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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윤순식 옮김 / 미래지식 / 2022년 9월
평점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제목을 들으면 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같은 제목으로 작곡한 이 교향시의 서주 부분이 먼저 떠오른다.
제목이 워낙 익숙해서 읽어본 적이 있었던 것만 같은 이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는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주저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나는 이전에 내가 읽은 니체의 책이 또 있었나를 생각해 보았다.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비극의 탄생"을 읽은 적 있다. 달랑 한 권 읽고 차라투스트라를 읽겠다고 덤비다니.. 무모했다.
이 책은 전체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 출간 당시에는 제각각 독립 출판되었다가 4부를 쓰면서 전체가 한 권으로 묶여 출간되었다고 한다. 4부를 출간한 때는 니체의 나이 마흔 언저리였더군. 왜 오십이 넘은 나는 이 책을 읽는 게 어려운 것인가. 그러나 미래지식에서 새로 나온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말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보다는 두 번째 세 번째 읽을 때 좀 더 보이고, 조금씩 더 이해가 되고 말이다.
차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의 독일어식 이름이라 한다. 니체는 고대 페르시아 예언자이며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조로아스터(차라투스트라)를 내세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조로아스터의 입을 빌렸을 뿐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물론 니체의 사유를 담고 있다.
이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은둔자 차라투스트라가 서른 살에 고향을 떠나 산에 올라가 십 년이나 고독하게 명상을 한 후 내려와 자신의 말을 설파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이 대목은 광야에서 사십일 금식 기도를 마치신 후 공생애를 시작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산속 십 년 명상은 뭐랄까, '내(차라투스트라)가 예수보다 훨씬 많은 지혜를 터득했다'라고 강조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런 그가 가장 먼저 했던 말은 "신은 죽었다"였다. 여기서의 신은 그런데 기독교의 유일신이라기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기존의 모든 신, 신처럼 떠받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을 의미하는 것 같다.
여하튼 산에서 내려와 군중 속으로 가서 "신은 죽었다"를 외치며 인간의 내면에 있는 모든 사막들을 느끼고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 왕들과 거머리와 마술사와 가장 추악한 자와 스스로 거지가 된 자와 그림자와 나귀와 대화하고 어둠을 지나 새로운 날의 징조를 보는 것으로 끝맺는다.
요약하자면 그러한데 대부분 독백이고 산문시 같기도 하고 비유와 상징으로 이야기하고 구성에 일관성이 없어서 문장만 읽어서는 몹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책의 부제 '모든 사람을 위한, 그러면서도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책'이라는 말처럼 누구나 읽을 수는 있으나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어쨌거나 이 난해한 이야기들을 통해 니체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사랑하는 것, 인간이 좀 더 나은 인간(?)으로의 선택을 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을 가르치노라"(p.16) 각주에는 초인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 초인을 뜻하는 독일어 위버멘쉬는 건너가는 자, 넘어가는 자를 의미한다. 여기서는 영원회귀의 진리를 체득하고 힘의 의지를 실현시킬 미래의 인간을 가리킨다. 아 무슨 말인가. 알듯 말듯 하다..
다음 페이지에서 니체는 이렇게 설명한다. "초인이란 대지의 의미이다. 그대들의 의지로 하여금 이렇게 말하게 하라. 초인이야말로 대지의 의미가 되어야 한다고!"(p.17)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걸쳐 놓은 하나의 밧줄이다"(p.20)라며 인간이 짐승이 아닌 초인 쪽으로 가려고 목표를 세우고 극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하여 말하고자 한다. 즉 정신이 낙타가 되고, 낙타가 사자가 되고, 마지막으로 사자가 아이가 된다는 이 변화를 말하려고 한다. (p.38)
강하고 참을성 있는 정신은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 낙타처럼 무릎을 꿇고 앉아 무거운 짐 싣기를 원한다. 그러다가 그 고독한 사막에서 두 번째 변화가 일어난다. 여기서 정신은 사자가 된다. 자유를 쫓아 잡으려 하고, 사막의 주인이 되고자 한다. 새로운 가치의 창조는 사자만이 할 수 있는데 새로운 가치를 위한 권리를 획득하는 것은 아이가 되어야만 한다. 아이의 순진함과 망각으로. 창조의 유희를 위해서 성스러운 긍정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p.(41)
이후의 내용은 모두 차라투스트라가 여행을 다니며 만난 이들에게 설파하는 다양한 이야기가 독백처럼 이어진다.
어렵다.. 중요 문장을 더 굵게 표기해 주기까지 한 친절한 책이었지만 왜 그 문장이 굵게 쓰여있는지도 알아채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역자의 해석을 덧붙여본다. "이 세상에서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구원할 사람도 오직 자신뿐이다. 용기를 내어 자신을 극복하고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 기존의 가치 따위에 얽매이지 말고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며 현실을 살아가라는 것이 니체가 현재의 우리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다."(p.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