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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베러월드 - In a Better World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암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집으로 이사 온 크리스티안. 조숙해보이는 그 소년은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이 가득하다. 전학 온 첫 날, 크리스티안은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엘리아스와 짝꿍이 된다. 둘은 금새 친해지고, 크리스티안은 엘라아스를 괴롭히는 아이에게 보복하기 위해 린치를 가한다.
한편 엘리아스의 아버지인 안톤은 아프리카를 오가며 의료봉사에 힘쓰는 선한 인물이다.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안톤은 크리스티안과 엘라아스, 그리고 엘라아스의 동생을 데리고 외출했다가 아이들의 시비에 끼어들어 자신의 뺨을 때리는 남자에게도 말로써 대응할 뿐 같이 폭력으로 맞서지 않는다.
영화에서 가장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는 인물은 안톤이다. 그는 자신의 의료 캠프에서 난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반군지도자의 심각한 부상을 치료해 주게 된다. 안톤은 의사로서 도덕적 책무를 다한 것 이지만 과연 이 사람이 살아있을만한 가치가 있는 건지에 대한 의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안톤은 결국 그 반군지도자의 파렴치한 언행을 듣고 격분, 그를 난민들 사이에 내던져버려 결국 죽게 만든다.
안톤이 이상적이고 도덕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호전적인 아이인 크리스티안은 많은 국가들이 쉽사리 저지르는 전쟁의 메카니즘을 반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사제폭탄을 제조했다가 무고한 친구나 이웃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크리스티안에게서 악을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사람들까지 죽게 만드는 군사국가들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물음은 묵직하면서도 고전적인 주제다. 악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가. 폭력에 폭력으로 대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악한 존재는 존중해야할 가치가 있는 것인가. 폭력에 폭력으로 맞서지 않는 것, 짜릿한 복수의 쾌감을 억제하고 올바른 도덕적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 이는 지난한 일이며 우리 삶, 특히 국가와 국가 간의 분쟁에서 실현 가능성도많지 않다. 하지만 그럼에도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 인류가 가야할 길이라는 것은 지당하다. 크리스티안처럼 어린 아이 같은 단선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고, 전쟁과 복수의 위험성을 인지하지도 못한 체 짜릿한 복수의 쾌감을 즐기는 어른들이 언제쯤 줄어들게 될까. 언제쯤 우리는 지금보다 나은 ‘베러 월드’를 만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