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2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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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아르센 뤼팽의 첫 모험담으로 당사자가 그토록 여러 차례 단호히 반대하지 않았다면 분명 다른 이야기에 앞서 출간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다. 어쩜... 참 천연덕스럽기도 하지. 마치 아르센 뤼팽의 전기 같지 않은가. 실존인물처럼 느껴지게 해 주는 전개.

여하튼 11권 여덟 번의 시계 종소리에 아르센 뤼팽이라는 이름으로는 전혀 등장하지 않았던 것과는 반대로 12권 칼리오스트로 백작부인에서는 아르센 뤼팽의 스무살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에는 라울 당드레지라는 이름으로.

여기서 라울 당드레지(Raoul d'Andrésy)라는 이름을 보면 프랑스에서 성 앞에 de라는 단어가 붙으면 귀족임을 나타낸다고 하는 설명이 나오는데 그래서 뤼팽은 귀족이었던 어머니의 성을 따라 이름을 썼던 것으로 설명되어져 있다. 이 책에서의 사건을 시작으로 뤼팽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고 첫사랑도 하고 가치관의 정립도 되고 그리고 이야기 중에 다른 이야기들의 배경 설명도 나온다.

새롭게 다시 읽는 이 책을 통해 느낀 것이 있다면 어릴 때 읽었던 뤼팽과 지금 다시 읽는 뤼팽은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땐 뤼팽을 참 응원하며 읽었고 흥미진진했었고 오싹했었고 ... 암튼 그의 활약에 훨씬 집중해서 읽었더랬는데 지금은 뤼팽의 또 다른 면모들을 더 부각시켜 보게 되더라는 차이가 있다. 번역의 차이거나 내 나이 탓이겠거니. ​

이런 책을 읽다보면 읽는 동안 만큼은 시대를 뛰어넘어 이야기가 쓰인 시절로 시공간을 이동한 기분에 빠져들게 되는 듯 하다.

비밀출입구, 사륜마차, 하인들, 마호가니 책상... 이런 단어들 만으로도 금세 우릴 1800년대 후반 프랑스로 옮겨다 주는 느낌.

단순히 시간과 공간만 옮겨주는 것이 아니고 아예 다른 세계로 가는 느낌이 든다. 잘 쓰여진 추리소설 덕분에 마치 1894년의 프랑스는 그런 매력적인 괴도신사가 어딘가 존재했을 것만 같은 믿음을 주며.

책 두 권을 연달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뤼팽 시리즈를 차근차근 다 읽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어릴 때부터 접해 잘 안다고 여겼는데 이번에 읽어보니 뤼팽은 내가 알던 뤼팽이 전부가 아니었더라는 것. 다른 추리소설과 달리 범죄자로서의 설정 덕분에 훨씬 긴장감 넘치고 색다른 재미를 준다는 것 등이 흥미로운 점이 아닌가 싶다.

코너스톤에서 나오는 뤼팽 시리즈의 표지에는 검은 실루엣의 신사 모습만 있는데 그 모습을 뤼팽이라기엔 ​너무 지적이고 점잖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만큼 뤼팽에겐 나와 남이 다르게 느낄만한 다양한 매력이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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