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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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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은 작가의 시선이 대체로 사회로 향해 있다. 정치, 세대문제, 경제, 그리고 개인적인 것이라 하면 언뜻 보이는 불안정한 가정사,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 정도. 하지만 이번 책은 저자도 명확히 언급했듯, 직접적인 사회 비판 등의 이슈는 싹 다 걷어냈다. 그리고, 개인, 사람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까 만일 내게 허락된 시간이 얼마 없다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거야, 하는 절실함으로. 사회와 시스템이 어루만지지 못하는 개개인의 불행을 기어이 마주하고 듣고 하면서, 어떻게든 위로하고 다시 서게 해 주려고 한다. 비현실적인 휘황찬란한 희망 같은 거 말고, 절망 안에서도 삶은 어떻게든 흘러가야 한다고, 진창에 빠진 발을 부여잡고 울지 말고 일어나서 조금이라도 힘을 내어 그 발을 들어보라고 자기 발도 이렇게 빠져 있지 않냐고, 내 삶도 뭣같지만 이렇게 살아있지 않냐고 말한다.

그런 그의 글을 읽으며, 2014년에 완성한 ‘버티어내는 삶’ 에서 정말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고 했던 저자의 다짐을, 기어이 꾸역꾸역 실현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서, 그 특유의 시니컬함과 냉정함이 주는 ‘현실적인 온기’ 로 말이다. 그의 글을 계속해서 보고 싶다. 말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시선과 행동이 고스란히 담긴 그의 삶과 글을 계속해서 보고싶다. 끝까지 버티며 지겹도록 써 보겠다고 했던 그 약속을 기어이 지켜주었듯, 그 약속 오래도록 지켜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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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 삶에 깊은 영감을 주는 창조자들과의 대화
윤혜정 지음 / 을유문화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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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박 닷새를 읽었다. 530여 페이지의 책 두께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세출의 예술가 19인임에도 불구하고 예술계에 무지한 나의 부족함 때문에, 작가의 이력, 주요 작품, 인스타그램까지 전부 찾아보며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행위 자체가 나를 얼마나 설레게 했는지 모른다. 작품을 찾고 인터뷰를 읽으며, 지금까지 인지해 온 세상이 깨어지는 것과 같은 기분을 여러번 느꼈다. 그리하여 한껏 자유로워져 벅차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느낌. 어쩌면 완성되어 이미 저명해진 작품을 보고 느끼는 것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터뷰는 마치 그 결과물을 도출해 낸 어미들이 품고 길러낸 장고의 세월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다나구치 지로, 제니 홀저, 아니 에르노 등 언어, 문장의 예술가들의 인터뷰를 특히 기대했는데, 되려 그 외 다른 미술가들, 영화인, 음악가들의 인터뷰들은 너무나도 생소한 나머지 더욱 흥미진진하기도 했다. 특히 인터뷰를 읽어보면, 이들이 툭툭 던지는 몇 문장으로도 19인의 예술가가 아닌 19인의 사상가라 표현함이 더 적합할 듯 할 정도로 강력하고 깊다. 이들이 세상에 내놓은 어마어마한 영감, 사고의 확장성은 짧은 인터뷰로는 다 담지 못할 무엇인가임이 틀림없기에, 윤혜정 작가의 숨은 의도는 아무래도 예술가들의 사상을 요약하여 친절히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들이 살고 고민한 것들을 우리도 함께 성실히 고찰하고 질문할 것을 요구하는 듯 하다. 작가가 인터뷰어로 혹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챕터별 프롤로그에서 보여준 문장들은, 그런 요구를 몸소 보여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녀의 몸과 사유를 한 예술가의 삶에 진입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그렇게 인터뷰가 끝나면 인터뷰 이전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른 스스로를 발견한다는 그녀. 그녀가 예술을 접하고 이해하고, 심지어 예술가에게 영감과 호기심을 줄 정도의 깊이있는 질문을 하는 것으로, 그녀는 어쩌면 또 다른 예술가가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언감생심이라 표현하였으나, 이 책은 내게 ‘은성한 잔치’라는 표현 그 이상의 영감과 숙제를 안겨주었다. 보고 듣고 읽을 이 많은 파생된 숙제들을 하나 하나 해 나가며, 스스로의 세계를 격파해 나가 보겠다 다짐한다. 2탄도 조심스레 기대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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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기다리는 여행
이동진 지음 / 트래블코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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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기다리는여행

책에서 언급한 샌프란시스코와 LA 를 제외하고는 (심지어 여러 번) 다녀 온 곳인데,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한 만큼 깨닫는 건가 보다. 아이스크림집 찾아서 구글맵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돌아다니던 그 길에 이런 게 있었다고? 책 읽는 내내 이런 탄식을 여러 번 하려니, 심지어 자괴감이 들고요...😑

챕터 챕터마다 새롭고 신선한 사고와 시선에 감탄 또 감탄했는데, 이 책이 여행이라는 아주 특별한 매개를 통해 ‘장소’ 혹은 ‘느낌’ 을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를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이 세상 구석구석 재밌고 신나는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은지 ‘사고의 방법’ 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퇴사준비생의 도쿄> 가 유명한 줄은 알고 있었지만, 고만고만한 여행책에 식상했을 무렵이라 읽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책 중간쯤 읽으면서 이동진 작가님의 책을 세 권 다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론은, 이런 영감 Inspiration 이 가득한 책은 뇌에 필수 비타민이라 여기고 자주, 많이 읽어줘야 한다. 지금까지 읽었던 많은 여행책 중 단연 손에 꼽히는 추천작.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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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아이 없이 살기로 한 딩크 여성 18명의 고민과 관계, 그리고 행복
최지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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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와 동일한 생각을 가진 사람 뿐 아니라, 내 주변의 모든 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반발할 만한 적나라한 고백들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적군이 아니라 사는 모습이 조금 다른 아군이라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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