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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사생활 : 두 번째 이야기 ㅣ 아이의 사생활 시리즈 2
EBS <아이의 사생활 2> 제작팀 지음, 손석한 감수 / 지식채널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어릴 때 받은 첫 번째 성교육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어느 날 하교 시간쯤 학교방송으로 들려온 공지.
"내일 5학년 여학생들만 수업 후 강당에서 성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니 부모님께 좀 늦는다고 미리 말씀드리고 오라"는 거였다.
방송이 나온 후 아이들은 웅성거리길 "여학생만? 성인교육을?" 이었다.
나는 틀림없이 '성교육'이라고 들었는데 친구들이 '성인교육'이라 말하길래
아 생소한 성교육이 아니라 그건 내가 잘못 들은 거였고 성인교육을 한다고 말한 것이로구나... 했다. -_-+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서도 엄마와 할머니께 "내일 성인교육을 할 거래요"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5학년 여학생들만 방과 후 강당에 모였을 때
유리창을 모두 닫고 문도 물론 굳게 닫고 심지어 검정 암막 커튼까지 다 드리운 채
아주아주 은밀하게 "유*킴*리"에서 나온 어느 분이
이상하게 생긴 그림을 슬라이드로 보여줬었다. 30년쯤 전의 일이다...
그게 태어나 처음 본 자궁과 나팔관이었고 월경의 존재도 그날 첨 들었다.
엄청 열심히 듣고 대단한 것을 배운 것처럼 느끼며 집으로 돌아가 배웠던 걸 열심히 가르쳐 드렸다.
마치 엄마와 할머니는 이 얘길 처음 들었을 것이라고 여기기라도 한 듯이. --;;
"으응~ 있죠, 제가 어제 성인교육이라고 한건 성인교육이 아니라 성교육이었고요~~"라며 시작하여
본대로 들은 대로 진짜 열심히 설명해 드렸다.
우리 할머니와 우리 엄만 생전 첨 듣는 이야기처럼 열심히 들어주셨다. 그저 빙긋이 웃으시며. --;;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고 내 지능지수와 상상력이 의심이 가는 일이지만
나는 분명 그날 너무나 상세히 설명을 들었고, 달달 외울 정도로 알게 되었고,
나중에 중학교 가서도 또 그런 비슷한 수업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고등학교 다니는 동안인가, 아니 졸업할 때까지도
어떻게 임신이 되는 것인지를 아예 몰랐다.
아 물론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되고 그게 세포분열을 일으켜서 .... 하는 이론은 잘 꿰고 있었다.
다만 정자가 어떤 경로로 난자를 만나게 되는 건지를 몰랐다는 사실.
그래서 심지어 만나는 사람마다 붙들고 물어봤다는 거. ㅠ
정자가 옷을 뚫고 공기 중을 날아서 사랑하는 사람의 몸속에 척 들어가 난자를 만나는 거냐고 물었다는 사실. ㅠㅠ
엄마께도 무려 고등학교 다닐 때 철없이 질문한 것이
"엄마 엄마는 봤어? 정자가 난자를 향해 날아가는 거?"였다. ㅠㅠ
울 엄만 못 봤다고 하셨다. ㅠㅠ
그래서 나는 "그으래? 왜 못 봤어? 좀 잘 봐 두지... 궁금하지도 않았어? 나는 이다음에 꼭 볼래."라고 했다는 거. ㅠㅠ
울 엄마는 웃으시며 "그래 그래라" 했다는 거.
근데 그렇게 말씀하셨던 울 엄마가 글쎄 여고에서 30년 이상 "가정과" 교사였다는 거....
엄청 터무니없고 믿어지지도 않을 이런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
내가 이제 겨우 마흔 좀 넘었을 뿐이건만 2-30년 전에도 부모 자식 간에 이런 대화 나누는 거 어려워했고
나는 결혼할 때까지도 되게 막연히 짐작만 했을 뿐 성에 대한 지식은 너무나 얕고 사실 관심도 없었다.
그랬던 터라 결혼을 하고 아이를 셋이나 낳아 키우고 있으면서도
이런 주제를 가지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내겐 좀 어렵고 괜스레 민망하고
아는 것도 별로 없을 뿐 아니라 더더구나 내 어린아이들과 나눌만한 대화라고는 여전히 생각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들은 자꾸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아이들은 자신의 몸에 대해 궁금해하며
늘 내게 퍽이나 곤란한 질문들을 많이 하곤 한다.
아이들에게 왜곡되거나 잘못된 지식을 알려주거나 수치심을 갖게 해 주고 싶지 않고
위험을 대비하여 잘 알려줘야 할 것들이 있다는 생각도 들고
스스로의 몸을 귀중히 여기며 단속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나름 무진장 연구하여 지금까진 잘 지내왔는데
어딘가에서 엉뚱한 경로로 잘못된 지식을 얻어오기 전에 제대로 알려줘야 할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짐을 느끼는 중이었다.
그러다 <아이의 사생활2>를 책으로 읽게 되었다.
그 책의 표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 어디로 이끌지 모르는 부모!
제대로 알고 미리 대비할수록 부모의 걱정거리는 줄어든다.
빨라진 성장발달, 스마트폰과 PC 게임 등 난처하고 답답하기만 한 자녀교육의 핫이슈를 리얼하게 분석하고 답한다.
아이의 사생활2에서는 이렇게 아이의 성과 미디어를 다루고 있다.
방송에서 다룬 실제 실험 참여 가족들의 몇 주에 걸친 모습과 변화
그것을 토대로 건강한 성의식을 정립하고 건전하게 미디어를 활용하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도 소개해주고 있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나도 현대인이라 자부하지만 아이들의 변화를 따라잡기엔
어느새 구닥다리 구세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내가 자라던 시절과 다르고, 내가 자라던 때의 시간의 빠르기가 아니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게다가 나는 천연기념물이니 골동품이니 수녀니.. 하는 소리만 듣고 자랐던
무늬만 현대인인 사실은 되게 구식이고 고루한 사람이 아니던가. ㅡ. ㅡ;;
성과 미디어라는 주제.
자라나는 아이들을 두고 아무래도 건강과 학업 다음으로 현재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렇게 신경 쓰이고 민감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가르치고 이끌어야 좋을지에 대해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그것은 내가 성과 미디어라는 것을 두고 잘 모르고 있거나 단편적으로만 생각하고 만 것도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아 아무리 그래도 그걸 내가 아이 눈을 바라보며 뭐라고 이야기하고 그걸 어린데 미리 설명해 줘야해?
나는 결혼하는 날까지도 아는 게 별로 없었고 지금도 아는 게 없지만 애 셋 낳고 잘 살잖아." 하던 생각에서
조금 발전하여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부끄러워하며 도저히 나눌 수 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하지는 않게 되었다는 게 수확이었다.
아이들에겐 그런 이야기를 바르게 들려줄 어른이 필요하고 그 어른이 부모라면 더없이 좋다는 사실도 배우고.
그리고 이 책에서 다루는 또 한 가지가 미디어에 대한 것이다.
아아 정말이지 요즘은 너도나도 손바닥만 보고 산다.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 세상 곳곳을 다 보여주고 알려주는 스마트폰과
PC 게임, 각종 미디어 매체 등이 편리함을 주면서도 또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키는 게 사실이다.
흔하게 그리고 손쉽게 주변에서 구하고 할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들인데
내 아이만 철저히 차단한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그렇다면 슬기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텐데 ... 어떡한다? 하는 게 많은 부모들의 고민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다 보니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고 짐작하는 것보다 더 깊숙이 이런 매체들을 이용하고 있었고
어른들은 그에 비해 지식이며 사용 능력도 많이 떨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에 대해 두루 보며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공공연히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거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거나
공교육으로 바르게 그리고 뭣보다 현실적이며 꼭 필요한 것들을 가르쳐 줄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
성에 대한 부분은 그럴 수만 있다면 더 좋겠고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부모가 그런 멘토가 되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반면 미디어에 대해서는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그보다 나은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접하게 해 주는 게 좋겠다는 게
변함없는 생각이고 다만 어차피 이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진대 그럴 때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야 하겠다는 것. 따라서 부모도 바른 지식을 갖고 있거나 아이와 대화하고
아이가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고 알려고 노력할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부모가 함께 노력할 때 바른 길을 함께 찾을 수 있고 함께 사는 세상도 한결 나아질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