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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수면 꿀잠
니시카와 유카코 지음, 임영현 옮김 / 북스타(Bookstar) / 2021년 10월
평점 :
밤이 되면 유난히 시계 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할수록 더 또렷하게 들리는 그 소리에 신경을 쓰다보면 어느새 자정을 넘어 한 시, 두 시... 모두 곤히 잠든 밤. 우리집, 내 방이지만 캄캄한 곳에서 보는 모습은 낯설고 괜히 무섭다.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시계 바늘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리고 이러다 못 자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 더 조바심이 나고.
어릴 때 나는 잠이 없는 아이였다. 자려고 누우면 늘 저런 상황이었고 그렇게 말똥말똥 어둠속에서 점점 온갖 신경이 더 예민해지다가 겨우겨우 잠이 들면 이내 기상해야 하는 시간이 되곤 했더랬다.
갓난 아기 때도 그랬단다. 도무지 아기가 잠이 없어서 엄마는 늘 나를 보느라 잠을 이루지 못하셨단다. 학생이었을 때에도 오밤중에 홀로 깨어 하필 생각나는 귀신이야기, 무서운 영화 생각에 오싹해 하곤 했다. 지금도 사실 잠은 적은 편이다. 내가 줄일 수 있는 시간은 수면 시간 뿐이어서 그렇게 되었다. 학교 다닐 땐 아침 등교 시간이 6시40분까지였고 하교 시간이 10시였으니 잠을 충분히 잔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었고, 이제는 일찍 등교하고 늦게 하교하는 아이들이 있다보니 아이들 자고 나면 나도 자고, 아이들 일어나기 전에 내가 먼저 일어나 준비하느라 나는 언제나 잠이 부족하다. 그걸 버티고 있는 건 오직 카페인의 힘인 걸 안다. 어쩌다 건강이나 어떤 이유로 커피 및 차, 음료 등 카페인을 멀리하면 나는 종일 비실거리다가 아주 일찍 곯아 떨어진다. 그걸 보면 나는 원래 적게 잠을 자도 괜찮아서 그러는 게 아니고 카페인의 힘을 빌어 버티고 버티는 중인 게 분명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평소에 피곤하고 자주 아프고 머리는 멍하고 기억력도 떨어지고 성격도 나빠지는 것 같다. 잘 자야 한다는 얘길 많이 들었는데 사실 요즈음의 나는 몹시 피곤해서 견딜 수 없을 때쯤 잠자리에 들기 때문에 오히려 잠이 드는 속도는 정말 빠르다. 거의 기절 직전까지 버티다가 머리가 베개에 닿자마자 잠이 드는 것이다. 아 책에서 말하는 대로라면 나는 수면부채가 아주 심각하다 하겠다.
잠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불면증도 아니지만 요즘 한창 잠에 대해 관심이 많던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특히 수면과 치매 및 각종 질환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던 중이었기 때문에 좀 더 자세하게 알고 싶었다.
잘 자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도 자는 시간을 줄이며 살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기도 했다.
이 책은 전체 6장으로 되어 있다. 1장에서는 잠을 못 자는 사람이 알아야 할 수면의 원리, 원칙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디서든 잠자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다고 시작해서 나는 첫장부터 반성을 하며 읽어야 했다. 내가 살이 찌는 것, 피부와 자세가 나빠지는 것, 자고 일어나도 찌뿌둥하고 피로하며 몽롱한 것 등이 모두 잘 못 자기 때문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듣고 본 이야기가 많다보니 이 책에는 내가 익히 알던 이야기도 많이 있었는데 이 책의 2장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금 새로웠다. 뮌헨 크로노 타입에 대해서도 처음 들었고, 수면 초반부 3시간이 골든 타임이라는 것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얼마전부터 스마트밴드를 착용하며 사용하는데 가장 눈여겨 보는 기능이 수면 상태 진단에 대한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내 수면 시간은 짧고 얕은 잠이 많고 수면의 질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해 주곤 해서 어떡해야 좋을지 난감했는데 수면 초반부 3시간이 골든 타임이라는 대목을 읽어보니 내 수면의 질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역산법으로 수면 시간을 확보하라는 이야기에 동의했다. 3장에서는 아침을 맞이하는 방법에 따라 아침의 효율이 크게 증대한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잠을 잘 자려면 일찍부터 햇볕을 잘 쬐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눈을 뜨는 순간부터 영향을 준다는 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3장에서는 햇빛, 아침 습관, 아침 식사, 5분 껌씹기, 호흡 등으로 수면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말한다. 4장은 우리가 일상에서 적용하고 실행할 만한 것들을, 5장에서는 피로를 회복하기 위한 밤을 보내는 방법을, 그리고 6장에서는 수면을 위한 환경 만들기에 대해 말하는데 특히 매트리스, 베개, 침구, 잠옷 등에 대해 이야기 해 준다.
쉬운 말로 쓰여 있어서 가독성도 좋고 왜 잘 자야 하는지, 어떡하면 잘 잘 수 있는지 등에 대해 적혀 있어서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나 갱년기를 맞아 불면의 밤을 보내며 고통스러워 하는 사람들을 곁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이론으로 아무리 이해되고 좋아도 실제로 그 모든 걸 다 해 보고도 잠을 잘 못 이루는 경우들을 꽤 보아서 잠을 잘 이루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건강을 위해서라도 수면부채를 시급히 갚아가면서 꿀잠을 이루기 위해 책에서 권하는 대로 노력을 해 보아야겠다. 아이들의 잠도 확보해 주는 차원에서 등교 시간을 조금만 늦춰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