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미운 사람이 사라졌다 - 관계와 일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성격 사용 설명서
이백용.송지혜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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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르는 기준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테지만 한편으로는 대동소이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 주로는 제목을 볼 것이고, 작가를 고려할 것이고, 출판사를 보거나, 책표지 디자인에도 영향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안에 미운 사람이 사라졌다> 이 책은 표지가 이렇게 생겼다. '관계와 일에 탁월한 성과를 내는 성격 사용 설명서'라는 소개에 비해 표지 그림이 발랄해서 책을 대하는 마음에는 일단 부담이 없었다. 그리고 저자는 두 사람인데다 성별이 달라서 찾아보니 두분은 부부였다.
  





책은 시작하기에 앞서 이렇게 등장인물 소개와 그들 사이의 관계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으로 들려주는 직장 생존 기술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만한 각각 다른 기질과 성향을 지닌 캐릭터를 등장 인물에 부여하여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갈등과 그 갈등을 해소하고 차이를 좁히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일단 이야기 책 같아서 쉽다. 유평화 본부장과 기획실의 심차근 부장, 백전진 과장, 디자인실의 디자인실장 신나리와 과장 엄예리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겪는 갈등, 기질과 욕구, 그들의 강점, 소통,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한 함께 성장하는 내용까지를 담았다.
나는 비록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 않지만 직장 혹은 가정에서도 사람이 관계를 맺고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각기 다른 기질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서 읽는 동안 나는 이 중에 어떤 성향이겠구나, 내 남편은 이러이러한 성향인게로군.. 하며 읽게된다.

심리학 책들을 읽다보니 어떤 식으로 접근하고 어떤 이론에 따라 사람을 알아가는가에 대해 차이가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특히 성격을 부각시켜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어가면서 그 성격의 차이가 행동의 차이를 낳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다른 방식으로 일을 이해하고 처리하며 중요하게 여기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갈등을 겪는 일이 많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각자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성장하였고 어떤 잠재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와는 또 다른 것으로 사람은 참으로 간단치 않은 존재라는 걸 새삼 느꼈다. 평소 뭇사람들과 두루 잘 지내는 편이라 자부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운좋게도 내가 이런 갈등 구조 속에서 매일 일하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두루 잘 지내는 편이라고 느꼈던 것일 뿐 실제로 이렇게 상반되는 성향과 기질을 가진 사람들과 매일 함께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해야 한다면 나도 상당한 고충을 느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따라서 이 책은 직장 생활을 해 나가면서 대체 저 누군가 아무개는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은 팀을 아우르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팀원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강점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그리고 사람은 혼자만 잘 한다고 관계가 잘 유지되는 것이 아니기에 함께 알고자 하고 함께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겠고.

오랜 코칭을 통해 각 성향을 잘 아는 저자들이기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을 것 같다. 등장 인물은 각각 자기 기질과 성향에 충실히 부합되는 말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읽는 독자들은 그 과정 속에서 그들의 성향을 인지하게 되고 나와 같거나 나와 다르거나 하는 차이를 느끼게 되며 에피소드들 뒤에 나오는 코칭노트를 통해 다시한 번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네 가지 기질로 분류하여 그 기질들의 특징과 강점과 행동양식과 약점 같은 걸 알려주는데 관리자형, 행동가형, 전략가형, 이상가형이 그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내가 어디에 해당되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지만 책의 뒤에는 ​진단지가 있어서 확인해 볼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세상 사람 모두가 네 기질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은 아니고 나 또한 단 한가지 유형의 성향만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두드러지게 갖고 있는 기질과 그 강점, 약점을 알게 됨으로써 나에 대한 이해, 상대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아가 그들을 인정함으로 함께 일을 도모할 계기를 갖게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지만 실천하기란 아는 것만큼 쉽게 되지 않은 책 속의 한 대목,
"상대방의 생각이 나와 맞지 않더라도 우선은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억지로라도 한번 해 보세요. 누가 무슨 말을 하든 '그것 참 좋은 생각이야' 라고 인정해 주는 것이지요. 서로의 생각이 달라도 화내지 않고 편하게 대화하는 기술을 가지려면 그 연습부터 해야 합니다. 다른 의견은 상대방의 의견을 인정해 준 뒤에 말해도 늦지 않아요. 그래야 듣는 사람도 기분 상하지 않고요." (p.181)
...소리굽쇠 A를 치자 파동이 전달되어 B에서도 소리가 났다. 잠시 후, A를 손으로 잡아 소리를 멈추었다가 다시 손을 떼자 A에서 저절로 다시 소리가 났다. B로 전달된 파동이 다시 A에게 돌아온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이 자신의 정체를 들킨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흥미롭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A와 B는 서로 주파수가 같기 때문에 파동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것을 공명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C에는 아무런 파동이 전달되지 않았지요? 주파수가 다르기 때문에 공명이 되지 않은 것입니다. 소통으로 치면 꽉 막힌거죠. 그러나 A와 B는 소통했습니다. 여기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p.184)​

​당연히 남은 나와 다르지, 그 다름이 나쁜 것이나 잘못된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니까 인정하고 같이 해 나가면 되는 거 아니겠어? 라는 막연하고 선량한 바람 만으로 직장 생활 속에서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때 그들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나는 그들을 이해하고 인정하는데 상대는 계속 나를 오해하고 있으면 갈등 해소가 어려울테니까. 알게 되고 같이 노력하다보면 미워(까지는 아니고 오해)했던 시간이 미안해질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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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 지친 마음을 돌보는 관계 맞춤법
우즈훙 지음, 김희정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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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들고 읽는 동안 가족들 표정이 심상찮았다. 내가 당신을 힘들게 해? 내가 엄마를 힘들게 해? 이런 표정들 같았달까.

​"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 라는 제목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 힘들게 하나? 감히 그런 생각 못하지 않았나? 힘들게 해도 가족이니까 그냥 덮어야 하지 않았던가, 같이 안 살거라면 몰라도...

알 수 없는 묘한 부담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 읽자마자 빠져들었다. 430여 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책인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실제 상담 사례와 다양한 경로로 겪은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생생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가족이 서로에게 어떻게 상처를 입히는지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 그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다정하게 그 기저의 심리를 설명해준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준다.

읽다보면 아 그런거였구나 싶기도 하고 내 마음을 읽어준 것 같아서 마음이 뜨끈해진다.

내가 왜 화를 내고 내가 왜 슬프고 내가 왜 상처를 받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게 상대방의 탓이라고, 상황을 그렇게 만든 누군가의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상황 속에서 유독 내가 그런 반응을 보인것은 ​나에게 어떤 원인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보는 계기가 되어 준 책이었다.

특히 부모가 된 사람이라면 혹은 부모가 될 예정인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해당이 되는 이야기들이지만 특히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부모에겐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들이므로.

읽는 동안 반성도 많이 했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처를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지금 내 삶에서 책임의 절반은 남편에게 있다고 떠넘기고 있었던 건 아니었나 하고.

나에게 상처주려 한 사람들이 아닌데 방어기제를 너무 크게 작동시켜 공격적으로 대응한 적은 없었던가 하고.

그리고 나는 나의 내면의 아이를 보게 되었다. 하얗고 조그맣고 얌전하고 그리고 외롭고...

외로운데 외롭지 않은 척 명랑한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 연약한데 약해 보이지 않으려 몸을 도사리고 있는 아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지만 혼자 남겨질까봐 두려워 하는 아이. 그 두려움을 들킬까봐 굉장히 의연한 척 하는 아이. ​괜찮은 척 하는 아이...

내가 나를 이해하게 되었다. 연민 같은 감정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된 생각은 내가 나로 바르게 서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로, 너는 너로 온전히 바르게 서서 각자를 독립된 개체로 보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것. ​

각자의 존재를 깊이 인식하고 감정을 읽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 ​

그래야 건강한 나로, 건강한 가족으로, 건강한 관계를 이루며 살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힘들게 하지 말아야겠다. 아픔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보아주어야겠다. ​

<왜 가족이 힘들게 할까>는​ 지친 마음을 돌보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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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전에 한 번쯤은 심리학에 미쳐라 - 서른 이후 세상은 심리전이 난무하는 난장판이다
웨이슈잉 지음, 정유희 옮김 / 센시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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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작 서른을 지나 어느덧 낼모레면 쉰이 되지만 이 책을 읽었다. 심리학에 관심이 없는 나이가 있을까?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 혹은 관계에서 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싶어서 그것도 아니면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어서 등등의 이유로 심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사실 나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읽었지만 서른이 되려면 한참 남은 우리 아이들도 언젠가는 흥미롭게 읽을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내심 있었다.

읽다 보니 책이 일단 참 쉽게 쓰여 있었다. 에피소드를 통해 예를 들어가며 간략히 설명을 해주고 있으니 이해도 쉽게 되고 빠르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학문적으로 심리학의 용어를 설명하고 있는 책이라기 보다는 사례를 통해 이러이러한 경우 어떠어떠한 심리로 그렇게 한 것이니 그럴 땐 이렇게 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

다만 나는 서른 이후의 세상은 심리전에 난무하는 난장판이라는 전제가 처음에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일대일 개인적 접촉이 더 많은 사람이었지 큰 집단에 소속된 일이 많지 않아서 그런 세상​을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지만 내가 만나는 관계들은 경쟁구도나 이해가 얽힌 구도 같은 게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늘 심리적으로도 복잡하고 편하지 않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게 네 챕터로 나누고 작게는 15가지의 심리 법칙들을 주제로 하여 설명해주고 있다. ​잘 아는 이야기도 있고 그래 이럴 땐 이렇게 해야겠구나 싶은 대목도 있었다.

심리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다. 대체 저 사람이 왜 저럴까를 알아야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이니.

그런데 살아가다보면 내 마음도 내가 모를 때가 있고 뒤늦게 깨달을 때도 있고 상대의 마음 헤아리는 게 어려울 때도 있고 그래서 원치 않게 관계가 어려워지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읽어주지 못할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기는가. 관계를 그르치거나 손해를 입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사람들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아서 일어나는 일도 있고, 사람들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 않아서 벌어지는 일도 있다. 그럴 때 상대를 내가 바꿀 수는 없지만 내가 그 상황을 바르게 보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15가지의 심리전략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열등 콤플렉스, 나르시시즘, 고슴도치 딜레마, 리마 증후군, 사회 전염 현상, 언더독 효과, 각인 효과, 베버의 법칙, 거절 후 양보 전략, 미끼 상품 전략, 고르디아스의 매듭, 살리에리 증후군,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보호색 효과, 보이지 않는 고릴라 이렇게 15가지.

그 중 기억에 남는 한 부분만 적어본다면 [숲속의 나무들은 서로 햇빛과 양분과 수분을 얻기 위해 다툰다. 하지만 나무들은 한편으로 서로 협력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만약 한 그루의 나무가 모든 경쟁자를 무너뜨리고 혼자서 숲을 독차지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허벌판에 선 그 나무는 오래지 않아 거센 바람에 꺾이거나 번개에 맞아 불타고 말 것이다. 온갖 새들과 바람과 풀내음이 어우러진 숲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경쟁자를 만나거든 소중히 대하라...(p.174)]​

잘 모르고 직접 부딪히며 상처를 입기 전에 저자의 말대로 나와 타인과 세상을 대하는 어른다운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하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시선이 조금 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향하고 더불어 그 시선에 유연함과 포용력을 더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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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기록
마르티나 도이힐러 지음, 김우영 옮김 / 서울셀렉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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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한국을 찾은 이방인이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책이라는 소개 글을 보았다.

50년 전이라면 내가 올해 마흔여덟이니 내가 태어날 즈음이겠다. 그래서 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상상하며 책을 보았다. 나는 사진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사진첩이려니 생각한 것과 달리 이 책의 사진을 찍고 글을 쓴 사람은 사진가가 아니고 한국학자였다.

그리고 제목은 추억의 기록이지만 개인적인 기록도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 속의 50년 전 한국의 모습은 낯익은 듯 낯선 그런 모습이었다.

2020년에 보는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의 사진은 5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과 시간의 힘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달나라에 우주선과 우주인을 보내던 시절, 스위스에서 하버드로 유학을 가서 공부하던 여성에게는 지금의 내가 우리나라의 50년 전 사진을 보며 느끼는 느낌보다 더 낯설고 신기했을 것 같다.

저자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는데 남편은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 이듬해 시댁 방문 겸 학문적 목적을 가지고 한국에 왔었다고 한다. 현재는 런던대 명예교수라 하는 이 저자는 연구를 위해 서울대 규장각에서 67년부터 69년, 그리고 73년부터 75년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국의 전통의례, 풍습, 민간신앙 그리고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했고 그 사진으로 이러한 책을 펴낸 것이었다.

책은 그가 찍은 사진과 그 시절의 기록을 담고 있는데 한글과 영어 두 언어로 적고 있다.

시골 풍경, 그 시절 여성들의 모습, 안택 고사, 양반가옥, 서원, 향교, 절, 동제, 그리고 경주 제주도 울릉도 등의 모습도 담고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나에게는 이 책에 담겨 있는 제사나 전통 장례 무당의 굿하는 모습들은 생전 처음 보는 아예 다른 세상의 것이기도 했다. 나뿐 아니라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불과 50년 전 사진임에도 상당히 생경한 모습들이 담겨 있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울 시내 중심부에서 미끄러지지 말라고 소에게 짚신을 신겨 달구지를 끌게 하는 모습이라든가, 삼실 잣는 할머니의 모습, 양주산대놀이, 작두를 타는 무당의 모습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은 아니지 않은가.

특히 여성을 배제시키는 각종 의례에 연구하는 학자이자 외국인이라는 특별대우를 받으며 참여하고 사진을 찍은 덕분에 이런 기록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구경꾼으로 사진만 찍은 것이 아니고 상세하게 설명을 해 주고 있는 것이 내겐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내가 다 아는 옛 모습을 보며 추억놀이 정도 할 거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이런 풍습이 다 있었구나 하고 새롭게 배우게 된 책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살고 있는 곳, 살았던 곳, 자주 갔던 곳의 옛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 더 반갑기도 했다.

사진을 보며 한글로만 읽었는데 시간이 나면 영어로도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이게 과연 번역일까 싶게 글이 잘 쓰여 있어서 역자에 대해서도 관심 있게 보았는데 역자는 서울대 고고 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과 코넬대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김우영 님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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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죽이기 세계기독교고전 64
존 오웬 지음, 박문재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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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죄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으니 그 은혜가 얼마나 큰가에 대해서 감사히 여기며 살았다.

그러나 과연 내가 이 모습 이대로 구원을 받기에 합당하고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 할 만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늘 할 말이 없어졌다. '정말 나 같은 사람이 이런 모습으로 천국에 갈 수 있다고? 믿음이 없는 사람보다도 선하지 못하고 때로는 어디 가서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모습인데도? 나 같은 죄인이 천국에 간다면 그곳을 천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종종 그런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알뿐 내가 아무리 성경을 읽는다 해도 내가 아무리 나를 포장하여 위선을 부린다고 해도 내 노력으로 나의 죄를 없애지 못했고 내가 선인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저, 그런 나를 위해 십자가를 대신 지신 그리스도 예수를 믿으며 그 은혜를 생각하고 감사하며 살면서 그리스도를 본받으려는 노력을 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죄 죽이기"라는 제목의 책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의심이 들었다. 사람의 노력으로 죄를 죽이는 것이 가능한가.

우리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라 각자의 노력 여하에 따른 상급일 뿐이지 않은가. 믿음을 갖지 않은 사람 중에는 나보다 훨씬 인격적이고 양심적이며 도덕적인 사람들도 많은데 그들도 그렇게 살면 예수그리스도와 상관없이 구원에 이른다는 뜻인가. 죄란 무엇일까. 죄를 죽이고 나면 그 후로는 내 안에서 죄가 씻은 듯이 사라지는가... 이런 생각들이 솟았다.

책을 고를 때 무척 조심스러운 것 중의 하나가 책을 쓴 저자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 하는 것과 그 내용이 진실된 것인가 하는 것 등이다. 특히 기독 관련 서적을 읽을 때면 더더욱 조심하게 된다. 이단과 사이비를 분별하지 못하면 잘못된 지식을 갖게 되므로. 그리고 그것은 위험하므로.

그래서 이 책의 저자에 대해 먼저 읽어보니 그는 영국의 청교도 신학자로 옥스퍼드 대학교 부총장을 지냈고 목회도 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면 믿고 읽어보자 싶어 읽게 된 책이다. 그런데 첫 장부터 어려웠다. 남들은 어렵단 소리 안 하고 좋았다고들 얘기하던데 나는 그리 두껍지도 않은 이 책을 읽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내 삶과 비교하고 나를 돌아보느라 그랬던 것 같다.

요즈음의 교회에서는 은혜와 복을 더 많이 강조하곤 한다. 회개나 성화에 대해 얘기하면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그렇게 된 걸까? 일주일에 한번 예배하러 가서 회개하라든가 우리가 신자로서의 구별된 삶을 살기 위해 얼마나 그리스도인답게 노력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하면 부담이 되고 듣기 싫어해서 그렇게 된 걸까? 아님 복음주의의 유행으로,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그 명제 덕분에 은혜와 복에 대해서만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인가... 어쨌거나 그 덕분에 오늘날의 교인들은 믿는 사람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도 어려움도 없이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보다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신앙적으로 살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가져도 되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에서 오웬은 그런 삶이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우리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여 죄를 미워하고 믿음 안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따라 지속적으로 죄를 죽이며 살아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죄 죽이기는 교인이 아닌 신자로서의 평생에 걸친 의무라는 것이다. 그 근거로 그는 로마서 8장 13절의 말씀을 들고 논증하듯 이야기를 풀어간다. 이 책은 그가 옥스퍼드 대학의 학장과 부총장일 때 대학생들에게 설교한 내용이라 한다. 총 14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죄를 죽이기 위한 원리에 대해, 5장에서는 죄를 죽이는 것이 아닌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5장을 읽으며 나는 나름 충격을 받았을 뿐이고.

6장에서는 죄를 죽인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7장부터 13장까지는 죄를 죽이기 위한 구체적 지침들을 소개했고 14장에서는 죄를 죽이기 위한 직접적 지침들을 쓰고 있다. 모두 성경을 근거로 대며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데 어렵다. 이대로 지키며 산다는 것이.

책의 한 부분만 소개를 해 보자면 [".....자신의 죄로 말미암아 자기에게 영원한 멸망이 임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참된 신자들이 아니고 불신앙 가운데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할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판단할 때에 두 가지로 나누어서 판단해야 한다. 하나는 자신의 영적 신분에 대한 판단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행실에 대한 판단이다. 지금 내가 다루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영적 신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그 사람의 삶과 행실에 대한 판단이다. 신자는 자신의 영적 신분과 관련해서는 할 수 있는 한 최고의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신이 계속해서 악한 길로 행했을 때의 결말은 멸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신자의 의무이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자는 무신론자이다. 나는 어떤 신자가 계속해서 악을 행할 때에 그리스도 안에 그의 분깃이 있다는 증거가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증거를 계속해서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p.140)...]

영적 신분에 합당한 행실을 하며 끊임없이 하나님을 믿는 믿음과 말씀 안에서 성령의 도우심으로 죄에서 떠나 살아가도록 노력해야겠다.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니" (로마서 8장 1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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