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 : 지금부터 서울@@지방법원
2025고합6789호 제1형사부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피고인 출석하였습니까?
이동우, 이루 엄마, 차은우
: 예.
재판장 : 검사와 변호인 모두 출석하였습니까?
검사1,검사2, 변호인
: 예.
재판장 : 피고인들은 잠시 자리에서 일어서 주십시오.
피고인은 본 법정에서 검사나 변호인, 재판장의 신문에 대해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으며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사실을 진술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피고인 이동우, 이루 엄마, 차은우 맞습니까?
이동우, 이루 엄마, 차은우
: 예.
재판장 : 검사는 공소요지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1 : 존경하는 재판장님, 피고인
이동우, 이루 엄마, 차은우에 대한 살인 및 보험사기 방조
사건입니다.
고소인은 사망한 이루 아빠의 누나로,
이루 아빠는
20##년 #월 #일
@@IC를 주행하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하여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하였습니다.
경찰은 전방 주시 태만과 페달 오조작으로 인한 단순 추락사고로 사건을 종결하였습니다.
그러나 고소인이 제출한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국가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복원한 결과 단순한 과실 사고가 아닌 사전
모의된 사고임이 밝혀졌습니다.
피고인 이동우는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6개월 전, 이루 아빠를 속여 8개 보험사에서 총11개의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에 가입시켰고, 이에 따른 보험금 35억의 수익자를 피고인 이루 엄마와 두 아들로 지정하였습니다.
피고인 이동우는 피고인 이루 엄마가 결혼하기 전 연인이자 동거인이었습니다.
전업주부였던 피고인 이루 엄마는 피고인 이동우의 지원으로 매달 약 300만원
가량의 보험료 납부와 이루 아빠의 보증 빚을 갚을 수 있었습니다.
사망한 이루 아빠가 두 피고인 이루 엄마와 이동우의 관계를 의심해 두 아들의 유전자검사를 의뢰하였고, 그 결과 두 피고인의 불륜을 확신하였다는 기록이 이루 아빠의 노트북에서 발견됐습니다.
피고인 이루 엄마는 남편의 보증 빚으로 인한 경제적 빈곤과 불륜을 감추기 위해 피고인 이동우와 함께 사전 모의와
치밀한 범행계획을 세웠습니다.
공범인 차은우는 지입 화물차를 이용해 이루 아빠의 차량을 고의로 추돌하여
사고를 유발했습니다.
피고인들은 모두 계획된 살인의 공동정범으로서 본 사건에 가담했습니다.
재판장 : 피고인 이루 엄마, 이동우, 차은우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십니까?
이루 엄마, 이동우, 차은우
: 아니요. 인정하지 않습니다.
재판장 : 변호인은 본 사건의 공소 사실에 대한 의견을 진술하십시오.
변호인 : 재판장님, 피고인
이루 엄마는 남편 사망 후 처음으로 보험과 보증 빚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보증 빚과 모든
보험은 이루 아빠의 일방적인 계약으로 피고인 이루 엄마의 의사와 무관합니다.
그리고 이루
아빠와 결혼 후 피고인 이동우를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피고인 이동우는 이루 아빠를
돕기 위해 보증 빚을 변제했고 그 가족들을 위해 이루 아빠에게 보험가입을 권유, 보험료를 지원해 주었을
뿐 살인을 모의한 것이 아닙니다.
또한 피고인 차은우는 당시 짙은 안개로 인해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발생한 단순한 접촉사고를 주장하며, 살인을 공모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사실무근입니다.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의 공소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부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해 주십시오.
재판장 : 양측 주장 잘 들었습니다.
이어서 증거 조사를 하겠습니다.
검사는 증인 및 증거 신청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1 : 예. 고소인
구례 고모와 박서준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또한 피고인들에 대한 각 피의자 신문조서, 사고 차량 블랙박스 영상 복원 자료, CCTV 동영상을 증거로 제출합니다.
재판장 : 변호인은 검사가 신청한 증인과 제출한 증거에 대해 의견을
말씀하세요.
변호인 : 증인 구례 고모와 박서준의 채택에는 이의 없습니다.
다만 블랙박스 동영상과 CCTV 영상의 증거 능력에 대해서는 검토
후 의견을 제출하겠습니다.
재판장 : 변호인은 신청할 증인과 증거가 있습니까?
변호인 : 없습니다.
재판장 : 좋습니다. 검사가
신청한 고소인 구례 고모와 박서준을 증인으로 채택합니다.
변호인 : 그리고 재판장님, 검사
측 증거자료 일체와 진술조사 열람을 요청합니다.
재판장 : 인정합니다. 이것으로
제1차 공판을 마치겠습니다.
제 2차 공판은 #월 #일 오전10시 본 법정에서 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2차 공판.
재판장 : 증인 신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검사와 변호인이 신청한 증인 모두 증인석으로 나와 주시길 바랍니다.
증인
구례 고모는 대표로 선서하시기 바랍니다.
구례 고모 : 선서. ~~
재판장 : 선서하고 거짓 증언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받습니다.
증인 구례 고모는 증인석에 앉아 주시기 바랍니다.
검사1 : 고소인은 피고인 이동우를 잘 아십니까?
구례 고모 : 죽은 제 남동생과 단짝이었어요.
상상력이 풍부하고 엉뚱한 행동을 일삼던 동우는 어른들에게 꾸중을 듣기 일쑤였죠.
죽은 동생과 여수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는 게 일과였어요.
제가 외지로 시집을 간 뒤로는 명절 때나 겨우 얼굴을 볼까 말까 했죠.
검사1 : 사망한 이루 아빠가 가입한 보험에 대해서는 언제 아셨나요?
구례 고모 : 네. 동생이
그렇게 허망하게 죽고 나서 어느 날 보험회사에서 확인전화가 왔습니다..
그때서야 동생이 보험을 많이
들었다는 걸 알게 됐죠.
검사1 : 피고인 이루 엄마와 대화를 하셨나요?
구례 고모 : 네. 그런데
자기는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죽은 동생이 상의도 않고 보험을 들고 또 보증 빚도 있었다는데 그것도
말 한마디 없었다고 합니다.
그때는 이루 엄마가 별일 없이 잘 해결되고 있다고 아무 걱정 말라고 하길래
그러려니 하고 아무런 의심 없이 넘어갔죠.
검사1 : 사설탐정인 박서준에게 사건을 의뢰하셨죠?
구례 고모 : 네. 서준이가 제게 전화를 했어요.
보험금 문제로 이루 엄마가 뉴스에 나왔다고.
서준이 얘기를 들어보니 동생이 당한 사고가 그냥 허망하게 죽은 게 아니었어요.
그 많은 보험료를 동우가 내줬다는 게 너무 이상했죠.
검사1 : 두 피고인 이루 엄마와 이동우와의 과거를 알고 계셨나요?
구례 고모 : 동생 결혼식 때 고향 사람들한테 들었어요.
뭐 젊었을 때 연애 한 번 안 해본 사람이 있나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죠.
그런데 그게 가장 절친한 친구였던 동우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 사달이 난 게 그 때문이 아닌가 싶어요.
검사1 : 사망한 이루 아빠와 피고인 이루 엄마 사이에 불화는 없었나요?
구례 고모 : 네. 부부
사이는 뭐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좋았죠. 두 아들도 말썽 없이 잘 크고.
검사1 : 최이루 군이 구례에 갔을 때 피고인 이동우를 보셨나요?
구례 고모 : 아니요. 이루가
갑자기 저희 구례 집에 놀러 왔을 때 이장님이 와서는 웬 이상한 남자가 이루와 얘기를 나눈 걸 봤다는 거에요. 기차역과
강가에서요.
이장님이 찍은 사진을 봤는데 그 남자가 동우인지는 전혀 몰랐죠.
이루가 말없이 사라진 그다음 날 이루 엄마가 애들을 데리고 왔을 때 알았어요.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동우 얘기가 나왔고 그때 갑자기 떠올랐죠.
그
남자가 동우라는 걸.
검사1 : 이상입니다.
재판장 : 네. 수고하셨습니다. 변호인측 반대 신문 하시겠습니까?
변호인 : 없습니다.
재판장 : 네. 증인은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증인 박서준은 증인석에 앉으십시오.
검사2 : 증인은 고소인과 어떤 관계입니까?
박서준 : 네. 사촌입니다.
검사2 : 경력이 화려하시던데, 사망한
이루 아빠의 사건은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박서준 : 뉴스를 접하고 여러 기사를 검색해 봤습니다.
정황상 보험사기라는 느낌이 확 왔어요.
세상을 떠난 제 사촌 동생은 성품이 곧고 현명한 사람이었습니다.
교통사고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죠.
그래서
고소인과 전화 통화를 했고, 뭔가 단서가 되는 증거를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검사2 : 당시 짙은 안개로 인해 CCTV 사고 영상은
무용지물이었고 목격자는 없었습니다.
사고 차량은 반파되었고, 화재로 인해 일부가 소실되었습니다.
블랙박스는 멀쩡했지만 메모리 카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찾으셨나요?
박서준 : 사고 순간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의식을 되찾았지만 이루 아빠는 차량에 꽉 끼여 나오지 못합니다.
휴대폰은 보이지 않고 이때 후드에서 연기가 올라오며 이내 불길이 치솟기 시작합니다.
다급해진 이루 아빠는 서둘러 블랙박스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내 창 밖으로 던집니다.
죽음을 직감하고 사고의 진실이라도 남기기 위해서죠.
차량 안에서 발견되지 않았으니 분명 주변에 있었을 겁니다.
경찰이 끝내 찾지 못했던 메모리 카드를 저는 사고 현장 인근 나무 밑에서 발견했습니다.
빨간색 마카롱 모양의 알약 케이스인데, 이루 군의
생일선물이었습니다.
검사2 : 이상하군요. 사고
현장이 울창한 숲이었지만 눈에 띄는 색상이었다면 경찰이 놓쳤을 리가 없을 텐데요.
박서준 : 네. 상세하게 풀어보자면 이렇습니다.
메모리 카드를
뽑았지만 손톱만 한 크기라 손상될 확률이 높았습니다.
마침 매트에 떨어진 알약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고
메모리 카드를 넣어 창 밖으로 던집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주변에 있던 까치가 그것을 물고 나무 위의 새 둥지로
날아간 거죠.
까치집이 멀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렇게 1년 넘게 시간이 흘러가고 때마침 도로공사에서 도로변 정비
작업을 하던 중 새 둥지가 땅으로 떨어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