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 보면 알지 - 호랑수박의 전설 웅진 모두의 그림책 74
이지은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른 모여 봐.


지금부터 엄청 재미난 얘기를 해 줄 거여.


옛날옛날 한 옛날에,


춥지도 덥지도 않은 딱 좋은 그런 날이었어.*



별이 총총 가득한 밤 


유난히 반짝이는 별 하나가 보였지.


아름다운 긴 꼬리를 가진 별똥별이었어.


응, 이름은 묻지마, 비밀이여.


암튼 눈부신 빛을 내뿜던 별똥별은


땅이 가까워지자


폭죽 터지듯 펑펑


조각조각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지.


그런데 그 중의 하나가 산골 마을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든 겨.


구경하던 짐승과 마을 사람들은 기절초풍 


날고 뛰고 기고 고꾸라져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지.


봉황을 타고 놀던 아기 동자의 자지러지는 비명에


꿀잠을 즐기던 산신령 할아버지가 화들짝 놀라 깨셨어.


천만다행으로 산신령 할아버지가 휘두른 지팡이에 맞고


데굴데굴 산비탈을 굴러 강에 빠졌는데,


수박 종자를 가지고 개성으로 향하던 뽈다구 아니 뭐였더라


뼈다구? 싸다구? 깔다구? 깡다구?


아, 홍다구가 건넜다는 바로 그 강이여.


이 돌멩이는 아주 신통한 재주가 있었어.


나처럼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능력이었지.


저 하늘을 봐.


다람쥐 양, 별의 개수를 알 수 있을까?


아니, 손가락 발가락을 접으라는 게 아니여.


여기 코끼리 삼촌이 커다란 귀를 활짝 펼친다 해서


저 별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순 없겠지.


돌멩이에 대해 누구는


선녀들이 가지고 놀다 잃어버린 공깃돌이라거나


까치가 물고 가다 떨어뜨린 하늘님의 헌 이 라고도 하는데,


이 아득한 우주를 유랑하는 나그네가 되어


하늘나라와 별 친구들의 신비로운 얘기를


우리에게 전하려 온 하늘의 선물이라고 해.


이야기하는 신기한 돌멩이의 소문은 주변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어.


날마다 돌멩이 주위에 모여든 물 속의 친구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매혹적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지.


숲 속 친구들과 날아가던 철새들이


우왕좌왕 자맥질을 하거나 


넣다 뺐다 머리만 물 속에 담그는 장면을 한번 상상해 봐.


돌멩이의 이야기를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이 친구들이 가쁘게 숨을 참는 표정에


물고기 친구들은 배꼽을 잡고 깔깔대며 웃었지.


자존심 상한 숲 속 친구들이 지혜를 모아 


긴 대롱을 만들지 않았다면


큰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었어.


이제는 새롭게 만든 물건들을 뽐내며 물고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지.


돌멩이가 풀어 놓은 이야기는 친구들을 통해 점점 세상에 퍼져 나갔어.


하지만 이렇게 멋진 이야기들을 만든 이가 


강 속의 돌멩이라고 말할 때면


코웃음 치며 아무도 그 사실을 믿지 않았던 거여.


방금 누구여, 콧방귀 뀐 놈이? 


아, 코 푼 거여? 다들 고뿔 조심혀.


이 소식을 들은 돌멩이는 겉으로 담담한 표정을 지었지만


점차 의욕을 잃고 가슴앓이를 하기에 이르렀지.


돌멩이의 병이 깊어지자 친구들은 수소문 끝에 


용하다는 의원과 영약을 찾아 오기도 하고,


약장수 사기꾼에게 속아 곤경에 처하기도 했지.


하지만 돌멩이의 마음병은 나을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어.


발만 동동 구르던 친구들은 밤새 긴 회의 끝에


동쪽바다 용왕님을 찾아 가기로 의견을 모은 거여.


용왕님을 뵙기까지 험난한 여정은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거기 사슴 아가씨, 옆에 앉은 토끼 군의 흥분 좀 가라앉혀 줄랴?


고마워요, 음, 어디까지 했더라?


그래, 결국 친구들의 간곡한 호소에 감동한 용왕님이 


친히 신하들을 이끌고 강에 행차하신 광경은 


지금도 눈앞에 선한 장관이었지.


용왕님과 돌멩이를 향한 친구들의 눈빛은 


기적을 절실히 바라는 희망으로 가득했어.


지난 날 침과 뜸으로 이름을 날렸던 용왕님은


끙끙 앓아 누운 돌멩이의 맥을 짚고 새까만 눈자위를 살피시더니


흠,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셨지.


친구들은 침을 꼴깍 삼키며 용왕님의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봤어.


목이 말라 풀잎에 맺힌 이슬 한 모금을 홀짝 마시던 달팽이 친구는


자신을 향한 따가운 눈초리에 쏙 집으로 숨어들었지.


잠시 후 눈을 뜬 용왕님은 돌멩이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이렇게 속삭였던 거여.



*"너를 사람으로 만들어 줄 테니 실컷 이야기를 지으며 살거라."





*어이구, 덥다.


수박 한 입만 먹으면 딱 좋겠네.*


사람이 된 돌멩이가 누군지 맞추면


이 팥 할멈이 시원 달콤한 수박을 한턱 내지.


용왕님이 돌멩이에게 속삭인 말을 잘 생각해 봐.



...



환호성을 질렀던 친구들이 어느새 울상이 되어갔다.


"팥 할멈, 너무 어렵잖아."


눈 호랑이를 팥 할머니가 흘겨보았다.


"네 놈이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모두의 시선이 눈 호랑이에게 쏟아졌다.


한 순간 당황한 눈 호랑이는 큼큼 기침을 하더니


하나 둘 이마에 주름을 지으며


기억을 더듬어 가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방해 될까 두 손 모아 작은 목소리로 응원했다.


"수박, 수박, 수우박."


*모두가 수박 한 입만 생각에


눈이 수박처럼 둥그레졌다.*


그러나 잔뜩 미간을 찌푸린 눈 호랑이의 입에서 나온 것은


고대하던 정답이 아니라 긴 한숨 뿐이었다.


머리 위로 사라져 가는 잘 익은 수박을 아쉬워하며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 나왔다.


그 순간 눈 호랑이가 팥 할머니를 노려보더니 벌떡 일어섰다.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온 몸의 털을 바짝 세우며 팥 할머니에게 다가가자,


친구들이 몸을 웅크리고 숨을 멎은 채 긴장하기 시작했다.



"팥 할멈, 얕은 수작 부리면 한 입에 삼킬 수박에~"



성공을 확신하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눈 호랑이의 말장난에 




모두가 얼음




정적을 깬 것은 팥 할머니의 외침이었다.


"으이구, 네 놈이 더울 때 강물 속에서 꼭 껴안았던 그 큰 돌덩이 말이여!"





<먹어 보면 알지>에서 눈 호랑이가 다시는 수박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로 호되게 당하는 장면은,


<수박의 전설 외전>에서 태양 왕 수바의 부탁을 거절하고 

팥 할머니에게 떠넘기는 장면과 

팥 할머니의 수박농사를 망쳐 놓은 장면이 원인이었을까요?


그렇다면 눈 호랑이에게 따끔한 교훈을 주기 위한 

태양 왕 수바와 팥 할머니의 공동 작전은 

대성공!




*  표시는 이지은 작가님의 작품에서 인용한 문장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