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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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책 표지에서 그렇게 밝히고 있다.

난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대리만족이기도 하고 여행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글에서 와닿는 게 많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홀로되신 아버지를 모시고 ​6살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여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머니를 잃은 심정만큼 슬픈 게 또 있는가 싶으면서 글을 방향이 짐작이 되지 않아서였다.

올 2월, 나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외삼촌과 이모님들 가족들은 다같이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얼마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장례 후 설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여행은 연기되었다.

우리에겐 이제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두 안계시니 그에 따른 애도의 기간이 필요했고 그러다 여행하기엔 부적합한 시기가 되었고

나는 여행 멤버는 아니었지만 외할머니의 소천으로 마음이 울적하던 참이라 이 책을 읽을까말까 망설였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저자의 여행 동기였을 뿐이었고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 그리고 어린 아들이 함께한 순수한 여행에세이였다.

왜 그런 조합으로 떠나게 되었는지, 왜 미국으로 가게 되었는지, 왜 어머니 돌아가신 후 가게 된 것이지 등은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오랜세월 삶과 사랑을 나누던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아버지께 아들이 함께 있으면서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곳, 새로운 추억을 만들 곳으로 가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게 가능하려면 많은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

건강해야 하고 시간이 허락되어야 하고 떠나려는 마음이 맞아야 하며 여행이 가능할 경제력 또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뒷받침 되어도 여행은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는 사실.

 

저자의 가족들은 미국 서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미서부여행이라니 상상만 해도 부러운데 정작 책을 읽다보니 한여름 미서부 여행은 몹시 뜨거운 것을 견딜 각오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저런 멋진 풍경은 자주 보기도 어렵고 자주 본다면 더 좋으니 한여름의 뜨거움 쯤은 다녀온 후엔 다 추억이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엔 저자나 저자의 아버지께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실려있다. 꽤 많은 멋진 사진들이 담겨 있는데 저자의 SNS를 찾아가 보니 더 근사한 사진들도 많더란.


 

그리고 저자가 직접 가서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알게 된 것 들을 중간중간 잘 정리해 두어서 이곳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감상 위주의 글이 아니고 여행중 일어난 일과 그 소감을 썼으되 여행정보와 실수담 그리고 사진과 팁이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어머니를 그리며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보며 느낀 느낌들도 쓰여 있는데 아버지만 모시고 가는 여행 혹은 어머니만 모시고 가는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가 이 글을 읽다보니 어떤 기분이 들었던 것인지도 감히 조금은 짐작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함께 여행할 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는 핑계와 변명이 많아 진작 그렇게 할 수 있는 여행을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까운 곳이라도, 아니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부모님과의 시간을 부러 만들어 보내​는 것이 어떨지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는 저자에게는 어머니와의 이별이 정리되는(어머니를 떠나보낸 마음이 어찌 정리가 되겠는가, 그저 떠나심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담는) 과정이 되었을 것도 같고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 또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고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떠난 용기와 배려(!) - 난 배려라고 부르고 싶었다. 18개월 딸도 있다는데 아내에게 아들 딸을 다 맡겨두고 본가의 아버지만 모시고 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것은 배려가 맞지 않은지.- 그리고 미국에 사는 그래서 아마도 자주 만나기는 어려운 누나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다. 여행지가 어디였든.

그런데 그곳이 저자의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이자, 유학생활 중 여행했던 곳이자 부모님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면야 더 말할 것도 없었겠지.

읽은 독자에게는 미서부 여행의 팁과 같이 다녀온 듯이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던 실수담, 그리고 멋진 사진들이 있어서 도움이 될 책이다.

나도 건강해져서 다같이 몽땅 떠나는 날이 내게도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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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말고 스몰토크 - 소소하지만 대체할 수 없는 매력적인 소통법
데브라 파인 지음, 김태승.김수민 옮김 / 일월일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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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포근하더니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춥네요. 요즘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조심스러워요.

저는 얼마 전 A형 독감이 앓았는데 그 ​독감이 천식으로 이어졌어요.

저처럼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폐렴이 유행한다는 게 더 두렵고 걱정이 됩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먼저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가볍게 묻고, 그리고는 '고작 날씨 얘기'를 한다.

날씨 얘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대화를 주고받고 싶지만 마땅한 대화의 소재를 찾기가 쉽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특히 모두에 쓴 것처럼 상당히 많은 정보를 노출하며 대화를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네 그렇네요." 정도의 단답형 대답을 듣거나

"아 그러세요?" 하는 대답이 돌아오면 새로운 화제를 떠올리느라 어색한 침묵이 이어진다.

그나마 단답형 대답으로 끝나면 열심히 생각해 낸 또 다른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만약 대답하는 상대방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괴담을 꺼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늘어놓는다거나,

마스크 부족 사태라던가 중국인 출입국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으로 이야기가 빠진다거나 하면 괜한 소릴 꺼냈다고 후회하게 된다.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일은 ​흔하게 있다.

늘 만나는 사람과는 일상을 공유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눌 얘기가 풍부하지만

드물게 만나거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는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막연할 때가 많다.

의견이 갈릴 가능성이 많은 정치, 종교 이야기를 제외하고, 너무 사적이고 깊숙한 얘길 다짜고짜 할 수도 없으니 피하고...

이런저런 것을 고려하여 이야기의 소재를 찾으려 들면 그 사이 침묵은 길어지고 어색함으로 이어지면서 자리가 불편해진다.

​스몰 토크는 이러한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누그러뜨리고 서로 친해지기 위해 시작하는 짧은 대화의 기술이다.

"잡담 말고 스몰토크"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는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하면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질지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적절한 질문, 조심해야 할 질문, 삼가야 할 화제에 대해서도 실례를 들어가며 조언해준다.

자신의 상태를 짐작해 볼 수 있는 체크 리스트도 있고, 경우에 어울릴만한 자연스러운 몇마디 말들도 소개되어 있다.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명 대화 범죄자 유형들이 소개된 챕터가 있는데 읽으면서 뜨끔한 유형이 몇 가지 있기도했다. ​

간단하고 ​집중하기 쉽게 짧은 챕터들로 구분되어 쓰여 있어서 술술 익히는 책이기도 하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하여 갑자기 달변가가 된다던가 스몰 토크의 강자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통해 내가 하는 말과 말하는 태도 그리고 그 내용 등에 대해 다시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특히 나는 어색함을 메꾸기 위해 ​상대에게 질문을 하는 대신 내 얘기를 잘 하는 편인데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이야기를 통해

정작 나는 ​개의치 않는데에 비해, 상당히 사적인 얘기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분별력 떨어지는 나 때문에

상대방이 당황스러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리고 단답형 대답을 주로 하는 대화의 상대를 만나게 되면 나는 오만가지 잡다한 이야기를 다 골고루 늘어놓는데

그건 스몰 토크를 잘 했던 것이 아니라 '아무말 대잔치'였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워졌다.

또한 말하는 것만큼이나 잘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할 기회가 되었는데

역시 말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한 것이니만큼 스몰 토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을 향한 관심과 열린 마음,

그리고 경청하는 태도가 아닌가 하는 걸 깨닫게 되었다.

스몰 토크는 데이트를 할 때, 이웃과 만났을 때, 때로는 면접을 할 때도 필요하고 회의, 모임, 행사 등등에서도 필요하므로

평소 이런 주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노력과 준비 그리고 연습도 필요하지만 스몰 토크를 잘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잡담이나 혼자만의 대화독점 혹은 아무말 대잔치가 아닌 스몰 토크의 강자가 되기 위해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책.

"잡담 말고 스몰토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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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시작하는 학생부 A~Z - 학생부종합전형 시대 중고등학생을 위한
김상근 지음 / 꿈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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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고사 치르던 시절이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아이들 키우며 바뀐 입시제도에 도무지 적응이 안된다.

자꾸 바뀌는 탓도 적지 않다. 교과서도 바뀌고 입시제도도 바뀌고. 당장 자유학기제에는 또 무엇을 해야 할 지 그것도 막연하다.

진리탐구를 위한 학문에의 정진이라든가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장점을 살리고 단점과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연계 확장하여 진로로 연결짓고... 이런 건 정말 말 뿐이다. 실상은 초등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하는 시점까지 오직 대학입시만을 향해 달려가는 것만 같다.

학력고사시절에도 폐단은 많았다. 학생들은 오직 성적만으로 줄세워졌고 어린 학생들이 자살을 하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영화도 나왔더랬다.

그래서 공부 이외의 것으로도 특별히 잘하는 재능이 있으면 그걸로 대학도 갈 수 있게 한다며 가령 말만 잘 타도 대학에 보내주는 제도가 생겼다. 또한 성적이 전부가 아니기에 다양한 평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리하여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부담만 훨씬 커졌다. 수행평가 하느라, 학생부 쓰느라, 그거 채워넣는 활동 하느라, 자기소개서 만드느라,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하느라, 그리고 공부마저 더 하느라...

대학 수학 능력 평가라는 것을 하는 것은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그것을 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하는 것인데 말만 잘 타도 특출난 재능이므로 대학에 보대주는 일이 생기다보면 값비싼 말을 사서 그걸로 승마 교육을 따로 받을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학생에게 좋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틀림없으나 그 덕에 그 이외의 수학능력평가는 마땅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학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오직 공부를 잘 하는 사람만 대학교육이라는 걸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은 옳지 않으나 뭔가 하나만 잘 하는 것과 두루 배우고 익혀서 사회에 기여하는 일원이 되는 것 사이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본다. 취지는 좋으나 경제력이 뒷받침 되는 부류에게 보다 많은 기회가 생기고 그것은 공평한 교육의 기회라는 것에 위배가 되는 것 아닌지.

어떻든 그렇게 하여 대학을 나왔다고 한들 대학 이후에도 막막한 앞날이 암울하게 만들어주는 시대인 것도 슬프다. 그리고 이렇게 불평한다하여 바꿀 수 있는 상황도 아니므로 제도에 순응하고 열심히 따르는 수밖에 없으니 뭐가 뭔지 모르게 해야 할 일들이 많은 듯 하여 책을 읽고 설명회를 다니고 할 밖에. 그런데도 부담이 상당함을 느낀다.

책은 명쾌하게 잘 설명되어 있었다. 학생부 관리를 위해 이보다 쉽게 도움되게 정리해 놓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잘 설명되어져 있었다.

아 그런 것이구나.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것은 알게 되었다는 것. 다만 그걸 실천해 내는 것이 수월한 게 아니고 이걸 어느세월에 한다는 건가 막막해서 그렇지. 입시베테랑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이 책만 읽으면 일단 감도 잡히고 가닥도 잡힌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이라고 적혀 있지만 고등학생에게 아무래도 좀 더 실제적인 도움이 될 것 같고. 책은 다채로운 색으로 요점정리도 잘 되어 있어서 눈에 잘 들어온다. 가독성도 좋고 이해도 쉽고.

다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나는 이런 거 안하고 대학 갈 수 있었던 게 다행 아니었나 싶었다는 것과, 요즘 학생들은 이런 걸 다 하는구나 하는 존경심이 싹텄다는 것 그리고 우리 애들 이걸 내가 도와줄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에 머리가 무거워졌다는 것.

아이에게도 시간내어 읽어보라고 할 참이다. 학생 본인 스스로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는 편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이왕 하는 것, 입시를 위해 끌려가지 말고 자신의 역량이 되도록 잘 만들어 가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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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말하기 - 예일대가 주목한 말하기 교과서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이희수 옮김 / 토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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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내 별명은 변호사였다. 말 잘하고 말도 빠르고 말도 많다고 붙여졌던 별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정말 말 좀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리고 달변 혹은 웅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처럼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쭉 누구하고든 말하는 걸 좋아했고 말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낄 일도 없어서 나는 삶이 편했(?)다. 말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로 인해 삶이 편했다는 말이 어떻게 들릴 지 모르나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말로 소통을 해야 하기 마련인데 나는 그 말하기를 몹시도 즐거워했으니 말 하는데에 어려움을 느껴본 일이 없고 그래서 누굴 만나든 어떤 상황이었든 말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이 되었던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개인적인 만남 뿐 아니라 학교에서의 발표나 토론 시간에도 똑같이 적용이 되어 역시 어렵지 않았던 덕분에 그런 이유로 편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여태 내가 착각을 하고 살았던 건 아닌가 싶은 것이 말이 많다고 달변이 아니고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하여 힘있는 말하기의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요즘은 짧게든 길게든 방송이나 각종 무대를 통해 말하는 사람이 많고 말로 의견을 내놓거나 알리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내 말하기의 보잘것 없음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옛날에야 멋모르고 살았으나..

그리하여 말빨이 장난이 아닌데?라는 말을 칭찬으로 여겼던 지난날이 부끄럽기 짝이 없고. -_-+

글도 말도 내 멋대로 쉬운것이라고 여기며 마구잡이로 해 온 것이 반성되는 이 시점에 그래서 나는 글쓰기나 말하기에 대한 책을 관심있게 보는 편이다. 이 책은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털 교수의 말하기 특강인 셈이다. 3분여의 테이블스피치부터 비즈니스 프리젠테이션, 1시간 이상짜리의 강연까지.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실용적 조언이 담긴 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는 말하기를 우리는 누구나 달변을 타고나며 한때는 달변가였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연습이 더해지면 얼마든지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힘을 북돋워준다. 그리고 그 기술을 익히는 과정을 단계별, 항목별로 사례를 소개하며 설명해주고 있다. 스피치에 인간미를 더하는 방법, 삼단화법에 변화를 도입하는 방법, 정교하게 설계된 즉흥성까지.

어느 탁월한 개인의 특별한 방법이라기 보다는 누구나 언어학적 원리와 원칙에 따라 언변을 키울 수 있음을 이야기 하며 일상에서 각종 말하기가 필요한 순간마다 어떤식으로 해야 좋을지 자연스러운 사례들을 이야기해주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수긍하며 읽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오바마까지 스피치 달인들을 배울 수도 있으며 특별부록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선거 승리 연설과 마틴 루터 킹 워싱턴대행진 연설문이 전문 원문과 해석까지 함께 있다.

말하기라는 것이 누구나 할 수 있고 하고 있는 것이나 또한 잘하는 것이 꽤 큰 미덕이기도 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일것이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가 하면 마음을 사로잡는 말하기의 힘은 또한 얼마나 큰지. 반대로 말이 형편없으면 말하는 사람마저 다시 보게 되는 일도 있다. 요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최순실 어법이랄까 화법을 들어보자면 알아듣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 사람을 직접 대면했다는 사람들 역시 한결같이 증언하기를 말하는 태도마저 나빴음을 꼬집었다. 구설수라는 것도 바로 그 말 부터가 아닌지.

혼자가 아닌 이상 언제나 하게 되는 이 말하기에 대해 충분히 도움받을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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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을 이긴 사람들의 비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10년의 기록
KBS 생로병사의 비밀 제작팀 엮음, 이윤우 감수 / 비타북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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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관심있는 주제를 다룰 때 보곤 하는 프로그램이 KBS <생로병사의 비밀> 이다.

TV에서 방영해 주는 것은 어쩐지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그리고 몰입도도 좋고 설득력도 뛰어나서 방송으로 보고 들으면 상당히 절대적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게 절대적이지 않고 특히 의료나 의약품 또는 몸에 좋은 음식 등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감안하며 보는 편이다. 맹신하지는 않되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식으로. 그래도 도움이 되고 참고가 되며 아무래도 그게 마음에 깊게 심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생로병사의 비밀은 오래도록 방송되어 왔고 우리가 자주 쉽게 만날 수 없는 전문의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도움이 되곤 했다. 내게 어떤 병이 없더라도 인체와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고 있노라면 신비롭기까지 했고.

생로병사의 비밀을 통해 방송된 프로그램 중에서 책으로 엮어 나와 있는 내용들이 있는데 이번에 새롭게 나온 것은 <통증>을 다루고 있다.

통증이라니.. 어느 순간 내 몸을 괴롭히고 있는 주범이 바로 그 통증인데. 거의 매일 어딘가 지끈 거리거나 쑤시거나 저리며 때론 세게 때론 가볍게라도 계속 겪고 있는 고통이 아니던가. 처음엔 가볍게 생각했다. 자세를 고치면 나아지겠지. 좀 쉬면 좋아지겠지. 약을 먹으면 낫겠지 하는 식으로. 그러나 뜻밖에 특별한 병이라고 여기지 않았던 그 통증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고 수월하게 나아지거나 확실하게 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애매하게 좀 아픈 것 때문에 그때마다 병원을 찾는 수고도 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그냥 통증이 생기면 나아질때까지 참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더랬다. 그러다 이 책을 보니 일단 제목만으로도 좀 반가웠고 이걸 읽는다하여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을 망정 최소한 내가 앞으로 어떤식으로 대처를 해야 좋을지에 대해서는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가 됐다.

이 책에서의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삶은 "통증 없이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 대한 것이다.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가, 통증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 일단 이 책에서는 통증에 대해 그저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닌 관리하고 극복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많은 임상사례를 통해 통증질환별 증상과 치료법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고 우리 삶 속에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생활습관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내 최고 의료기관에서 통증 환자들을 치료해 온 명의들의 조언과 과학적 실험으로 검증된 자료를 통해 정보를 소개하고 있다. 6파트로 나누어 허리, 목과어깨, 무릎, 손과발, 만성화된 통증과 통풍, 낙상을 차례로 다룬다. 통풍과 낙상을 제외하고는 전부 내 얘기라 이 책에서의 조언을 주의깊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 내용을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고 내 삶을 통해 통증을 극복해가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건강한 삶을 희망하며.

통증으로 고생하는 많은 이들에게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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