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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어린이 사자소학 따라쓰기 - 유치원 & 어린이 한문교재
박신애 글.그림 / 가나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내 기억이 끝닿는 때부터 돌이켜 생각해 보아도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로 언제나 부재중이셨다.
고3 담임을 줄곧 하셨던 어머니께서는 집과 근무하시던 학교의 거리도 무척 멀어서
언제나 이른 아침이면 나를 깨우며 밥을 하셨고 날 깨우기 전엔 손빨래와 청소를 미리 다 마치셨었다.
그리고 밥을 차리실 즈음까지 내가 일어나 다 챙기고 나면 내 도시락까지 다 챙겨 주신 후
부지런히 출근을 하셨다. 그럼 나는 그 후 동생과 단둘이 남아, 마저 밥을 먹고 먹은 음식들 다시 챙겨 넣은 후
열쇠로 문단속을 하고 동생과 함께 학교로 갔었다.
언제나 동생과 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왔고 해질녘이 되면 어머니께서 돌아오셔서
눈마주칠 여유도 없이 정리하시고 저녁 준비하셔서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그나마 원서쓰는 기간이 되면 꽤 오랜기간 동안 상담과 원서 쓰는 일을 하시느라
엄마 얼굴을 그나마도 못 보기 일쑤였다.
아버지도 주로 현장에서 생활하셨어야 했기 때문에 (댐, 저수지, 농지정리 등의 일을 하신)
주말에만 집에 오셨었고 주일이면 온가족이 교회에 갔었기 때문에
주말이라고 해도 부모님과 따로 시간을 보내기는 어려웠었다.
나와 남동생이 엄마를 그나마 실컷 볼 수 있는 건 엄마의 방학 기간이었는데
그렇게 바쁘셨던 어머니께서 가장 중점을 두셨던 것이 "한자"였다.
평소에도 천자문 책을 펴 놓고 매일 몇단어씩이라도 써보고 외우게 하셨었는데
초등학교때;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암튼 어느 겨울방학에
집에서 걸어서부터 20여분 정도 가는 거리에 방학을 이용하여 "향교"가 열렸다.
그때 거기서 배웠던 게 사자소학이었던 기억이 있다.
어머니께서 그토록 한자를 강조하시고 가르치려 애쓰셨던 것에 비해
나의 한자 실력은 참으로 부끄럽고 미천하기 짝이 없는데
천자문과 사자소학을 다 배웠었던 이력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불가사의한지. -_-+
그래도 어쨌거나 그걸 배울 당시엔 열심히 했더랬다.
비록 내게 지금은 그때 배운 한자들이 다 남아 있지 않지만
그래도 그 내용과 정신은 남아서 살아가는 내내 내가 지켜야 할 예의와 도리의 기준이 되어준 것 같다.
이렇게 이 책 사자소학은 한문을 익힘은 물론, 어린이들의 바른 몸가짐과 마음가짐,
그리고 생활규범과 어른을 공경하는 법 등을 가르쳐 주는 책이다.
내용과 순서를 살펴보면 부모님을 섬기는 도리와 임금과 신하의 바른 처신,
부부의 바른 도리, 형제의 우애, 친구를 사귀는 방법과 중요성,
어른과 어린이의 질서 벗과 친구 바르게 사귀는 법 등을 알려주고,
나아가서 바른 몸가짐으로 바른 민주 시민의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사자소학은 선조들이 서당에서 공부할 때 처음 배우던 내용으로
열 살 이전에도 배울 수 있는, 기초한문교과서라 할 수 있는데
지금으로부터 약 900년전 중국 남송의 유학자인 주희(朱熹 1130 ~ 1200)가 편찬한
소학(어린이가 배워야 할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뜻)과 기타 경전 등에서
쉬우면서도 교훈이 될 만한내용을 가려 뽑아 네 개의 글자를 한구절로 엮었기 때문에
『四字小學(사자소학)』이라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엔 유치원 어린이 한문교재라고 나와 있으나 유치원생과 저학년 아이들에겐 약간 어렵겠단 생각이 든다.
물론 아이들은 다 잘 배우고 모두 흡수하는 능력을 가졌으니 한자도 무리없이 배우는 것을 보긴 했으나
초등 3학년 딸아이에게 이 책으로 공부하라고 줬더니
한자도 어려워 했고 획순도 나와 있지 않아 모르는 한자를 쓰는 것도 일단 어려워했다.
욕심부리지 말고 하루 단 네자씩이라도 읽고 뜻을 익히고 삶 속에 나타나는 예의로 자리잡히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