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천국을 보았다 나는 천국을 보았다 1
이븐 알렉산더 지음, 고미라 옮김 / 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1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느날 오후, 엄마와 이야기 나누다 내가 여쭤보기를 "엄마 정말 천국과 지옥이 있나요?" 그러자 엄만 이렇게 대답하셨었다. "음... 나도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걸 의심하는 사람은 지옥에 간대." 헉... 나는 그 순간, 그 즉시 의심을 거두었다. 지옥이 어떤곳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굳이 가고 싶진 않아...
우리집안은 4대째 크리스찬이다. 제주도에 사시던 증조부께서는 제주도 첫번째 장로님이기도 하셨다는데 서양귀신 믿는다는 주변의 손가락질과 모진 박해에 결국 호적을 따로 파내어 제주도를 떠나왔을 정도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증조부의 맏사위는 목사님이셨는데 전쟁 때 순교한 분이기도 하다. 무엇이 그분들로 하여금 고향을 떠나오게 하고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게 만들었던걸까. 나는 믿는 사람이라면서 과연 그럴만한 믿음이 있기는 한가?
A.D.2013년이라는 서양력은 예수님의 탄생 후를 뜻하는 것이다. 물론 그 시점은 4세기 가량의 차이가 있다지만 B.C.는 Before Christ를 A.D.는 Anno Domini를 뜻한다. 즉 예수님 이전과 예수 이후 (Anno Domini는 라틴어)를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달력은 이렇게 그리스도의 존재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가슴 아프게도 우리나라의 현 개신교는 많은 이들에게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실재했던 예수라는 사람의 존재 여부조차 부정하는 이들이 있다. 종교가 종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명을 다하지 못함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여하튼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조롱하여 정말 종교가 필요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이들에게까지 가까이 다가설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는듯 싶다. 사람들은 막연하게나마 영적인 존재를 믿거나 감지하거나 내세에 대한 의구심들을 갖고 삶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멋대로 살고 남을 속이고 이기적인 삶을 사는 사람도 그저 믿기만 하면 천국에 가고. 바르고 선하게 이웃을 사랑하며 돕고 살아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게 말이 돼? 옛다 그런 천국 너나 가라.' 가 되는 것이다. 점점 본질에서부터 멀어지며 변질되어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예수라는 한 인간, 약 2013년전에 태어나 33년을 살다 십자가에서 처형을 당했던 그 사람의 존재는 실재이다. 다만 그 사람을 두고 하나님의 아들이요 인류의 죄를 대속하여 십자가를 지셨음을 믿는 사람이 크리스천이고 그를 그저 선지자 중의 한 사람이라거나 세계 4대 성인 중 한 사람이라거나 그 시대 정치적 반란가, 감히 하나님의 아들임을 사칭한 사기꾼 정도로 취급하면 믿는 사람이 아닌 것일 뿐 한 인간이 서른 셋 젊은 나이에 십자가 위에서 죽어간 것은 사실이다. 그 시절 예수님을 따르던 제자와 무리들이 많이 있었는데 3년여를 따라다니며 동고동락했던 그의 각별했던 제자들도 예수께서 잡혀 가고 십자가에 달릴땐 모두 도망가거나 예수를 안다는 사실조차 부인하고 뿔뿔히 흩어졌었다. 심지어 그의 제자 중엔 은 몇냥에 예수를 로마군인에게 팔아넘긴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을 목격하고 난 후 그들은 증인이 되었고 전도자가 되었으며 참수되거나 거꾸로 십자가에 못 박혀가면서까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순교자들이 되었다.
하나밖에 없는 삶을 기꺼이 내놓고 두려움과 아픔을 감내하며 그들이 전하고자 애쓰고 지키고자 했던 기독교의 변질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나는 믿는 사람인가? 나는 왜 믿는가? 나는 무엇을 믿는가? 나는 어떤 소망을 갖고 있는가?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소명을 잘 감당하고 있는가? 나는 과연 천국에 갈만한가? 나는 천국을 소망하는가? 나는 천국을 믿는가?
나는 하나님이 천지의 창조주이심을 믿는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아들이고 나의 죄를 대속해 십자가에 달리셨음을 믿는다. 뿐만 아니라 죽은 지 사흘만에 다시 부활하셨음을 믿는다. 나는 내가 기독교인으로서 해야 하는 일이 서로 사랑하라 하신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감히 그리스도의 사랑을 흉내낼 수는 없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나는 연약한 인간이기에 늘 그릇 행하기 쉽고 원하지만 원치 않는 일과 생각을 할 때가 훨씬 많으며 하나님을 사랑한다 하면서 사실은 그 사랑의 본질을 잘 모를때가 많고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기는 커녕 정작 내 자신조차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그런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왜 믿느냐고 묻는다면 하나님의 실존하심을 감히 모를 수 없고 내게 생명을 주셨으니 믿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것이 마땅한 내 삶이라고 여길 뿐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천국에 대한 소망은 사라졌었다. 나는 내세를 원하지도 않게 되었다. 그냥 이 땅에서 이렇게 살다 죽으면 그걸로 끝나는 것이기를 바랬다. '이걸로 충분해. 더 이상 또 살아야 해? 천국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지만 난 그냥 이걸로 전부였음 좋겠어... 그런데 정말 천국이 있고 지옥이 있다면 지옥은 싫으니까 이왕이면 천국이 좋겠지.' 하는 정도로 여겼을 정도였다. 천국이라니... 내가 천국 가보겠다고 알량한 믿음을 지키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고 천국이란 곳이 너무 막연하여 '거기가 그렇게 좋대?' 하기도 했고 암튼 믿으며 살고 있으나 내 신앙심은 참으로 미천한 그런 정도가 되어가던 중이었다.  
내게 내세에 대한 믿음은 있으나 그걸 원하는 마음이 없다보니 내 삶은 큰 기쁨 없이 그날그날의 삶에 자족하는 게 고작이 되는 느낌이 들던 참이었다. 생명을 주신 신께 감사하고, 살아가는 동안 기독교인으로서의 내 삶이 선한 빛을 비출 수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칭찬받거나 상 받는 게 아닌 하나님께만 영광이 되는 삶을 위해 기도하다보니 나에겐 많은 의무감이 (기꺼이 짊어진 의무감이지만) 어떤 소망이나 기쁨보다 더 많았던 게 아니었나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미국의 뇌신경의학과 의사였던 이븐 알렉산더라는 사람이 희귀한 병에 걸려 일주일 동안 뇌사자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동안 임사체험을 하고 돌아와 쓴 내용을 담고 있다. 뇌가 죽어 있는 뇌가 아무런 고등활동을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그는 자신이 뇌를 연구하고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로서 자신이 누워 있는 동안 겪은 일은 결코 망상이나 환각이 아니었고 그것이야말로 실재였음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다지 과학적인 인간도 아니었으면서도 뿐만 아니라 틀림없는 - 주를 그리스도로 고백하는 - 종교인이면서도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을 관심을 갖고 들으려 하거나 따로 찾아 읽어본 적이 없다. 성경에서 읽을때조차도 그저 내겐 너무 막연한 세계였을 뿐.
그거 누가 겪어봤다고 한들 꿈 꾼 거 아닐까, 개인적인 환상 체험을 가지고 내가 그걸 진실인걸로 믿어야 하나, 믿을 만한 이야기인가.. 하기만 했던 것 같다. 내세의 존재에 대하여 없다고 여긴 게 아니고 있음을 확신하면서도 그랬으니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겐 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예수님과 먹고 자고 병든자를 고치고 죽은자를 살리고 각종 이적을 베풀며 다니는 현장에서 함께 하던 제자들도 그러나 그랬었다. 예수님이 잡혀가던 날엔 다들 무서워 도망갔으며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으며 예수의 부활을 눈으로 목격하면서도 손의 못자국과 옆구리의 창자국을 직접 만져보고 손을 넣어본 후에야 믿었던 게 그들이었다. 나는 늘 생각했다. 나야 예수님을 20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믿고 있는 사람이니 믿음이 때로는 약해지거나 흔들릴수도 있다 쳐도 어떻게 함께 했던 제자들이 그럴 수 있었나 하며... 그런데 이제 보니 내가 바로 그 모습을 가진 사람이었다. 보고 왔다는 사람의 말을 들어야 믿고 내 눈으로 보아야 믿고 내가 뭔가 겪어야 믿어지는 그런 사람.
교회를 40년 섬기고 성경을 해마다 일독씩 해 왔으면서도 긴가민가 했던 혹은 막연하고 뿌옇게만 여겼던 천국에 대해 뇌전문 외과의사가 겪었다는 천국이야기 한번 읽고 갑자기 아 그렇구나 천국은 역시 있어. 했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그동안 너무 소망없이 살고 있었음에, 늘 그 안에 있다고 여겼지만 사실은 내가 다른 세상적인 것들에 물들어가고 있었음에, 내가 안다고 여겼지만 그렇지 못했음에 대한 각성이고 회개이다.
책은 그 다음장이 궁금해서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면도 있었고 뇌수술 전문의사로서 전문가적인 입장으로 보는 견지에서 쓴 대목들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도 있었고 뭣보다 자신이 경험하고 온 미지의 그 세상에 대한 부분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잡히지는 않으나 알 것도 같은 그런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여하튼 그는 환각 상태도 망상도 아니었던, 그가 경험하고 돌아온 그 세계를 천국으로 인식하고 확신하며 알리고자 하는 소명의식을 갖고서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은 나는 천국을 보았다.라는 다소 도발적이나 확고한 문장이고 영어 원제목은 심지어 Proof of Heaven이다. 천국에 대한 묘사 뿐 아니라 그곳에서의 보고 들은 메세지도 전하고 있는데 그게 신의 인간에 대한 전적인 사랑이었다는 사실에 나는 깊게 은혜가 되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서나마 우리가 잃어버렸던 것을 회복하는 어떤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과학이라고 생각하는 것, 실재한다고 믿는 것, 우리의 실존, 우리의 영과 영혼까지 보다 깊게 연구하고 생각하고 알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신의 깊은 섭리와 사랑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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