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놀이 경기문학 5
이세은 지음 / 테오리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인형놀이]는 경기문학 다섯번째 시리즈로 인형놀이’, ‘산정호수의 밤두 편의 짧은 소설로 이루어진 신인작가 이세은의 작품집이다.

인형놀이폐경이란 여성으로서의 가치가 상실됨을 의미한다. 보통 인생의 절정을 지나 내리막길을 걸을 때 발생하는 어쩌면 더 이상 희망이나 꿈을 가질 수 없는 삶을 나타낸다. 주인공은 천명 중 한명 꼴로 나타난다는 젊은 나이에 폐경을 맞이한다. 그래서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서 꿈이나 희망을 갖지 않는다. 거저 고객의 주문에 맞춰 인형을 제작할 뿐이다. 고객의 요구에 최선을 다 하지만 직업정신의 발로라기 보다 자신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세상에 대한 유희처럼 느껴지는 건 왜일까?

< 남자는 내게 품질보증기간과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난 그런 남자를 비웃기라도 하듯

  꼬박꼬박 품질보증기간과 수리비용 따위를 굵게 강조해 답장을 보냈다. (26P) >

 그렇게 하루 하루 무의미한 자신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 준 건 엄마의 죽음이었다. 화려한 죽음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엄마가 살아온 삶처럼 죽음조차 초라한 것을 지켜보며 새로운 삶에 대한 의욕을 갖게 한다.  

<허벅지 안쪽 실리콘을 씌우면 잘 보이지 않는 안쪽에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J라는 첫머리 글자를 쓰는 내내 손이 심하게 떨렸다. 숨을 참았다. > (44P)

 산정호수의 밤은 외삼촌의 죽음 이후 외삼촌의 마지막 거처였던 별장에서의 하룻밤을 기록한 이야기이다. 잘못 된 경로입니다. 경로를 재설정합니다.로 첫 문장은 시작된다. 평소 우리들은 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애초에 바른 길은 없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궤적- 물체가 남기고 간 흔적이란 사전적 의미처럼 우리 모두는 누군가 걸었던 흔적을 따라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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