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룰렛
은희경 지음 / 창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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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장마에는 비가 많이 온다고 기상청에서 일기예보를 했지만 지난 몇 년처럼 그렇게 비가 많이 내리지 않고 습도만 높은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 같다. 예외 없이 사람들은 에어컨을 켜고 지구환경은 아랑곳 하지 않고 시원함만을 찾는다. 실내가 시원한 만큼 실외은 더욱 더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가운데 진짜 시원함이 찾아왔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아하는 작가의 신작 출간만큼 더위를 날려주는 청량제는 없을 것이다. 은희경 작가의 여섯번째 소설집 [중국식 룰렛] 또한 그런 청량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은희경 작가는 1995년 문단에 등단한 이후로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작가이다. 특유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독특한 문체로 한국현대소설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녀의 글들은 과장되지 않고 아주 담백하면서도 냉소적이다. 결코 독자들에게 자기의 주장을 강요하지 않지만 결국에는 그녀의 설득에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신작 [중국식 룰렛] 에 포함된 여섯 편의 글 또한 이런 느낌이 그대로 묻어난다. 우리들 일상과 함께 존재하는 사물을- , 가방, 수첩, , , 음악- 매개로 우리 삶의 내면을 찾아 들어가는 그녀의 이야기는 묘한 공감을 일으킨다.

 사람들은 삶을 사는 동안 저마다 가면 하나씩은 쓰고 살아간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본 모습을 모두 보이기 보다는 열에 한 둘은 숨기고 산다. 그것이 자기를 보호해 줄거라 믿으며 중국식 룰렛 속의 네 사람도 가면을 쓴 채 진실게임 와중에서도 모든 것을 다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치열한 경쟁속에 살아가는 어디에 의지할 곳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는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고립된 존재들의 자화상이다. 또한 승자독식의 상황아래에서 우리들은 저마다 누군가의 일시적인 대용품처럼 한번 사용 되어지고 버려지는 존재들이 되어가고 있다.

 해마다 여름은 점점 더워져 간다. 올 여름 또한 마찬가지일 것 같다. 현실의 삶에 매몰 된 채 힘겹게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가가 전해주는 따뜻한(?) 위로를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 한 캔을 마셔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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