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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 - 나를 위한 용서 그 아름다운 용서의 기술
프레드 러스킨 지음, 장현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살아가다보면 누군가가 나에게 잘못을 하기도 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잘못을 하기도 하며 내가 나 자신을 생각할 때에 못마땅하여 용서가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잘못들이 어떤 경우엔 고의적인 것도 있지만 전혀 고의성이 없음에도 서로서로 양해가 안되어 울화를 치밀어 오르게 되는 그런 경우도 있다.
그럴때 우리는 자주 생각한다. 성경에는 일흔번씩 일곱번이라도 용서하랬는데... 라거나 누가 누구를 감히 용서한다는 말인가 용서는 인간의 범주에 속한 것이 아니야 라든가 ...
그리고 굳이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용서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나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생각할때에 괴로워 그렇기도 하고 그냥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나는 용서를 잘하는 사람일까? 책을 읽기 전에 생각해 보았는데 "용서"라는 주제로 생각을 해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무수한 사건과 사람들이... ㅠㅠ 마음으로는 용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나는 내 삶 속에서는 용서를 못하고 살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막상 생각을 구체적으로 해 보고 있노라니 내가 감히 용서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를 떠나 그들이 저지른 잘못과 죄가 씻을 수 있는, 용서받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 당했던 그 시기와 여전히 똑같은 아픔과 분노가 다시 치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과연...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그들을 용서할 수 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고 읽기 시작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먼저 밝히고 있는 것이, 인정머리 없는 행위를 그저 참고만 있다든가, 마음 아픈 일을 당하고 나서 없던 일로 잊어버리는 것, 또는 부당한 일을 애써 좋게 봐주는 것은 용서가 아니다. 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가 받은 상처를 부정하거나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하는 것도 용서는 아니며 자기를 공격한 사람과 화해하라든가 아예 감정 자체를 갖지 말라는 뜻은 더욱 아니라는 것이다.
마음 상하고 학대를 받으면서도 화낼 권리를 포기하는 게 용서라는 뜻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쓰고 있다.
소피아 대학교 임상심리학과 교수인 이 책의 저자는 용서를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체험하는 평화의 느낌과 이해의 느낌"이라고 정의했다. 쉽고 간단히 말해서 과거에 현재의 내가 매여 내 평화를 깨뜨린 채로 고통받는 상황 속에서 긴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게 쉽다면 누구나 용서를 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고 살지 않겠는가?
그래서 그는 이 책을 썼다. 직접 용서 프로젝트를 열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미나를 통해 용서를 하게 되고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된 사람들을 연구하고 함께 하며 그 과정과 방법을 들려주고 있는 것이다. 왜 용서해야 하고 어떻게 용서해야 하는지에 대해 트레이닝 시켜주는 듯한 그런 이야기가 실례를 들어가며 쓰여 있다.
용서에 대해 충분히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용서하기 어려웠던 부분들이 다소 해소되는 마음도 생겼다.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 가르쳐 주는 방법들을 실천하며 살아가다보면 저자의 말처럼 용서의 근육들이 생겨나 더 평안한 마음으로 서로를 용납하고 용서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다만 이 책에서는 무수히 많은 사례들을 들려주는데 솔직히 좀 지루했다. 물론 그들의 사례가 충분히 우리네 이야기이기도 하여 이해를 돕는데엔 도움이 되었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사례보고 보다는 용서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는 훨씬 유익했고 도움이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막연히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니까 용서하는 게 좋다. 는 주장을 펼치지 않고 연구와 사례를 통해 근거있게 제시함으로 하여 용서가 우리몸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알려 주고 있기도 한데 굳이 그런 근거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괴로움을 겪었던 적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용서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제시하는 방법을 따라 노력하면 자신의 울화와 노여움 괴로움 마음의 평안이 깨어진 상태를 돌이킬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용서의 대상이 있거나 없거나 이런 방법들이 마음의 평화를 위해 도움이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많다는 우리나라 화병 환자들에게도 유익하고 말이다.
나는 어릴때 성추행을 당한 일을 아주 오래도록 잊을 수 없었다. 괴로웠고 수치스러웠고 나중엔 큰 분노를 느꼈으며 그로 인해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성폭행도 아니고 단한순간의 아주 어릴때 성추행인데도 그 몇초도 안될 일이 내 일생 일대에 끼친 악영향은 정말 막대했다. 그런 사람을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용서받을 일도 아니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며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내가 다시는 본 적 없는 그 사람의 그 행위 한번 때문에 너무나 긴 세월 고통속에 살고 있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일도 있다. 5.18의 총성을 기억하는 나는 상당히 긴 세월을 악몽 속에서 보내야 했었다. 굉장히 긴 세월을 공포 속에서 보내야 했고 위정자들을 증오했다. 어떻게 국가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학살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는 분노와 더불어 공포...
어쨌거나 내 마음의 평화와 이해의 느낌을 위해서는 이 책의 도움을 통해 용서를 실천할 수 있는 게 분명하며 책에 대해 덧붙이자면 이책은 종교적인 색채는 느껴지지 않는다.
누구나 심리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용서의 기제가 발휘되기도 한다는 생각을 했다. 꼭 여기서의 방법대로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자기 스스로는 그것이 용서인지 뭔지도 잘 모르더라도.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은 아주 극심한 괴로움 속에서 일상이 점점 더 어떤 사건이나 사람으로 인해 피폐해진 사람들에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용서를 해야 하는 경우에 처한 사람이 아니라 울화가 잘 치미는 사람에게도 이 책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바로 나같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