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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삶에 관하여 (2017 리커버 한정판 나무 에디션)
허지웅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날 우연히 허지웅이라는 사람을 TV에서 봤다.
나는 처음 본 사람인데 그 사람은 꽤 유명한 사람인 느낌이 들었다. 방송에 초대되어 나와 있는 게 아니었고 공동진행자 자격으로 앉아 있었던 거다. 게다가 그뿐 아니라 앉아 있는 자세나 말투, 표정이 꽤 시니컬해 보여서 눈에 띄었다.
"저 사람 누구야? 뭐 하는 사람이야?" 하고 궁금했지만 이내 채널을 돌려버렸다. 처음 보는 허지웅에게 유감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공동진행자들이 다 맘에 안드는 사람이었던 것.
그런데 그렇게 한번 보고나니 그 뒤로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런데도 도무지 정체를 모르겠더라. "저 사람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그러다 최근, 몇가지 이슈가 되었던 사건을 두고 허지웅이 SNS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보며 그 사람에 대해 조금쯤 다른 인상을 갖고 보게 되었다. 여전히 뭐 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리고 그가 쓴 책이 나왔다길래 궁금증에 읽어보게 되었다.
처음엔 유명세를 타고 책을 냈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읽어보니 책을 처음 쓴 사람도 아니고 심지어 그는 자기 소개를 "글쓰는 허지웅"이라고 하고 있었다.
이번에 낸 책은 제목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다.
버티는 삶이라니 뭔가 제목부터 절박해 보였다. 버틴다는 말의 뉘앙스가 그래서였지만 설마 딱 그런 뜻으로만 쓴 제목일까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뉘어 있다. 자기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가 담긴 1부, 정치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이것도 자신의 정치적 의견이지...) 암튼 그 이야기 2부, 방송과 매체를 다룬 3부, 그리고 영화 이야기 4부.
하나의 긴 호흡으로 책을 썼다기 보다는 몇년전부터 꾸준히 기고해 온 글을 엮어 낸 에세이이고.
따라서 버티는 삶에 관한 이야기만이 책 전체의 맥은 아니었다. 결국 그렇다고 본다면 또 아니랄 것도 없겠지만.
1,2부의 글들보다 개인적으로는 3,4부에 실린 이야기들이 더 좋았다. 음.. 덜 불편했다.
1,2부의 글을 통해서는 허지웅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 부분은 그에 대한 선입견이나 반감을 없애주었다. 3, 4부를 읽으면서 그가 자신의 일들을 잘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 2부를 읽으며 들었던 마음은 어떤 연민 같은 것...
내가 좀 더 어렸다면 지금보다 많이 감동하며 읽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글이 어리고 생각이 미성숙하더란 의미가 아니다.
책으로 남겨도 좋을 만큼 숙고해서 쓰고 많은 글을 읽고 깊은 사유의 시간을 갖고 사는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오히려 했다. 다만 그가 그런 생각을 하고 그런 글을 쓰기까지의 삶을 생각하니 괜한 연민이 생겼더랬다. 본인은 전혀 달가워하지도 않고 필요를 느끼지도 않겠으나.
본인이 그 연민이란 말을 듣기 싫어한다면 없었던 관심과 애정이 생겼다고 해두는걸로...
인상적이었던 건 삽입되어 있던 사진들이었다.
사람은 그래도 대부분은 자신이 하는 일이나 자신과 연관된 곳, 것,... 들을 미화하고 싶어할 것만 같은데 이 책에 들어가 있는 사진들은 그다지 아름다운 풍경들만은 아니었다.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현실 그대로를 보여주는 느낌. 일부러 더 음울하게 보이려거나, 보다 미화하려는 의도가 안느껴지는... 사진도 글도 꽤나 솔직한 그런 느낌.
하지만 버티자는 말에는 백퍼센트의 공감이 어려웠다. 나는 그 정도로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거나, 절박해 본 적이 없었거나, 내공이 쌓여 버텨보자고 굳이 안해도 되거나...?
다만 그렇게 버티고 버텨 '나 자신에게는 창피한 사람이 되지 맙시다.' 라는 말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
당연한 말 같지만 쉽지 않고 쉽지 않지만 가치로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