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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미의 가족 상담소 - 모르면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하기 쉽다
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2년 7월
평점 :
"자식은 내 인생의 성적표가 아닙니다. 부모의 희생을 부모의 사랑이라고 오해하면 안 됩니다." (p.14)
책의 첫 부분에서 이 문장을 읽으며 많이 공감했다. 마침 그 즈음 딱 이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니다." (p.30) "부부는 완벽한 타인입니다."(p.33) 이 대목에도 밑줄을 그었다.
알고 있었고 그렇게 여겨왔지만 책에서 읽으니 근거가 생기는 기분이 들더랄까.
저자의 다른 책을 그전에도 읽은 적 있다. 이전에 읽었던 책은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였다.
그때에도 읽으면서 느끼고 배운 점이 많았는데 이 책 역시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 박상미 님은 심리상담가, 문화심리학자, 교수,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 및 수련감독, 심리치료교육기관 학장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 그리고 5개의 파트로 되어 있다.
프롤로그에서는 가족을 공부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가족과 가장 가깝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 오해하기 쉽고 알면 사랑할 수 있는 관계가 가족이며 그래서 가족은 사랑하면서도 상처를 주고받는 관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목차를 살펴보면 Part1. 사랑하지만 가장 상처 주는 관계, 가족 / Part2. 가족, 치유가 필요하다 / Part3. 부모, 공부가 필요하다 / Part4. 가족 상담소 처방전 / Part5. 혼자 우는 아빠들을 위하여 /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
저자는 다소 단호한 어조로 가족 간의 문제와 그 문제의 이유, 관계를 맺고 이어가는 것 그리고 적절한 처신에 대해 명쾌하게 이야기해 준다. 실제 상담 사례들을 근거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글을 읽는 내내 위로가 되기도 했고 이해가 되기도 했으며 속이 후련해지기도 했다.
가족의 구성원인 나는 딸이자 손녀이고 누나이며 언니거나 동생이고 아내이며 며느리이고 동서이기도 하면서 시누이이기도 하고 언젠가는 할머니가 될 처지이다. 나는 그냥 나지만 관계 속에서의 나는 적절한 관계를 원만하게 잘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인데 가족이라는 이유로 잘 안다고, 가깝다고, 편하다고, 상처를 주고받으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에게, 남편에게, 그리고 부모님께 상처를 주는 일이 없도록 어떤 문장들은 각별히 명심하며 읽었다.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다.
p.35 상대가 유독 취약한 말, 상처받는 말을 파악하고 그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열 번 하는 것보다 그가 싫어하는 말 한 번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나는 상대가 취약한 말은 파악했으면서 뼈를 담아 가슴에 콕 박히는 말을 해 왔던 것 같아서 반성하며 읽었다.
p.41 나한테 섭섭한 게 있구나, 뭐가 섭섭해?라고 물어보세요. 나 때문에 마음이 아파?라고 물어보세요. 서로 격앙된 상황에서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관계를 악화시켜 끝을 내려는 게 아닌 이상은 내가 노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p.49 희생이 원한이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짐은 나누는 게 좋습니다. 이 문장은 부모 봉양에 대한 이야기였다. 형제자매 중 가장 효도하는 사람이나 아직 미혼인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들이 많은데 처음에는 자발적인 희생이었더라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요구사항만 늘어가고,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점점 힘이 부치면 좋은 마음이었던 그 효도가 원한이 되는 일이 있으니 짐을 나누어지라는 내용이었다. 나의 불행을 전제로 가족에게 희생했을 때는 언젠가 이것이 분노로 가족들에게 드러나는 것(p.65) 이기 마련인 것이다.
사랑은 배우고 익혀야 할 기술(p.179)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그 기술들을 조금씩 더 배우게 된 것 같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수록된 박상미의 비밀 상담실에서는 유튜브 <박상미 라디오>에서 가명으로 무료 상담한 가족 고민 사연들이 몇 가지 소개되어 있는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거나 그로 인해 상처를 입었던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랑의 언어, 긍정을 위한 호흡법, 공감 대화, 화해의 기술 등을 담고 있는 책이며 이 책은 참 예쁘기도 하다. 손에 들고 읽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공감과 소통을 잘 하는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읽어보면 좋을 책. 박상미의 가족 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