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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 지친 마음을 돌보는 관계 맞춤법
우즈훙 지음, 김희정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을 들고 읽는 동안 가족들 표정이 심상찮았다. 내가 당신을 힘들게 해?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해? 이런 표정들 같았달까.
"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라는 제목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 힘들게 하나? 감히 그런 생각 못하지 않았나? 힘들게 해도 가족이니까 그냥 덮어야 하지 않았던가, 같이 안 살거라면 몰라도...
알 수 없는 묘한 부담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자마자 빠져들었다. 43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책인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실제 상담 사례와 다양한 경로로 겪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생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가족이 서로에게 어떻게 상처를 입히는지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다정하게 그 기저의 심리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읽다보면 아 그런거였구나 싶기도 하고 내 마음을 읽어준 것 같아서 마음이 뜨끈해진다.
내가 왜 화를 내고 내가 왜 슬프고 내가 왜 상처를 받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게 상대방의 탓이라고, 상황을 그렇게 만든 누군가의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상황 속에서 유독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인것은 나에게 어떤 원인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어 준 책이었다.
특히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혹은 부모가 될 예정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특히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에겐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들이므로.
읽는 동안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지금 내 삶에서 책임의 절반은 남편에게 있다고 떠넘기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하고.
나에게 상처주려 한 사람들이 아닌데 방어기제를 너무 크게 작동시켜 공격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었던가 하고.
그리고 나는 나의 내면의 아이를 보게 되었다. 하얗고 조그맣고 얌전하고 그리고 외롭고...
외로운데 외롭지 않은 척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 연약한데 약해 보이지 않으려 몸을 도사리고 있는 아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혼자 남겨질까봐 두려워 하는 아이. 그 두려움을 들킬까봐 굉장히 의연한 척 하는 아이. 괜찮은 척 하는 아이...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연민 같은 감정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된 생각은 내가 나로 바르게 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로, 너는 너로 온전히 바르게 서서 각자를 독립된 개체로 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
각자의 존재를 깊이 인식하고 감정을 읽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건강한 나로, 건강한 가족으로, 건강한 관계를 이루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겠다. 아픔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보아주어야겠다.
<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는 지친 마음을 돌보아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