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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깊은 떨림 -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세계 명시 100
강주헌 엮음, 최용대 그림 / 나무생각 / 2015년 6월
평점 :
내게 있어 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리고
상당히 재미없는 그런 장르였다.
함축하고 있는 의미, 리듬감 있는 짧은
글을 이해하고 즐길만한 능력이 모자랐던...
초등 2학년때 담임 선생님께서 방과 후
집으로 가려는 급히 부르셨다.
깜박 잊고 계셨다면서 오늘 교내 백일장이
열리는데
우리반 대표로 나가라 하시며 원고지를
스무장쯤 쥐어주시며 6학년 교실로 가보라 하셨다.
얼떨결에 생전 처음 보는 원고지를 받아들고
필통 하나 달랑 거리며 6학년 교실로 갔더니
반대표로 온 언니 오빠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고 칠판엔 백일장 제목들 몇개가 적혀 있었다.
6학년 교실이라 책상과 의자는 내게 아주
높았고 대롱대롱 앉아 칠판을 보니 막막하기 짝이 없더라.
정말,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런
심정으로 원고지만 만지작 만지작.
원고지 쓰는 법도 몰랐던 나는 힐끗힐끗
건너편에 앉아 뭔가를 쓰고 있는 오빠들 글을 훔쳐보았다.
그때 선생님께서 그런 나를 보시더니
"글짓기를 컨닝하려 드느냐며, 운문을 쓸래, 산문을 쓸래?" 하셨다.
아아.. 운문은 뭐고 산문은 또 뭐란
말인가.
시간은 자꾸 흐르고 선생님은 무섭고..
되는대로 "운문"을 쓰겠다고 대답하고 쓰는 척 했다.
그래놓고 운문도 산문도 아닌 것을 쓰고
나왔던 것 같다.
집으로 돌아와 운문이 뭐고 산문이 뭐며
시가 무엇이고 글짓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엄마께 배웠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그림 일기 외에 아무것도 써 본 적
없는 내게 있어 "글짓기"에 대한 첫 기억이다.
그러나 그 후로도 나에게 있어 "시"는 참
어려운 장르였다.
그 후로 곧잘 글짓기 대회에 나가면 상을
받고, 독후감 쓰기로는 상을 휩쓸고 그랬었는데
시는 써 본 일이 없었다. 아예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 시상이 떠오르는 일은 내 평생에 없는...
뿐인가. 교과서에 나오는 시도 내겐 참
난해한 것들이었다.
나는 국어를 정말정말 좋아했음에도 내가
가장 어려워 했던 단원이 시였던.
시와 나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모양이구나
하고 살았는데
20대, 사랑을 하게 되면서 나는 시가
드디어 이해가 되었고
이해가 되는 게 다 뭐란 말인가 그냥 나
자신이 시가 되어버린 것처럼 되었더랬다.
그제야 그 많은 시들이 온 몸과 마음으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교과서에서 읽었던 시들이 가슴을 울리며
다가왔다.
그럼 그때까지 시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인생을 알지 못해서 였던 것이었던가.. ㅎ
그 깊은 떨림
Poem
이렇게 쓰인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그 안에 담긴 시들을 하나도 읽지 못했음에도 이미 마음에 전율이 왔다.
이 책은 읽어야만 하겠다!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밀려왔던.
끌리듯 집어 든 이 책은 번역가 강주헌이
뽑은 세계 명시 100편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을 세계의
시.
사랑, 우정,가족, 용기와 꿈, 삶,
희망,기쁨 이렇게 큰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삽화는 온통 "숲"을 주제로 한 그림들.
책과 어울린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 나오는 사랑에
대하여를 시작으로 작자미상의 시까지 싣고 있다.
글자만 읽는다면 정말 빠르게 훅 읽어버릴
수도 있으며
마음에 담고 음미해가며 읽고 또 읽기에
안성맞춤인 그런 책이다.
책이 꽤 크고 묵직하여 읽다 덮고 가슴에
딱 안고 음미하면 더 좋다.
소장하고 싶게 만들어 놓은 책. 그 깊은
떨림 Po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