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 가공선
소설[마션]을 읽으며 절대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조만간 현실이 될 것 같다. 미국 사막 어느 곳에서 생존훈련을 하고 있다는 뉴스도 나오는 걸 보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우리 인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며 생존해 왔기에....
고바야시 다키지소설 [게 가공선]을 읽으며 문득 든 생각이다. 설마 이런 삶의 현장이 있었을까? 의문을 가지는 요즈음 젊은 세대들도 있을 수 있기에, 세상의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있다고 여기는 지금 과연 오늘의 노동현실은 그 시절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니 달라져 있기는 한 걸까? 민주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잘 자리 잡고 있다는 지금 언론에서는 연일 황제노조라고 비난을 하는 지금 현재의 노동현장, 노동자의 권리는 잘 지켜지고 있는가?
변변한 자기 땅 한뙈기조차 없는, 힘겹게 겨우 개간한 땅조차 자본가에게 빼앗긴 채 어쩔 수 없어 거리로 내몰린 농민, 배우고 싶어도 가난 때문에 배우지 못하고 일터로 내몰린 아이들 결국 이들이 갈 수 밖에 없는 곳이 ‘게 가공선’인 것이다. 돈 벌수 있다는 달콤한 말에 현혹되었던 현혹되지 않았던 그들에게 선택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없는 자들에게는 편안하고 안락한 노동현장은 주어지지 않는 법이다. ‘게 가공선’ 안의 작업 현실은 그야말로 지옥이다. 항해법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서 끊임없이 가해지는 폭력과 협박은 국가를 위한다는 미명하에 그들의 생명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과거의 일로 치부해버리기엔 오늘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을 돌아보면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구의역 19살 하청 노동자의 죽음 그 외에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동자들의 죽음이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임을 잘 알 수 있다. 아주 오래전에 발간되었던 책이 다시금 독자들이 찾고 있는 것은 오늘의 삶이 결코 녹녹하지 않음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다 읽고 나면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짓누를 것이다.
‘우리에겐 우리말고는 같은 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