야 한다. 다른 이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 무장하는 신중함이 필요하고, 다른이들과 공존할 경우 들이닥칠 소리 없는 기습에 대비해 말랑한 무관심으로 영혼을 둘러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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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만회한다. 우리는 행동하지 않을 때모든 것을 얻는다. 행동하지 않는 한, 상상이 전부다. 꿈속이 아니라면아무도 세상의 왕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자기 자신을 정말로 잘 아는우리 모두는 왕이 되고 싶어한다.
왕이 되지 않으면서 상상하는 것이 왕좌다. 원하지 않으면서 꿈꾸는것이 왕관이다. 우리가 단념한 것이 진정한 우리 것이다. 우리가 단념한 것은 우리의 꿈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햇빛과 있을 수 없는 달빛 아래 완벽한 상태로 영원히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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