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넘어선 멘토 아버지
박성희 지음 / 학지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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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진부한 얘기일거라 생각했다.  아무리 이야기 해도 갚을 길 없는 게 부모님의 은혜요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라지만 아버지 얘길 읽는 건 그리 내키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책이 아니라도 나는 할 말이 너무 많다 이거지...

그런데 책소개를 보니 소설도 아니고 눈물 짜내는 이야기도 아니고 아버지는 이래야 한다는 설교식 이야기도 아니었다.  이 책에는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백범 김구, 이순신 장군, 황희 정승, 연암 박지원, 백사 이항복, 토정 이지함이 보이는 아버지로서 뿐 아니라 멘토로서의 모습들을 조명해 주고 있었다.  특별히 그들 개개인의  위인전식 이야기가 아닌 아버지로서의 면모를 더 부각 시켜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라 또다른 느낌이 들었다. 

나는 서른이 넘어 결혼을 하고 아길 낳아 키우고 있는데도 지금도 내가 나 자신을 돌아보면 엄마로서의 자질과 자격은 물론 그냥 사람 자체로서 보아도 부끄러워 내가 세 아이의 엄마라는 게 미안할 때가 많다. 

그런 형편이고 보니 늘 돌아보고 책을 읽어 배우고 반성하고.. 그래놓고도 다시 나의 본연의 모습이 나올때가 많아 항상 부끄러운데 우리 아버지는 스물 아홉에 나를 낳으시고 지금껏 나와 남동생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고 계신다.  책에 나오는 위인들이 아무리 훌륭해도 지금껏 낳고 키워주신 아버지만큼이나 내게 크고 넓고 깊고 따뜻한 존재일수가 없을 것이다.

정말 머리털을 다 잘라 짚신을 삼아 신겨 드린들 그 사랑을 다 어떻게 갚겠는가 말이지.

 

그렇게 아버지에 대해서도 책을 읽어가는 동안 많이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세 아이에게 아버지인 남편에 대해서도 많이 생각했다.

남편은 참 자상하면서도 엄격한 아빠인데 자신이 어떤 아빠이건 요즘은 너무 바쁘다.  바쁜 가운데에도 아이들을 지극히 그리고 살뜰하게 챙겨주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다.  아이들이 어릴때에도 자신이 밤잠 못자게 바빴음에도 정말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이들을 보살펴 주기도 했었다.  내가 보기엔 그게 최선이지만 아이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아이들을 보면 아빠를 좋아하긴 하되 무척 어려워 하고 무서워 하는 듯도 싶다.  그건 좀 안타깝다.  차츰 아이들도 자라고 우리 부부도 더 성숙해 가면서 서로의 마음을 잘 알게 되겠지...

 

남편은 미국에 있는 동안 아버지 학교에 참석한 적 있다.  그 전까지도 참 좋은 남편이고 아빠였지만 그 후로는 몇배나 더 좋은 남편과 아빠가 되어주고 있다. 언젠가 준비없이 부부가 되고 준비 없이 부모가 되는 게 부모인 우리 자신에게도 버거운 일이라는 생각에 엄마 노릇, 아내노릇을 가르쳐 주는 학교도 있었으면 했었는데 막상 아버지 학교를 다녀온 남편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시간을 보낸 듯 싶었다. 사실 마지막날엔 함께 참석했는데 가보니 그 시간은 아버지 학교였지만 엄마와 아내인 내게도 좋은 시간이 되어 주었던 것 같다.

남편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책을 읽으면서도 생각한 것이 아버지가 아버지로서의 본보기가 되어 주고 자녀와 가족 그 외의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어 주는 것만큼이나 함께 그 아버지를 아버지 되게 해 주는 조력자, 즉 아내의 역할도 크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는 이 사람, 저 사람의 훌륭한 모습만 모았거나 아버지로서 이러이러했다는 내용보다는 주제를 가지고 인물들이 보여준 모습들을 조금 더 부각시켜 정리해 두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간 위인전이나 역사책을 통해서는 알지 못했던 면모나 일화들을 알게 되기도 했다. 어쨌든 이 책의 저자가 정리한 이 책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멘토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은 태교를 도우며 자녀를 맞이한 아버지, 아버지가 바로서야 가족이 바로선다는 내용, 아버지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자녀들이 저절로 따른다는 것, 자신의 길을 꾸준히 걸으며 자식의 존경이 자연히 뒤따른다는 사실,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서자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 가족화목의 밑거름이 된다는 내용, 최고의 멘토는 아버지, 잘 노는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라는 이야기, 창의력은 아버지에게서부터 비롯된다.. 는 등등을 담고 있다.

즉 이에 걸맞는 모습을 갖춘 우리시대 훌륭한 아버지들을 조명하며 아버지라는 이야기를 담아 내고 있는 책이다.

 

요즘 시대에는 가족의 일원도 많지 않은데 가정이 해체되고 부부간에 신뢰가 없고 부모 자식 간에도 정이 없는 안타까운 풍경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가정의 중요성, 부모의 부모됨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내 남편이 했듯 아버지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아버지 학교마저도 있는데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가정을 지키고 아버지는 아버지로, 어머니는 어머니로서의 자릴 잘 지키고 수행해 갈 수 있어야겠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아버지라는 존재들을 돌아보게 해 주는데엔 좋았으나 과연 바쁜 아빠들이 이 책을 읽고 따를까 하는데엔 글쎄.. 하는 생각이... 늘 하는 생각인데 아버지가 바뀌어야 한다기 보다는 사회구조의 변화가 더 필요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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