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온라인 혁명
민진홍.이대영.김주환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zoom을 모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을 것 같다. 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는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아이들이 하는 것만 보았고 각자 알아서 하길래 내가 도울 일이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 나도 젊은 시절에는 나름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다들 하고 있는 zoom은 물론 Skypes나 Teams 조차 사용해 본 적이 없더라. 나하고는 상관없는, 내게는 필요치 않은, 서비스라고 생각했었다. 영상통화도 하는 일이 없는데 무슨... 이렇게 여겼던 것이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더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으며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게 되면서 저런 기능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된 것 같다. 그러려면 할 줄 알아야겠지? 나도 그렇지만 남편에게도 필요할 것 같고 아이들도 더 잘 알고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읽어 본 책이 이 책 <<zoom 온라인 혁명>>이다.

요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이, 나는 나의 삶을 살던 관성대로 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하던 대로 살려고 하더라는 것. 새로운 것에 관심은 있으나 미처 그것을 익히기도 전에 더 새로운 것이 나와서 쫓아가기 바쁘고 새로운 것을 쫓기에는 이미 내가 갖고 있는 것만 써도 아직은 불편함이 없어서 내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만 살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굳이 해야만 할 땐 가르쳐주지 않아도 척척 할 줄 아는 아이들의 도움을 받고 말이다. 도와주는 아이들이 있으니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고 모두가 그 빠른 속도에 맞춰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낼모레 오십인데 이제 와서 뭘 새로운 것을 하겠나 생각했고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오십이 아니라 육십, 칠십이 되더라도 내가 직접 배우고 사용하고 능동적으로 살아야겠다고 말이다. 암튼 나는 이 책을 줌 사용법 정도를 배우기 위해 읽었는데 이 책에서 그것보다 더 열심히 설명하는 것은 간단하기 짝이 없는 줌 사용법이 아닌 줌을 이용한 비즈니스를 하는 법에 대한 것이었다. 알고보니 줌 사용법은 책으로 배워야 할 정도로 어렵거나 복잡할 것이 없는 것이었다. 어쩐지 내가 이 책을 들고 있었더니 우리집 애들이 그걸 뭘 책으로까지 읽냐고 하더니만. 그러나 이 책은 정말로 친절하게도 줌 사용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잘 알려준다. 그리고 책표지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줌 고객 모집으로 연 매출 2배를 거두는 마케팅 비법을 쓰고 있다. 설마 오프라인보다 2배를 더 번다고?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데 어떻게 줌으로 고객을 모집해서 2배의 매출을 올린다는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읽다보니 "잘 이용하면" 가능한 이야기겠더란. 다만 "잘 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지..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 "잘 하는" 방법을 안내해주고 있다. 아무 컨셉트가 없는 나에게는 그 설명이 막연하게 다가왔지만 뭔가를 하고 있는 이들에게는 실질적이고 유용한 안내서가 될 것 같다. 마케팅 비법이어서 그랬는지 쇼호스트들이 보여주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따라서 줌을 통한 것이 아니더라도 변형해서 자신에 맞에 활용하면 마케팅에 대한 유익한 책이 될 것도 같다. 그래서 나도 일단 멀리 떨어져 지내는 보고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소수가 모여 회의를 해야 하는 일이 있을 때 줌 기능을 쓴다든지 하는 것을 해 봐야 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아는 것을 줌 기능을 통해 가능하게 할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해 보고 싶어졌다.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나갈 수도 없으니 생활반경이 좁아지고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러한 기능들을 잘 활용한다면 내가 직접 가지 않고 비용을 들여 모이지 않아도 각자의 편한 장소에서 얼마든지 만나고 때로는 회의를, 때로는 수업을, 때로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겠다. 이제는 할 수 없게 된 것들을 한탄할 때가 아니라 할 수 있게 된 것들을 잘 배우고 익혀서 활용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프랑스어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손원곤 지음 / 슬로디미디어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프랑스어를 배웠더랬는데 이 책의 저자와 나의 차이는 뭐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읽게 된 책이 <<나는 프랑스어로 행복한 인생을 배웠다>> 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어 전공자도 아니고 프랑스문학 전공자도 아닌 공대생이었다고 해서 더 궁금했다.

표지 날개 안쪽에 저자의 사진이 있는데 엄청 젊다. 프랑스어를 뒤늦게 배운 사람이 프랑스어 콘텐츠를 가지고 유투브 및 여러 채널을 운영할 정도가 되고 책까지 펴내다니 얼마나 열심히 살았단 말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를 배웠었다. 고등학교 때 그리고 대학교에서 배운 거라 뭐 대단한 실력이 있는 건 아니고 화장품 케이스에 적힌 프랑스어를 더듬더듬 읽을 수 있는 정도랄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영어에 비해 꽤 재미나게 배웠던 기억이 있다. 영어는 좀처럼 모르겠는데 프랑스어는 영어보다 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재밌고 쉬운 느낌. 새로운 언어를 알아듣는 재미였을까.

어릴 때 <<꼬마니콜라>>를 읽으며 그 책에서 니콜라의 선생님이 수업중에 떠들거나 말썽을 부린 학생에게 언제나 교실 뒤로 나가 벽을 보고 선 채로 동사변화를 외우라는 벌을 내리곤 했는데 그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내가 프랑스어를 몰랐을 때라 자기나라 언어의 동사변화 외우는 게 무슨 대수인가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내가 프랑스어를 배워보니 동사변화 외우는 게 일이더라. 무슨 동사가 성별과 인칭 따라 다 다르담. 배우고 익힐 것 많은, 발음도 쉽지 않은, 소리나는 대로 쓰지도 않는, 아니 써놓고 발음도 하지 않는 이런 언어를 이 책의 저자는 정말 빠른 시간 내에 배우고 익혀서 자기의 것으로 삼고 자기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쓰고 있었다.

프랑스어 뿐만 아니라 대학시절부터 이미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영어도 익히고, 외국어를 배운 경험과 외국에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프랑스로 가서 언어를 배우고 일 하면서 겪은 경험과 노하우를 이 책에 담고 있다. 프랑스어 공부법과 함께.

매사에 적극적이고 하려는 공부를 위해 그에 적극 매진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며 환경을 핑계로 현실에 안주하거나 새로운 일에의 도전을 주저했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이 책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젊은이나 프랑스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특히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신이 하려는 일이 굳이 전공과 관련이 있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며 돈이 많고 시간도 넉넉해야 꿈을 이루는 것도 아니고 요즘 세상에 프랑스어를 배워서 어디에 써먹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프랑스어 뿐 아니라 다른 언어를 배우려는 사람이나 배우지 않으려 했던 사람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새 언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기도... 적어도 내게는 동기부여가 되더란. 다만 책에 나오는 간단한 프랑스어를 아예 읽을 줄 모르는 사람들은 책을 읽을 때 여기 적힌 프랑스어는 어떻게 읽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았고, 앞으로 쓸모가 많을 것 같은 중국어나, 사용 인구가 많은 스페인어가 아닌 프랑스어를 배우는 바람에 화장품 케이스 읽는 것 외에 쓸모가 없더라고 생각했던 나는 다시 프랑스어를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프랑스처럼 매력적인 나라에서 그 나라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빠리에 갔던 날 백화점에서 향수를 시향하며 구경했던 적 있는데 그점원과 내가 짧은 영어로 소통하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구먼..;; 과연 다시 가 볼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할 줄 알면 다시 갈 기회가 올지도 모르니 나도 프랑스어에 다시 도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들어 죽겠다, 웃겨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좋아 죽겠다... 이런 말. 좋은 일을 두고도 뒤에 붙이는 뭣뭣해서 죽겠다는 말과 같은 표현을 돌아가신 나의 외조부께서는 일평생 하지 않으셨었다. 내가 다 알지는 못하지만 외할아버지께서는 당신의 몇몇가지 신념을 갖고 계셨고 사는 내내 내가 이것만은 지켜야지 하는 것들을 지키고 사셨는데 '이것만은 해야지'도 있었지만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지'도 있었더랬다. 그 중의 한가지가 말을 삼가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뭣뭣해서 죽겠다와 같은 말씀은 하지 않으려고 하셨던 것이다.

고전문헌학자 배철현님의 인문 에세이 4부작 중 완결판 격인 <<승화>>를 읽다보니 문득 외할아버지의 일화가 떠올라 적어보았다. 이 책 속에서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나에게 간절한 당부를 할 때 변화가 찾아오는데 '무엇을 하기'보다 '안 하기'를 부탁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다며 매일 아침 무엇무엇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다짐을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요즘 매일 아침 오늘은 이것만은 하지 말자고 생각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게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매일 얼굴 맞대며 살고 있는 가족들에게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이 들어있는 말은 하지 말자는 생각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다보면 잘 지켜지지 않지만 그래도 늘 염두에 두게 되었고 이것이 잘 지켜지는 날에 나에게 변화가 찾아오며 조금은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되겠거니.

저자는 만족할 만한 자신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며 시골로 이사를 갔고 그곳에서 매일 걷고 묵상하며 시차를 두고 네 권의 책들을 펴냈는데 심연, 수련, 정적 그리고 이번에 낸 책이 승화라 한다. 원래 승화란 고체가 열에 의해 기체가 되거나, 기체가 고체가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책에서 얘기하는 승화란, 사람이 무언가 열심히 노력하여 어떤 경지에 다달았다고 느꼈을 때 자만하고 멈추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오만을 반성하며 겸허한 마음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과 그런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책의 띠지에 당신은 흠모할 수 있는 자신으로 살고 있습니까. 라고 쓰여 있다. 나는 사실 이 전의 세 권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고 이 책만 보았는데 띠지에 적힌 그 구절 때문에 마음이 끌려 읽은 책이었다. 내 자신이 흠모할 수 있는 자신으로 살고 있느냐는 질문. 사느라 바빠서 그렇다는 핑계로 흠모할 만한 자신으로 살려는 생각조차 나는 안해 본 것 같은데...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옳은 쪽으로 성장해 가는 삶에 대해 저자는 이 책을 스물여덟 개의 단어에 대한 글로 쓰고 있다. 유언, 공허, 고통, 양심, 전정, 내면, 의미, 걸음, 기억, 도야, 일념, 취미, 검역, 신중, 간절, 생성, 희생, 내재, 안내, 자기문화, 구별, 각성, 모험, 변모, 지고, 변화, 미지, 광휘. 이 중에는 평소 빈번하게 쓰지 않는 단어도 있고 자주 쓰는 단어도 있는데 모두 저자의 사색과 경험에서 스스로를 향한 당부의 글이다. 매 순간을 인생의 마지막 날처럼 정성스럽게 살려는 마음을 갖고 언행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자를 보고 있자니 나의 매무새도 고치게 되고 언행을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덩달아 단정하고 사려깊은 삶을 지향하는 마음이 생기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마음을 변화시킬 수 없는 사람은 그 무엇도 바꿀 수 없다.(조지 버나스 쇼) 내가 바라는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할 것인가" 라고 묻는 물음을 나 자신에게 늘 물으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p.157 만일 나를 과거의 나로, 구태의연한 나로 되돌리려는 전염병과 같은 습관이 있다면 그것은 소멸시켜야 한다. 이 기간은 나를 깊이 바라보는 관찰의 시간인 동시에 나를 소멸시키는 수련의 시간이다. 당신은 40일간 자신 스스로를 검역할 의지가 있는가?

p.96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배우는 데는 걷기만한 게 없다. 하지만 혼자 터득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 정신분석가에게 듣는 무의식 이야기
장정은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눈치가 없거나 센스가 부족한 사람이거나 바보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이 책이 말하는 '숨겨진 마음'이 '무의식'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책을 펼쳐들고서야 무의식을 이야기 하는 정신분석학 책 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 순간부터 다 읽고 덮을 때까지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책을 올해들어서만 해도 대체 얼마나 많이 읽었냔 말이다. 그런데 또 집어든 책이 이런 책이었다니. 그래서 돌이켜보니 나는 주로 나의 결핍을 채워줄 의도로 책을 읽는 것 같다. 건강이 염려되면 건강관련 서적을, 정리를 잘하고 싶으면 정리에 관한 책을, 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사진기술에 관한 책을, 영어가 부족하니까 영어 공부법 책을 읽는 식인 것이다. 글로 읽는 게 전부가 아니며 글로 배운 것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그 모든 걸 책으로 배우려 드는 것 역시 나의 특성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 먼저 알아야 시도할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충분히 시뮬레이션이 되지 않으면 몸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책을 읽는 것은 "나"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니 그렇다기에는 이미 읽은 이런 류의 책이 정말 많았단 말이지. 읽을 때마다 나를, 그리고 나를 둘러싼 관계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기도 했고 때로는 치유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생겼단 말이지. 그런데도 또 이 책을 골라든 것은 -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는지도 몰랐으면서 - 나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기 원하고 이해받기 원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강한 무의식의 발로였던가?!

어쨌거나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이 책은 정신분석가에게 듣는 무의식 이야기 이다. 무의식을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극복하며 이겨내기 어려운 그 무의식을 잘 해결하는 과정과 작업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서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적절한 사례와 분석가로서의 저자의 경험담 그리고 중간중간 독자에게 던지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위한, 질문들을 통해 저자는 무의식과 억압, 전이, 역전이, 투사적 동일시, 자기감,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쌍둥이 자기대상 그리고 지지하기와 드러내기 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다소 어려울 수도 딱딱할 수도 있는 용어와 개념들이지만 저자의 진실함과 따뜻함 덕분인지 잔잔하게 읽혔다.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내 무의식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것들이 되살아나면서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는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나를 내 모습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을 잘 못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일부가 내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나의 이런 의식과 사고가 내가 아닌 타인에게도 동일한 잣대로 적용되어 타인에게도 부적절한 영향을 주었던 적은 없었을지. 하루아침에 변화가 생기거나 나 자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갖추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나, 보다 나은 관계들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치유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누군가를 이해하고 돌보아야 하는 사람 또는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이상한 사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 나를 괴롭히는 성격장애자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법
정희정 지음 / 꿈의지도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쓰기는 뭣하니까 말하고자 하는 단어를 **으로 대체하여 써보자면, **총량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느 사회, 어느 그룹에 가든지 **맞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며 만약 그런 사람이 안보인다면 그 그룹내에서는 내가 바로 **맞은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

예전에는 우스갯 소리라고만 여겼는데 살면서 보니 그 총량법칙은 제법 잘 맞는 것이었던 듯 싶다. 나는 내가 속한 사회가 크지 않고 만나는 모임도 많지 않아서 딱히 이상한 사람과의 지속적인 접촉을 할 일은 드물지만 미디어 등을 통해서 보게 되는 세상 속에는 믿을 수 없을만큼 이상한 사람이 많아서 "저 사람은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 "이상한 사람 정말 많네!"라고 자주 생각한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도 물론 그런 생각을 하기는 하지만 나에게도 어느 정도는 관계를 원활하게 맺지 못하는 것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해하거나 타협하거나 다투거나 내버려두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정리하며 지내고 있다. 나로서는 내버려 두고, 무시하고, 다투는 것도 나름의 관계 정리 방책이었던 것인데 이 책을 읽으며 상대의 성향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 해야 하는 것임을 배우게 되었다. 말하자면 나는 "이상한 사람"의 범주 안에 그들을 모두 뭉뚱그려 집어넣고 상대해왔는데 이 책을 읽게 된 지금부터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대응을 다르게 해야 함을 알게 된 것이다.

책의 제목이 <<오늘도 이상한 사람 때문에 힘들었습니다>>여서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 그런데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부터 자세를 고쳐 앉아 열심히 정독했다.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잘 분류 분석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었고 그런 상대를 만나고 있는 경우와, 내가 그런 사람인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나와 주변 사람의 성격장애를 알아볼 수 있는 성격장애 진단표가 수록되어 있어서 그것부터 해 보았다. 나는 내 성격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 같아서 나에대한 진단부터 해 보았는데 결과는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막상 결과를 받아들고 보니 당혹스러운 면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오던 바였기 때문에 빠르게 수긍했고 앞으로는 이 책에서 제시해 주는 대로의 대처법에 따라 노력을 해 볼 참이다.

이 책에서는 질병은 아니지만 병적인 것에 가까워서 '다름'이 아닌 '틀린'성격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 편집성 성격장애, 강박성 성격장애, 조현성 성격장애, 회피성 성격장애, 연극성 성격장애, 자기애성 성격장애, 반사회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경계성 성격장애, 조현형 성격장애와 같은 열 가지 성격장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편집증이 좀 있다 정도가 아니라 편집성 성격장애로 함께 인해 생활하는 주변인이 괴로운 지경에 처한 정도의 사람들 성격을 다룬다. 편집증 뿐 아니라 위에서 나열한 열 가지 성격장애가 다 그러하다.

나는 진단 결과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이 있다고 보여졌다. 강박증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던 바였으나 그게 장애가 될 정도로 사실은 좀 심했고 그로인해 주변인이 피곤하거나 불편하거나 상처를 입었을 수도 있다는 것에 마음이 안좋았다. 어쨌든 나처럼 자기 자신을 파악하거나 나를 곤란하고 힘들게 하는 누군가를 진단하여 그에 대한 대처법을 배우기에 이 책은 적절하고 유익할 것 같다.

사람의 성격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이 아니며 '무엇이다' 라고 진단 내리기 애매한 경우도 있는데 이 책에서는 비슷해 보여서 헷갈릴만한 성격들도 서로 비교해가며 차이를 잘 알려주고 있어서 그런 면에서도 좋았다. 그리고 그 이상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이맛살을 찌뿌리며 "상종 못할 이상한 사람"으로만 취급하던 마음이 조금은 바뀌기도 했다. 그들이 그렇게 성장하고 그런 성격을 갖게 된 데에는 그렇게 나고 자란 환경을 무시할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해도 누구나 그런식으로 타인을 지속적으로 괴롭게 만드는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성격이 고착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 마음아픔이 이해와 용서로 이어질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드라마를 예로들어 거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성격을 분석해 설명함으로써 각 성격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는데 그역시 각 성격을 파악하는데에 도움이 되어서 좋았다. 아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선해 가야 함을 느낀다. 나의 성격이 타인을 괴롭힐 수도 있고 내가 양육하는 아이들의 성격에도 영향을 주며 극단적인 성격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세상을 보다 건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끝으로 이 책에서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으로 성격장애를 극복하고 그것에 대한 면역력을 높일 것인가를 다루고 있는데 성격장애를 갖고 있으나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전제하에 여기서 제시하는 방법들은 극복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여겨진다. 나 또한 그렇게 노력하여 성숙한 사람이 되고 싶다. 전문적인 내용이지만 아주 쉽게 쓰여져 이해하기 쉽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