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 정신분석가에게 듣는 무의식 이야기
장정은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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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눈치가 없거나 센스가 부족한 사람이거나 바보인 것 같다.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이 책이 말하는 '숨겨진 마음'이 '무의식'을 뜻한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책을 펼쳐들고서야 무의식을 이야기 하는 정신분석학 책 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그래서 그 순간부터 다 읽고 덮을 때까지 나는 왜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책을 올해들어서만 해도 대체 얼마나 많이 읽었냔 말이다. 그런데 또 집어든 책이 이런 책이었다니. 그래서 돌이켜보니 나는 주로 나의 결핍을 채워줄 의도로 책을 읽는 것 같다. 건강이 염려되면 건강관련 서적을, 정리를 잘하고 싶으면 정리에 관한 책을, 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사진기술에 관한 책을, 영어가 부족하니까 영어 공부법 책을 읽는 식인 것이다. 글로 읽는 게 전부가 아니며 글로 배운 것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걸 알면서도 그 모든 걸 책으로 배우려 드는 것 역시 나의 특성인 것 같다. 이론적으로 먼저 알아야 시도할 자신감이 생기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충분히 시뮬레이션이 되지 않으면 몸이 먼저 움직이는 일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책을 읽는 것은 "나"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였을까? 아니 그렇다기에는 이미 읽은 이런 류의 책이 정말 많았단 말이지. 읽을 때마다 나를, 그리고 나를 둘러싼 관계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게 되기도 했고 때로는 치유를 경험하기도 했으며 내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생겼단 말이지. 그런데도 또 이 책을 골라든 것은 - 이 책의 제목이 무엇을 말하는 것이었는지도 몰랐으면서 - 나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기 원하고 이해받기 원하고 이해시키고자 하는 강한 무의식의 발로였던가?!

어쨌거나 <<누구에게나 숨겨진 마음이 있다>> 이 책은 정신분석가에게 듣는 무의식 이야기 이다. 무의식을 다루어야 하는 이유는 극복하며 이겨내기 어려운 그 무의식을 잘 해결하는 과정과 작업을 통해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되면서 보다 성숙해지기 위해서라고 한다. 적절한 사례와 분석가로서의 저자의 경험담 그리고 중간중간 독자에게 던지는,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위한, 질문들을 통해 저자는 무의식과 억압, 전이, 역전이, 투사적 동일시, 자기감,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쌍둥이 자기대상 그리고 지지하기와 드러내기 등을 설명해주고 있다. 다소 어려울 수도 딱딱할 수도 있는 용어와 개념들이지만 저자의 진실함과 따뜻함 덕분인지 잔잔하게 읽혔다.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내 무의식을 들여다보게 되고 그것들이 되살아나면서 혼란스러워지기도 했는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 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또한 나는 나를 내 모습 그대로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을 잘 못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내가 의식하지 못했던 나의 일부가 내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컸던 것인지... 나의 이런 의식과 사고가 내가 아닌 타인에게도 동일한 잣대로 적용되어 타인에게도 부적절한 영향을 주었던 적은 없었을지. 하루아침에 변화가 생기거나 나 자신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갖추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보다 나은 나, 보다 나은 관계들을 만들어가며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나 치유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 누군가를 이해하고 돌보아야 하는 사람 또는 자녀를 양육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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