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윤순식 옮김 / 미래지식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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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을 들으면 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같은 제목으로 작곡한 이 교향시의 서주 부분이 먼저 떠오른다.



제목이 워낙 익숙해서 읽어본 적이 있었던 것만 같은 이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주저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나는 이전에 내가 읽은 니체의 책이 또 있었나를 생각해 보았다.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비극의 탄생"을 읽은 적 있다. 달랑 한 권 읽고 차라투스트라를 읽겠다고 덤비다니.. 무모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출간 당시에는 제각각 독립 출판되었다가 4부를 쓰면서 전체가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되었다고 한다. 4부를 출간한 때는 니체의 나이 마흔 언저리였더군. 왜 오십이 넘은 나는 이 책을 읽는 게 어려운 것인가. 그러나 미래지식에서 새로 나온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말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 좀 더 보이고, 조금씩 더 이해가 되고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의 독일어식 이름이라 한다. 니체는 고대 페르시아 예언자이며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차라투스트라)를 내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로아스터의 입을 빌렸을 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물론 니체의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은둔자 차라투스트라가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산에 올라가 십 년이나 고독하게 명상을 한 후 내려와 자신의 말을 설파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 대목은 광야에서 사십일 금식 기도를 마치신 후 공생애를 시작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산속 십 년 명상은 뭐랄까, '내(차라투스트라)가 예수보다 훨씬 많은 지혜를 터득했다'라고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은 "신은 죽었다"였다. 여기서의 신은 그런데 기독교의 유일신이라기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모든 신, 신처럼 떠받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여하튼 산에서 내려와 군중 속으로 가서 "신은 죽었다"를 외치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모든 사막들을 느끼고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 왕들과 거머리와 마술사와 가장 추악한 자와 스스로 거지가 된 자와 그림자와 나귀와 대화하고 어둠을 지나 새로운 날의 징조를 보는 것으로 끝맺는다.



요약하자면 그러한데 대부분 독백이고 산문시 같기도 하고 비유와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구성에 일관성이 없어서 문장만 읽어서는 몹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책의 부제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라는 말처럼 누구나 읽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이 난해한 이야기들을 통해 니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사랑하는 것, 인간이 좀 더 나은 인간(?)으로의 선택을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p.16) 각주에는 초인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초인을 뜻하는 독일어 위버멘쉬는 건너가는 자, 넘어가는 자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영원회귀의 진리를 체득하고 힘의 의지를 실현시킬 미래의 인간을 가리킨다. 아 무슨 말인가. 알듯 말듯 하다..

다음 페이지에서 니체는 이렇게 설명한다. "초인이란 대지의 의미이다. 그대들의 의지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게 하라. 초인이야말로 대지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p.17)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걸쳐 놓은 하나의 밧줄이다"(p.20)라며 인간이 짐승이 아닌 초인 쪽으로 가려고 목표를 세우고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사자가 아이가 된다는 이 변화를 말하려고 한다. (p.38)

강하고 참을성 있는 정신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무거운 짐 싣기를 원한다. 그러다가 그 고독한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서 정신은 사자가 된다. 자유를 쫓아 잡으려 하고,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사자만이 할 수 있는데 새로운 가치를 위한 권리를 획득하는 것은 아이가 되어야만 한다. 아이의 순진함과 망각으로. 창조의 유희를 위해서 성스러운 긍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p.(41)



이후의 내용은 모두 차라투스트라가 여행을 다니며 만난 이들에게 설파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독백처럼 이어진다.

어렵다.. 중요 문장을 더 굵게 표기해 주기까지 한 친절한 책이었지만 왜 그 문장이 굵게 쓰여있는지도 알아채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역자의 해석을 덧붙여본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사람도 오직 자신뿐이다. 용기를 내어 자신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기존의 가치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며 현실을 살아가라는 것이 니체가 현재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p.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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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로 가니 - 식민지 교실에 울려퍼지던 풍금 소리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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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말과 글까지 빼앗으려고 한 저의는 분명하다. 한국을 대륙에 붙은, 일제를 향해 뻗은 팔뚝으로 보아 위협을 느꼈던 것이다. ...... 하나 전쟁이 발발하자 그들은 조선 땅을 넘보기 시작했다. 조선인 전체를 일본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말과 글을 지배할 필요가 있었다. ...... 언어는 생각의 집이다. 그러니 언어를 지배함으로써 사고방식까지 조작할 수 있다는 속셈이었던 게다."(p.101)



올해 초 작고하신 이어령 님의 한국인 이야기 완결편 "너 어디로 가니"를 읽었다.

여기서 "너"는 한국, 한국인이다. 따라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으려면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아왔고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바르게 알고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누구나 옛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우리의 나아갈 바를 제시하기란 어려운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옛날 옛적에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 고개를 넘어가는데...로 시작하는 끝없이 이어지던 꼬부랑 이야기처럼 굽이굽이 근현대사를 되짚어 저자가 들려주는 우리의 살아왔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유년 시절을 보낸 저자는 식민지 시절을 관통하며 그 전후의 한국인 이야기를 꼬부랑 이야기 열두 고개에 담아 들려주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트라우마, 이 부정의 기억을 떨치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를 이야기한다.

이야기 열두 고개는 이런 내용들을 담고 있다. 천자문 고개, 학교 고개, 한국말 고개, 히노마루 고개, 국토 고개, 식민지 고개, 놀이 고개, 단추 고개, 파랑새 고개, 아버지 고개, 장독대 고개, 이야기 고개가 그것이다.

각 챕터의 제목만으로는 짐작이 될 듯 말 듯 한 이 이야기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글자(특히 한자)로 들여다본 어린 시절, 학교와 란도셀 이야기 그리고 "국민학교", 식민지 교육과 교실 풍경, 일장기, 그리고 우리의 국토, 군가로 교육으로 언어로 한국인을 세뇌하고 말살하려던 식민지 시절, 유년의 놀이 체험, 제복, 파랑새 이야기, 우리들의 아버지 등등이 나온다.

처음 시작하는 이야기에서는 천자문 이야기가 나오는데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 어릴 적 나도 배우고 외우며 이 글자들의 조합은 '아무 말'인가했던 그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저자는 책의 말미에 더 자세히 왜 천자문에서는 하늘을 검다고 했을까에 대하여 풀이해 준다. 무척 흥미로웠고 말 한마디, 우리의 생각이 담긴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다시 새겨볼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나와 부모님 그리고 조부모님의 시대를 떠올려 보았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교육을 받고 해방을 맞이하고 전쟁을 겪으며 살았던 조부모님 세대와 해방 즈음 태어나 유년 시절 전쟁을 겪으며 맨땅에서 맨주먹으로 시작해야 했던 부모님 세대, 그리고 개발과 발전 한복판에서 한편으로는 민주화운동과 함께 이념 갈등 등을 겪으며 살아온 우리 세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절망과 저항과 도전의 세월을 느끼며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생각하게 된다.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전 4권이라고 한다. 너 어디에서 왔니, 너 누구니, 너 어떻게 살래 그리고 이 책 너 어디로 가니이다. 앞의 책들을 읽지 않았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 그러나 기회가 된다면 다 읽어보고 싶다. 주변인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너 어디로 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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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의 역설 - 관계, 사랑, 인생이 내 마음처럼 안 되는 이유
강현식 지음 / 유노책주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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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편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다. 그런데 같은 공간에서 같은 장면을 보았으면서도 다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이해력의 차이라기보다는 우리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방식의 차이거나 혹은 이전에 만난 사람이나 상황 속에서 겪었던 경험이 현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복잡해서 간단한 공식처럼 설명할 수 없다. 타인의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도 그렇다. 내 마음 나도 모르고, 내 마음이 내 마음대로 안될 때가 얼마나 많은지.



복잡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고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심리학 역시 복잡하다. 이것을 이 책에서는 심리학의 여러 이론과 실험을 근거로 제시하며 역설로 풀어간다.



"왜 잘 되라고 한 말이 화를 부르고, 사랑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는 걸까?" 표지에 적힌 이 문장에 이끌려 책을 읽었다.



책에서 소개하는 역설은 아홉 가지이다. 칭찬의 역설, 긍정의 역설, 비판의 역설, 배움의 역설, 착함의 역설, 두려움의 역설, 통제의 역설, 사랑의 역설, 외로움의 역설이 그것이다.



칭찬과 긍정의 역설 그리고 착함, 사랑, 외로움의 역설은 알고 있던(이전에도 들어 보았던) 내용이거나 책을 읽어보면 쉽게 수긍이 가는 부분이었고 그 외의 비판, 배움, 두려움, 통제의 역설은 내게 적용하거나 기억해 두어야 하는 부분이어서 유익했다.



칭찬의 역설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칭찬의 또 하나의 먹이이며, 칭찬은 처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므로 결과 칭찬이 아닌 과정 칭찬을 하도록 하자고 저자는 권유한다.



긍정의 역설에서는 긍정주의의 늪에서 벗어나라고 이야기한다. 시도 때도 없이 긍정적이기를 강조하는 환경 속에서 반발심을 느껴 본 경험이 많았던 나는 이 내용에 공감했다. 긍정이 나쁜 것이 아닌데 이러한 긍정을 올바르게 전달하려면 공감이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공감은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한다는 것이지, 상대방의 행동에 동의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네가 죽고 싶은 마음 이해해.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네 마음은 이해하지만, 네가 죽는 것에는 동의 못 하. 널 이렇게 보낼 수는 없어!"



비판의 역설과 배움의 역설은 내가 당장 현실에 적용해야 할 대목이었다. 일단 나의 부끄러운 현주소에 반성했고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여졌을 나의 언행을 당장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꿀 것인가? 상대가 잘되기를 바란다면 잔소리 대신 "괜찮다"라고 말해주라고 한다. "괜찮다"라는 말에는 실수나 실패를 알지만 질책하거나 비난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한다는 뜻이 있으며 괜찮다는 말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삶을 능동적으로 마주해서 책임감을 갖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서로에게 신뢰가 밑바탕 되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의 역설에서 강조하는 것은 메타인지이다.



착함의 역설은 읽는 동안 슬펐다. 책에서 예로 든 홀로코스트와 세월호 대목 때문이기도 했지만 우리에게서 흔히 보이는 모습이기도 했기 때문인데 이 역설에 빠지지 않으려면 전체 맥락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사람의 감정에 주목해야 한단다.



두려우면 회피하려는 나, 잘못된 통제감으로 자신을 비난하는 나, 상대를 존재 그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나, 타인이 나를 이해해 주기만을 바라는 나. 이런 모습에서도 벗어나야겠다.



관계, 사랑, 인생이 내 마음처럼 안 되는 이유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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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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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내 인생의 성적표가 아닙니다. 부모의 희생을 부모의 사랑이라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p.14)

책의 첫 부분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마침 그 즈음 딱 이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p.30) "부부는 완벽한 타인입니다."(p.33) 이 대목에도 밑줄을 그었다.

알고 있었고 그렇게 여겨왔지만 책에서 읽으니 근거가 생기는 기분이 들더랄까.

저자의 다른 책을 그전에도 읽은 적 있다. 이전에 읽었던 책은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였다.

그때에도 읽으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는데 이 책 역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 박상미 님은 심리상담가, 문화심리학자, 교수,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 및 수련감독, 심리치료교육기관 학장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 그리고 5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가족을 공부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가족과 가장 가깝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할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며 그래서 가족은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Part1. 사랑하지만 가장 상처 주는 관계, 가족 / Part2. 가족, 치유가 필요하다 / Part3. 부모, 공부가 필요하다 / Part4. 가족 상담소 처방전 / Part5. 혼자 우는 아빠들을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다소 단호한 어조로 가족 간의 문제와 그 문제의 이유,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것 그리고 적절한 처신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해 준다. 실제 상담 사례들을 근거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글을 읽는 내내 위로가 되기도 했고 이해가 되기도 했으며 속이 후련해지기도 했다.

가족의 구성원인 나는 딸이자 손녀이고 누나이며 언니거나 동생이고 아내이며 며느리이고 동서이기도 하면서 시누이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처지이다. 나는 그냥 나지만 관계 속에서의 나는 적절한 관계를 원만하게 잘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인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잘 안다고, 가깝다고, 편하다고,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부모님께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어떤 문장들은 각별히 명심하며 읽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다.

p.35 상대가 유독 취약한 말, 상처받는 말을 파악하고 그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열 번 하는 것보다 그가 싫어하는 말 한 번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는 상대가 취약한 말은 파악했으면서 뼈를 담아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을 해 왔던 것 같아서 반성하며 읽었다.

p.41 나한테 섭섭한 게 있구나, 뭐가 섭섭해?라고 물어보세요. 나 때문에 마음이 아파?라고 물어보세요. 서로 격앙된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관계를 악화시켜 끝을 내려는 게 아닌 이상은 내가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p.49 희생이 원한이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짐은 나누는 게 좋습니다. 이 문장은 부모 봉양에 대한 이야기였다. 형제자매 중 가장 효도하는 사람이나 아직 미혼인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처음에는 자발적인 희생이었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요구사항만 늘어가고,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점점 힘이 부치면 좋은 마음이었던 그 효도가 원한이 되는 일이 있으니 짐을 나누어지라는 내용이었다. 나의 불행을 전제로 가족에게 희생했을 때는 언젠가 이것이 분노로 가족들에게 드러나는 것(p.65) 이기 마련인 것이다.

사랑은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p.179)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기술들을 조금씩 더 배우게 된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박상미의 비밀 상담실에서는 유튜브 <박상미 라디오>에서 가명으로 무료 상담한 가족 고민 사연들이 몇 가지 소개되어 있는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랑의 언어, 긍정을 위한 호흡법, 공감 대화, 화해의 기술 등을 담고 있는 책이며 이 책은 참 예쁘기도 하다. 손에 들고 읽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공감과 소통을 잘 하는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책.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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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메타포 꿈 - 생애 말 영적 돌봄에 대하여
켈리 버클리.패트리샤 버클리 지음, 윤득형 옮김 / 샘솟는기쁨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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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때 꾸었던 꿈을 나는 지금도 선명히 기억한다. 그 꿈은 이러하다.

-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방바닥에 누워 있었는데 엄마와 동생이 내 곁에 와서 나를 들여다보더니 내가 죽었다며 울부짖으면서 나를 깨우려 했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나는 내가 잠이 들어있다고 여겼으나) 죽어 있었고, 이내 장면이 바뀌면서 나는 어느새 관 안에 뉘어져 있었다. 장례가 시작되고 관뚜껑이 닫히는 그 순간 큰 두려움을 느낀 나는 내가 살아있음을 알리기 위해 큰소리로 외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지만 아무도 나의 말을 듣지 못했고 나의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관뚜껑은 닫혔고 어둠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관 속에 들어가고 땅에 묻히고 결국 썩어 없어지겠구나,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되겠구나...

그 생각과 함께 나는 잠에서 깨었다.

이 꿈은 너무나 강렬하여 평생 잊히지 않는 꿈이 되었고 꿈과 죽음 그리고 동시에 삶에 대해 아주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이 잊히기 전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해 보려 애쓰는 편이고 가까운 가족에게 꿈 얘길 늘 들려주곤 했다.

대부분은 내 꿈 얘기를 시답잖게 여기지 않고 경청해 주었고 나름의 해석들을 내놓았는데 다들 가능한 한 좋은 쪽으로 해석해 주곤 했다. 결혼 후에는 남편이 꿈 일기를 써 보는 것도 좋다고 배웠다며 권해주어서 오래전부터 꿈 일기를 써 오고 있다.

그래서 내게 이 책은 아주 관심이 많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죽음 예지 꿈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다룬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쓴 목적에 대해 죽어가는 사람과 돌보는 가족, 친구, 성직자, 상담사, 의료진에게 죽음 직전에 찾아와 삶을 변화시키는 꿈과 환상의 신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분명하고 접근 용이한 자료를 제공하려는 것(p.21)이라고 밝히고 있다. 

꿈이라는 게 사실 그걸 복기하고 말로 표현하다 보면 말이 안 되거나 설명이 어렵거나 뒤죽박죽이거나 할 때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꿈에서 깬 직후엔 분명히 생각났던 것 같은데 시시각각 기억이 흐려지면서 꿈을 꾸었다는 사실 외엔 아예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꿈을 기록하거나, 기록해 줄 다른 누군가에게 꿈을 자세히 설명할 것을 권면한다. 이는 기억 속의 꿈을 명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꿈의 이미지와 주제를 추적할 수 있게 한다.(p.73)고 말하고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그렇게 하다 보면 약간 각색과 해석이 가미되는 것 같아서 꿈을 기록하는 것에 곤란을 느낄 때가 많은데 어쨌든 꿈보다 그 꿈을 해석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므로 쓸모없는 과정은 아닌 모양이다. 이 책에서는 꿈을 탐색하기 위해 구체적인 질문을 하라고 이야기한다. 그 질문이란 이런 것들이다. (p.186) 무한한 가능성들 가운데, 꿈의 상상력은 왜 이러한 특정 인물, 환경, 활동을 제시하고 있는가? 이 인물, 환경, 활동이 내 인생을 특별하게 만들거나 구별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 꿈에서 가장 선명한 요소, 가장 활기 있고, 강하고, 생생한 요소는 무엇인가? / 꿈을 배경, 인물, 혹은 꿈의 전개에 갑작스러운 전환이나 변화는 없었는가? 갑작스럽게 혹은 예상하지 않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 꿈에서 가장 기괴하고, 이상하고, 비현실적은 요소는 무엇인가? 깨어 있는 삶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것이 일어났는가? / 꿈에서 눈에 띄게 대칭적이거나 대조되는 패턴이 있는가?   

이 책에서 주로 언급하고 다루는 꿈은 죽음을 앞둔 이들의 꿈이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알 수 없으므로 죽음 예지 꿈을 꾸는 특정한 연령이나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겠으나 죽음을 앞둔 이들이  꾼 꿈을 다루는 것을 통해 살아 있을 때 나의 죽음을 성찰하기를 바라고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죽음을 예언하는 꿈을 말하는 건가? 하고 오해를 하기도 했고, 꿈 해석법 같은 걸 알게 될까 하는 기대도 했었는데 다 읽은 후에는 "나의 죽음"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프롤로그와 6개의 챕터 그리고 에필로그로 나누어져 있고 꿈에 대해, 때로는 구체적인 예시(누군가의 꿈의 기록)와 설명 등으로 되어 있다. 

p.31 모든 꿈은 다소 미묘한 방식으로 인간 삶의 유한성에 대한 묵상을 추구한다. 전 생애에 걸쳐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해 간다. 꿈의 기능 가운데 하나는 엄밀히 말해 용기와 지식을 가지고 삶의 마지막을 마주하도록 도울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이 책에서는 이야기하고 있고, 에필로그에서는 꿈 일지나 꿈 일기를 작성해 보거나 신뢰한 만한 사람과 꿈 얘기를 나누어 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p.182 당신은 자신의 꿈을 스스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모두 자연적으로 꿈꾸는 자이며,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그로부터 가치 있는 교훈을 배울 수 있는 고유한 능력을 타고났다. 우리 자신이 꿈의 의미를 분별할 수 있는 최고의 전문가이다. 고 말 한다. 

이 책을 읽고 꿈을 이해하고 삶과 죽음을 성찰하는 계기를 갖게 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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