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미르 노마드 - 당신이 미처 몰랐던 그곳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다
김무환 글.사진 / 책과나무 / 2016년 9월
평점 :
꼬질꼬질해진 옷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게 책 표지 속
소녀의 표정은 순수하고, 눈은 반짝인다.
<파미르 노마드> 라는 제목과 함께 바로 저
소녀의 미소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중앙아시아에 대한, 그러니까 나는 전혀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동경심도 있었고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어쩐지 그곳으로의 여행에는 용기를
못 낼 게 뻔한 나는 책을 통해서나마 다가가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아는 게
없는 곳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생소한
느낌이 들었는데 책 속에 실린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하나같이 여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실제 그들의 삶이 그들의 표정에 반영된 것이기도 하겠고,
한편으로는 그들과 어느새 마음을 열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작가의 능력이기도 한 거겠지.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와 닿은 게 있다면 이런
것들이었다.
사람, 삶, 여행.. 등에 애정이 없다면 쓸 수 없는
글과 사진이라는 느낌.
단순히 글솜씨가 뛰어나고 사진기술이 뛰어나서 낸 글과
책이 아니라는 느낌.
그리고 똑같이 우리말, 우리글로 풀어쓰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는가 감탄하며 읽은 책이었다. (오랜만에.)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겪은 일, 만난 사람, 보고 듣고
느낀 점, 벌어진 뜻밖의 사건들을 적고 있는데
가본 적 없는 그곳에 애정이 생기고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사람에게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그런 느낌...
파미르 노마드 Pamir Nomad란 파미르 고원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유목민을 뜻하면서, 그곳을 노마드처럼 떠돌아다니는 여행자를 가리키기도 한다고 책에 설명되어 있다. 노마드가 파미르 노마드를
만나고 사귀고 여행하면서 기록한 책이랄까.
현대판 노마드인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언급에서는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
파미르는 텐산, 쿤룬, 카라코람, 힌두쿠시 산맥이 모여
형성된 평균 해발고도 4000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고원 지대를 말한다.
타지키스탄을 중심으로 키르기즈스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북부, 중국 북서부 접경에 걸쳐 자리한 곳이다.
스탄(페르시아어, ~의 땅, 지방의 의미)으로 끝나는
나라들이 그렇게나 많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면서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그 나라들이 모여 있는 중앙아시아를 짚어보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키르기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카라칼팍스탄, 투르키스탄, 라자스탄, 쿠르디스탄 등등.
또한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건 그들의 종교
이슬람이었다. 어떻게 이슬람이 그들의 종교가 되었으며 내가 평소 뉴스를 통해 듣는 무슬림과는 사뭇 다른 인상을 받게 되기도 했는데 이슬람이
중앙아시아의 지배 종교로 자리잡은 배경은 이렇게 설명되고 있다.
p.250 8세기 중엽, 실크로드를 따라 서진하는
당과 동진하는 이슬람 세력(압바스 왕조)이 충돌한 전투가 오늘날의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즈스탄 사이를 흐르는 탈라스 강 유역에서 벌어졌다. 당시
당나라군을 이끈 장수가 고구려 유민 출신인 고선지였다. 토번(티베트)와 석국(타슈켄트)을 토벌하고 파미르 고원을 넘는 원정에 성공했던 고선지의
군대였지만 탈라스 전투에서는 크게 패했다. 협력하기로 했던 현지 부족이 반란을 일으켜 아랍군을 편든 것이 패전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 전투
결과로 이슬람교가 중앙아시아에 지배 종교로 자리 잡았다.
넉넉하지 않으나 찌들어 있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좋은 것,
좋은 자리를 선뜻 내어줄 수 있는 마음씀을 보며 물질적으로는 훨씬 풍요롭되 내 마음 속에는 타인을 위해 기꺼이 내어 줄 틈이 없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았다.
그들 모두가 다 그렇게 사는 것은 아니겠으나 대다수 유목민들이 거칠고
모진 환경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갖고 있는 얼마 안되는 것을 아낌없이 나누는 당당함을 보며 생각이 많아졌다.
작가 김무환님의 중앙아시아 여행기를 통해 나도 함께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읽기만 했으니 나로선 편안한 여행이었으되 시간여행, 사람 여행을 제대로 한 기분. 작가의 표현대로 집에서 멀어질수록 자신과
가까워지는 경험도 했고, 타인이라는 소우주를 잠깐씩 엿보는 시간이 되어주기도 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