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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6년 공부습관, 중고6년 좌우한다
김수정 지음 / 문예춘추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옛말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아이를 키우는 내내 어떤 조급증을 갖고 살아가고 있었던 것 같다.
이성적으로는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이론적으로도 아이의 발달 단계며 교육과정에 대해 제법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가 남들보다 빨리 글을 읽히고, 자기 이름 석자를 남들보다 빨리 쓸 줄 알며 잘한다고 칭찬받는 걸 보면
대견하고, 고맙고, 으쓱하면서도 거기서부터 또 더 많은 조급증이 일었다.
"이 정도로는 안돼. 이래 가지고 언제...?" 이런 마음...
그러다보니 아이의 현재 처지와 기분, 능력과 상관없이
칭찬보다는 요구와 권유가 (아이가 느끼기엔 명령과 강요였을지도)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아. 이건 아닌데... 이래봤자 아이는 현재 별로 행복하지도 않은데"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내려놓고, 아이 마음을 더 읽어주며 내가 좀 천천히 가자고 마음을 먹기 시작했었다.
대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라는 생각으로 좀 느려도 차근차근 좋은 습관을 갖게 하자는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는 사실.
나는 선행학습을 반대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어릴땐 잘 놀아야 한다며 남들 다 보낸다는 어린이집이며 유치원에도 안보낸 채
내가 노래 불러주고 놀아주고 책 읽어주고 같이 부비대며 뒹굴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다.
학교라는 곳에 입학함과 동시에 12년에서부터 한20년은 꼬박 다니며 공부해야 하는 게 보통일텐데
그걸 뭐 구태여 내가 직장 다니는 사람도 아니면서 아이를 그 어린 나이부터 기관에 보내나 안쓰러워 그랬었다.
그랬더니 어느새 제법 자란 아이 손을 잡고 대낮에 돌아다니면
우릴 만나는 남녀노소 모두가 한결같이 물어보거나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인데도 야단을 하기도 한다.
"왜 어린이집 안보냈어요?"
"요즘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고 얼마나 열심인데 ...
아이에게 아무것도 안가르치고 내버려두는거에요?"
"아이가 얼마나 심심하겠어요?" (그건 맞다 -_-+ )
"아이에게도 친구가 필요해요." (그건 그렇지.. --;)
"좀 나다니며 사회 생활도 시작해야지~ 그렇게 엄마하고만 붙어 지내서야 어디 되겠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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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꿋꿋하게 내 소신을 지키는 게 쉽지도 않을 뿐더러
과연 내 소신이 옳았는지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어지는 게 현실. ㅠㅠ
그 뿐 아니라 내 아이도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닌 게 또한 엄연한 현실.
실컷(?) 놀게 해 주고 드디어 학교에 보내 놓았더니
뭐 따로 학원을 보내지도 않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 하는 것 좀 봐주고
꾸준히 책 읽게 하고 가끔 독후감이나 일기를 매일 쓰거나
피아노 연습 시키고 한자 몇글자씩만 매일 보자는 게
내 소박한 목표일 뿐인데도 그게 그다지도 어렵더라는 것이다. ㅠㅠ
아니 내가 과도한 분량을 하자는 것도 아닌데 왜 이것조차 습관화 하는 게 이렇게 어렵나.
달랑 저런 정도도 매일 하는 게 이토록 내겐 어려운데
남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학원을 다니며 그 일정들을 소화한다는걸까?
우리 애들이 특별히 공부를 싫어하나? 지금은 내가 그나마 데리고 봐주는 시늉이라도 할 수 있으니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스스로 내켜서 자발적으로 하지 않은 이 공부가 과연 얼마나 갈까.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제대로 동기부여를 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좋은 습관을 갖게 해 줄 수 있을까
사교육 없이 스스로 즐거워서, 필요해서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엔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아
공부라는 걸 순순히 찾아 하게 할 수는 정녕 없는걸까...?
이런 마음으로 어지러운 요즈음...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15년 동안 현직 교사로 재직하고 계시는 이웃 베티짱님의 새 책이 발간 되었다.
틈틈히 블로그를 통해서도 느끼고 배우는 바가 많았던 터라 이 책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더랬다.
책을 읽어가며 내가 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많이 뒤돌아 보았다.
나는 이제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내 마음의 조급함을 다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고
뭣보다 아이의 발달단계는 고려하지 않은채 내가 조금 더 노력하면 아이가 따라할 수 있을거라며
아이는 힘들어 하고, 원하지도 않는데도 채근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서는 아이를 의자에 붙들어 매어놓고 콕콕 찝어 과목별로 어찌어찌 공부하면 우등생이 된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 않다.
이 책에서는 아이와 부모가 행복한 초등 공부습관 기르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그렇게 하면 좋다더라 하는 교육학자들의 좋은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있지 않다.
직접 세 아이를 그렇게 교육하고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며 느끼고 터득한 노하우들을 하나씩
구체적으로 설득력있게 설명하며 알려주고 있다.
교육학적인 근거를 담아서......
읽다보니 아이를 위한답시고 했던 내 일련의 행동과 말들이
아이들에게 오히려 해가 되고 있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이제부턴 이러이러하게 해야 겠구나 하는 새로운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그렇게 이론적이고도 교육학적인 원론적인 설명이 아닌,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례를 토대로
활용하면 좋은 여러가지 실용적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또한 뒷부분은 자기주도학습 과목별 학습전략이 소개되어 있어 고마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가르치는 학생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라고 감히 권해본다.
공부하는 습관에 대해 이야기 해 주고 있지만
사실은 아이들 개개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하며
각각의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는 길을 지지해줄 수 있게 해 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보다 더 행복하게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찾게 되기를,
내가 엄마로서 그 일들을 돕고 이끌어 줄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