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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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책 표지에서 그렇게 밝히고 있다.

난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대리만족이기도 하고 여행 중에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글에서 와닿는 게 많기도 해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홀로되신 아버지를 모시고 ​6살 아들과 함께 떠난 여행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하여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머니를 잃은 심정만큼 슬픈 게 또 있는가 싶으면서 글을 방향이 짐작이 되지 않아서였다.

올 2월, 나의 부모님을 비롯하여 외삼촌과 이모님들 가족들은 다같이 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더랬다.

그런데 얼마 전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장례 후 설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여행은 연기되었다.

우리에겐 이제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모두 안계시니 그에 따른 애도의 기간이 필요했고 그러다 여행하기엔 부적합한 시기가 되었고

나는 여행 멤버는 아니었지만 외할머니의 소천으로 마음이 울적하던 참이라 이 책을 읽을까말까 망설였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저자의 여행 동기였을 뿐이었고 ​이 책은 저자의 아버지 그리고 어린 아들이 함께한 순수한 여행에세이였다.

왜 그런 조합으로 떠나게 되었는지, 왜 미국으로 가게 되었는지, 왜 어머니 돌아가신 후 가게 된 것이지 등은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오랜세월 삶과 사랑을 나누던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아버지께 아들이 함께 있으면서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곳, 새로운 추억을 만들 곳으로 가 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게 가능하려면 많은 것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

건강해야 하고 시간이 허락되어야 하고 떠나려는 마음이 맞아야 하며 여행이 가능할 경제력 또한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뒷받침 되어도 여행은 계획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는 사실.

 

저자의 가족들은 미국 서부로 여행을 다녀왔다. 미서부여행이라니 상상만 해도 부러운데 정작 책을 읽다보니 한여름 미서부 여행은 몹시 뜨거운 것을 견딜 각오가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저런 멋진 풍경은 자주 보기도 어렵고 자주 본다면 더 좋으니 한여름의 뜨거움 쯤은 다녀온 후엔 다 추억이 되었을 것 같다.

이 책엔 저자나 저자의 아버지께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 실려있다. 꽤 많은 멋진 사진들이 담겨 있는데 저자의 SNS를 찾아가 보니 더 근사한 사진들도 많더란.


 

그리고 저자가 직접 가서 여행하며 보고 듣고 느끼고 알게 된 것 들을 중간중간 잘 정리해 두어서 이곳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겐 유용한 정보가 될 것 같다. 감상 위주의 글이 아니고 여행중 일어난 일과 그 소감을 썼으되 여행정보와 실수담 그리고 사진과 팁이 잘 담겨 있는 책이다.

어머니를 그리며 아버지와 다른 가족들을 보며 느낀 느낌들도 쓰여 있는데 아버지만 모시고 가는 여행 혹은 어머니만 모시고 가는 여행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가 이 글을 읽다보니 어떤 기분이 들었던 것인지도 감히 조금은 짐작이 되기도 했다.

부모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함께 여행할 날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나는 핑계와 변명이 많아 진작 그렇게 할 수 있는 여행을 못한 채 시간을 보내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까운 곳이라도, 아니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부모님과의 시간을 부러 만들어 보내​는 것이 어떨지

 

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는 저자에게는 어머니와의 이별이 정리되는(어머니를 떠나보낸 마음이 어찌 정리가 되겠는가, 그저 떠나심을 받아들이고 마음에 담는) 과정이 되었을 것도 같고 아버지와 함께 하는 시간 또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고 6살 난 아들을 데리고 떠난 용기와 배려(!) - 난 배려라고 부르고 싶었다. 18개월 딸도 있다는데 아내에게 아들 딸을 다 맡겨두고 본가의 아버지만 모시고 여행을 가지 않았다는 것은 배려가 맞지 않은지.- 그리고 미국에 사는 그래서 아마도 자주 만나기는 어려운 누나의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을 것 같다. 여행지가 어디였든.

그런데 그곳이 저자의 어린시절을 보냈던 곳이자, 유학생활 중 여행했던 곳이자 부모님의 추억이 깃든 곳이었다면야 더 말할 것도 없었겠지.

읽은 독자에게는 미서부 여행의 팁과 같이 다녀온 듯이 생생하게 전해 들을 수 있었던 실수담, 그리고 멋진 사진들이 있어서 도움이 될 책이다.

나도 건강해져서 다같이 몽땅 떠나는 날이 내게도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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